추억과 낭만이 깃든 골목, 自我를 찾다

광주 펭귄마을.
광주 펭귄마을.

[뉴스로드]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양림역사문화마을은 근대 건축물이 다량 보존된 관광지다. 특히 이곳의 일부인 펭귄마을은 관광객들에게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자는 25일 오후 4시 펭귄마을을 찾았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형형색색의 전시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시품의 종류는 시계, 접시, 항아리 등 다양했으며, 펭귄 캐릭터가 그려진 담벼락과 오래된 건축양식의 구멍가게도 있었다.

평일인 데다, 36도에 이르는 뜨거운 날씨여서 그런지 펭귄마을은 한적했다. 기자는 마을을 둘러 보다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는 한 청년을 발견했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경기도 수원에서 찾아온 관광객이었다.

그 멀리서 어떻게 발걸음을 했는지 묻자 그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펭귄마을이 광주의 관광지로 유명하다는 글을 읽고 찾아왔다”고 답했다. 이어서 펭귄마을에 대한 감상을 묻자 그는 “곳곳에 걸려 있는 전시품들이 아기자기한 게 재밌고, 그늘이 많아 천천히 쉬면서 둘러보기 좋은 곳 같다”고 답했다.

청년과 대화를 나눈 뒤 다시 마을을 걸었다. 이번에는 구멍가게 앞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났다.

펭귄아저씨 이춘근씨.

“어유, 마침 잘 왔네. 이 아저씨가 펭귄아저씨여.”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요청을 하자,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펭귄아저씨’라고 소개했다. 그는 펭귄마을에 42년 동안 거주해온 이춘근씨로, 다리를 다쳐 뒤뚱뒤뚱 걷다 보니 마을 주민들에게 ‘펭귄아저씨’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씨에 따르면 이 마을에 ‘펭귄’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도 사연이 있었다. 이씨는 “옛날에 저쪽에 불이 났었는데, 그 집터가 얼마 안 가 쓰레기장이 돼 버렸다. 그래서 4년 전에 사람들이 거기를 정비할 궁리를 하다가 내 별명을 따서 펭귄마을을 만들자고 한 것이다. 그 뒤로 사람들이 집안의 폐품들을 들고나와 펭귄 모양의 전시품을 만들어 장식을 했다. 그게 발전해서 지금의 펭귄마을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광객들이 많아져 불편하진 않은지 물어보니 이씨는 “여기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나가 빈집이 더 많다. 이렇게 활력 없고 노인들만 사는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놀러 와주면 우리는 오히려 좋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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