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피와 살을 구성하는 핵심은 무엇일까? 네트워크 측면에서 보자면 1969년 미국 국방성이 구축한 ‘아파넷’일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구글이 만들어 놓은 검색 엔진일 수도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사건과 지식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오늘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컫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중 오늘은 4차 산업혁명의 특징 중 하나인 네트워크 효과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요즘 넷플릭스와 애플의 갈등이 화제다. 넷플릭스 회원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매달 일정액을 결제한다. 그런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기기에서 넷플릭스 회원비를 결제하면 결제 금액 중 15%가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로 나간다. 당연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수수료 15%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넷플릭스는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해 자신들이 별도로 만든 온라인 페이지에서 회원들이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실험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넷플릭스는 애플에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히 애플은 넷플릭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달가울 리 없다. 

넷플릭스와 애플은 모두 대표적인 글로벌 플랫폼 서비스다. 넷플릭스는 영화 콘텐츠와 관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애플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앱스토어를 운영한다. 양사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에 탄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애플에 내야 하는 앱스토어 수수료가 다른 회사들보다 더 아깝게 여겨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애플 입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앱스토어 덕분에 매출을 올릴 수 있으니 자신들에게 수수료를 내는 것은 무척 합당해 보일 것이다. 

애플의 우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넷플릭스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실험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므로 함부로 속단할 수 없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효과 (Network Effect)를 기반으로 한다. 즉 어떤 플랫폼에 사용자가 많으면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고 그에 따라 공급자도 늘어나게 된다. 부익부 빈익빈 원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것인데,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극대화 하느냐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애플 앱스토어의 네트워크 파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넷플릭스도 그 자체로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갖고 있는 플랫폼이지만, iOS라는 모바일 생태계 전반을 관리, 운영하고 있는 앱스토어의 네트워크 효과가 더 파워풀하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의 이번 시도에 대해 많은 미디어들이 ‘실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성공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많은 기회와 비전을 가져다 주고 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용자와 공급자를 효율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단순히 ‘연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성하는 각 요소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애플 앱스토어라는 거대 플랫폼 간의 갈등은 그 자체로 화제지만, 이 갈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성공비결을 배우는 것 또한 유익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필자 소개>

IT 칼럼니스트. <플랫폼이 콘텐츠다> 역자이며 <테크니들>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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