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빌려쓰는 공유경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지구촌 사람들의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로드>는 공유경제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모델을 알아봤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공유 도시 성과와 미래 공유 도시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16 공유 서울 페스티벌'에서 은평공유센터 관계자들이 재능공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공유 도시 성과와 미래 공유 도시 전략을 주제로 열린 '2016 공유 서울 페스티벌'에서 은평공유센터 관계자들이 재능공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로드] 공유경제의 매력은 나에게는 쓸모없는 '잉여’지만 타인에게는 소중한 ‘자원’을 찾아서 함께 나눔으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데 있다. 짐이나 쌓아두던 빈 방이 저렴한 숙소를 찾던 여행객에게 멋진 하룻밤을 제공하거나, 아이가 커가면서 애물단지가 된 유아용품들이 이제 막 부모가 된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쓰임새를 찾는 모습은 공유경제가 그려낸 새로운 풍경들이다.

물품과 공간, 차량 위주로 상상되어왔던 공유경제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번역이나 디자인 등 전문 영역에서 배움의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재능과 기술을 가진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재능공유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숨고’는 재능 나눔에 역경매의 형태를 결합한 대표적인 재능공유 플랫폼이다. 전문적인 재능이나 기술이 필요한 수요자가 필요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제안에 대해 여러 가입자들이 견적을 제출하고, 다시 수요자가 여러 견적 중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는 식이다. 숨고에서는 에어컨 청소나 인테리어, 통번역, 웹디자인 등 전문 업무에서부터 미용, 심리상담, 외국어 교육, 댄스교습 등 전문 레슨까지 다양한 필요를 충족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말 창업한 숨고는 현재 약 16만명의 숨은 고수들이 가입돼 다양한 재능을 펼치고 있다. 창업자인 김로빈 대표는 올해 초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숨고의 강점은 프리랜서나 소상공인 등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재능이나 실력·차별점만 있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서비스 요청자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재능공유 플랫폼의 성공 요인을 설명했다 .

사진=크몽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크몽 홈페이지 갈무리

2011년 설립된 ‘크몽’ 또한 국내 재능공유 플랫폼을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다. 역경매 형식을 취한 숨고와 달리 크몽은 자신이 가진 재능에 직접 가격을 붙여 등록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개인 사용자들의 재능을 연결해주데 중점을 뒀지만 점차 전문가 풀이 넓어지면서 비즈니스 거래의 비중이 늘어나 현재는 국내 최대의 B2B(Business-to-business)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거래되는 서비스도 소소한 재능공유보다는 디자인, 마케팅, 프로그래밍 등 전문적인 비즈니스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12년 서비스를 처음 런칭한 크몽은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 초 기준 누적거래액 300억원을 돌파한 대표적인 재능공유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박현호 대표는 “크몽은 거래비용을 줄여주고 거래 주체도 기업에서 개인으로 세분화함으로써 더 작은 단위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게 도와준다”며 재능공유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크몽과 숨고 외에도 탈잉, 오투잡, 프립 등 다양한 업체가 뛰어들면서 국내 재능공유 시장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저성장 기조로 인해 일자리 부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재능공유 플랫폼은 대안적인 고용시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경직된 취업시장과는 달리 근로형태나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데다,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취업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은 재능공유 플랫폼이 가진 또다른 매력이다.

반면 재능공유 플랫폼이 오히려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임금 상승을 정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고용기회가 부족해 잠자고 있는 재능을 활용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민없이 재능공유 시장을 방치할 경우 임시직 고용시장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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