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원시시대의 의학 - 점술과 마법의 의술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가장 훌륭한 의사는 바로 햇빛과 공기, 그리고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인류에게 당면한 과제는 난치병을 극복하고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킬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겠으나 무엇보다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환경을 제대로 지켜나가고 보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의학의 역사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전쟁의 역사이기도 한다. 그 역사를 통해 인류가 걸어온 길을 조명해본다. <한권으로 읽은 의학 콘서트>는 의학계와 역사학계 철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집필에 참여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완벽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약 3만년 전의 그림으로써 들소사냥을 할 때 동물가죽의 탈을 쓴 샤먼(반인반수)이 뒤에서 쫓는 장면이다. 이러한 벽화는 토테미즘에서 나타나는 방어기제에서 비롯되었다.
약 3만년 전의 그림으로써 들소사냥을 할 때 동물가죽의 탈을 쓴 샤먼(반인반수)이 뒤에서 쫓는 장면이다. 이러한 벽화는 토테미즘에서 나타나는 방어기제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인류는 온전히 실제 경험을 통해서만 질병과 통증을 없애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지만 대자연의 신비를 알아내기에는 인류의 힘은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당시 점술가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종합하여 인체에 이롭거나 해로운 식물을 밝혀냈다. 또한 동물의 자생치료법을 모방하거나 약초를 이용해 병을 고쳤다. 이들은 환자의 믿음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기보다 본인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신령의 도움을 받으려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각양각색의 마법과 주문을 생각해냈다. 의학은 이처럼 점술가의 주문과 마법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근현대 각종 연구결과의 성과를 비롯해 고생물학, 인류학적 근거들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원주민들은 알 수 없는힘에 의해 동족이 쓰러지는 것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마귀가 질병과 사망을 주관하고 신이 건강과 행복을 주관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세찬 폭풍우가 몰아치고 칠흑처럼 검은 어둠이 밀려올 때면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제사, 의식 등을 통해 이와 같은 초자연적 존재의 진노를 달래보려 애썼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바로 점술가가 등장하게 되었다. 병을 고치는 것은 물론 해독에 쓰이는 약초를 구별해낼 수 있었던 이들은 자신들이 마귀를 쫓아내고 신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본능과 경험에 바탕을 둔 점술의학으로 발전했다.

프랑스의 한 동굴에서 지금으로부터 1만 7천년에서 2만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석각(石刻)이 발견되었다. 석각 윗부분에는 인류 최초의 의사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거대한 사슴뿔이 달린 가면을 쓰고 있어 점술가가 분명해 보인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는 동물 가면을 쓴 점술가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기이한 차림을 하고 환자를 향해 주문을 외우며 우스꽝스러운 의식을 행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처방한 약을 복용하면 질병을 옮기는 마귀가 놀라 달아난다고 굳게 믿었다.

점술가는 환자의 병세를 호전시킬 수도 있지만 때로는 건강을 악화시키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게 만들기도 했다. 이들은 주문과 부적을 만드는 신비한 능력 때문에 신분이 상승했으며 신과 인간의 매개자 역할까지 담당했다. 그러나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얼굴 화장과 의식을 행하며 내지르는 괴성, 마귀 쫓는 주문을 읊조리는 소리, 자아도취 상태에서 추는 춤, 마귀를 쫓는다는 명목으로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를 마구 때리는 행위 등으로 볼 때 이들의 의식은 오히려 사기행각에 가까웠다.

모든 의식과 원시 사회의 수술, 그리고 자연치료법 등은 모두 점술가들의 의료영역에 속했다. 물론 이러한 의식이 환자들에게 어느 정도 정신적 위로를 주는 효과가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점술가들은 동물의 독소와 식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인체의 두개골 절단 및 천공 수술을 시도한 점은 신기할 따름이다. 당시 수많은 환자들이 이러한 수술을 받고 생명을 연장했다. 천공 수술 흔적이 있는 두개골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미 두개골에 난 구멍 주변이 깨끗해져 있었다. 이는 수술 후 골수조직이 잘 아물었음을 설명해준다. 두개골에 난 천공의 위치로 볼 때 이 수술은 두통과 간질을 제거하는 의료행위와 마귀를 쫓는 모종의 의식 등 두 가지 목적이 있었던 걸로 추정된다. 다만 고름을 짜내고 피를 내거나 가장자리를 날카롭게 간 돌칼, 부싯돌 등 구식 수술도구만을 가지고 이러한 모든 과정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불가사의할 뿐이다.

의학의 기원은 종교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고대 문명국가 모두 신전과 성지를 중심으로 의학이 뿌리내리기 시작했으며 얼마 안 되어 의학은 최고의 권위를 얻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일부 원시부족의 점술가들은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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