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천 원추리꽃길.
서시천 원추리꽃길.

지리산 노고단에 황금빛 꽃송이가 끝없이 밀려오는 운해에 함조롬히 고개를 내밀고 꽃물결을 치고 있다. 수천의 나팔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원추리’이다. 백합과로 근심걱정을 없애주어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또한 이 꽃을 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고 ‘의남(宜男)’ 등으로 불리는 친숙한 민초들의 야생화로 사랑받아 왔다.

황금빛 통꽃이 매력적이다. 노란색, 노랑색 또는 귀여운 병아리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부귀의 색이며 가장 밝은 색이다. 오방색에서 중앙를 지칭하고, 노랑은 평화를 상징한다. 노랑을 좋아하는 사란들은 잘 웃고 유쾌하고 친절하면서 밝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원추리는 줄기가 없이 지면에서 잎이 나오고, 가운데서 둥굴고 강직한 꽃송이가 나와서 하루에 한 송이씩 20여일을 핀다. 그래서인지 서양에서는 하루 피는 나리(Day lily)라고 부른다.

전설을 살펴보면 효성스런 형제가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형은 슬픔을 잊고자 원추리(망우초)를 심었고, 동생은 슬픔을 잊지 않으려고 개미취(자완)를 심었다고 한다. 동생은 앞일을 알 수 있는 능력을 얻었으나 슬픔에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꿈에 부모님이 현몽하여 “사람은 슬픔을 잊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원추리를 심어 슬픔을 잊으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생도 슬픔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하였다고 하는 이야기는 부모님 사랑을 잊지 않되 슬픔은 잊고 사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리는 마음’이다. 기다린다는 것, 기다려 준다는 것, 그 순수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은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노고단 원추리.
노고단 원추리.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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