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고대 이집트 의학 - 신화적 처방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가장 훌륭한 의사는 바로 햇빛과 공기, 그리고 운동이다.”라고 말했다 21세기를 맞이하는 인류에게 당면한 과제는 난치병을 극복하고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킬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겠으나 무엇보다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 환경을 제대로 지켜나가고 보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의학의 역사는 예술과 과학 그리고 전쟁의 역사이기도 한다. 그 역사를 통해 인류가 걸어온 길을 조명해본다. <한권으로 읽은 의학 콘서트>는 의학계와 역사학계 철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집필에 참여했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에게 완벽한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것들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제국은 매우 호전적인 국가였다. 히포크라테스는 ‘전쟁은 외과의사를 단련시키는 가장 좋은 학교’라고 말했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지는 전쟁터에서 의사들은 상처를 싸매는 것에서부터 지혈, 탈골 치료 등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혈법, 고무액 이용법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또한 외과수술이 시행될 때, 그 현장에는 반드시 주문을 외우는 주술사들이 함께 자리했는데 이는 환자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기 위한 조치로 추측된다. 지금도 의사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환자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싸고 있는 아마포를 벗겨내면 썩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는 시체들에서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았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포트병(Pott’s Disease)으로 불리는 결핵성 척추염을 앓았던 흔적도 보인다. 척추가 심하게 굽어 있거나 허리 부위에서 큰 종양이 발견되기도 했다. 방광, 신장 결석 등의 병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며 동맥경화도 3500년 전에 등장했다. 

이집트인의 질병은 현대인의 질병과 매우 흡사했다. 그들은 이미 질병에 대처하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미라에서 발견된 병은 모두 초기단계 증상에 머물고 있어 발병 후 제대로 된 간호와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은 영양실조로 사망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청동기가 등장하면서 고대 이집트 문명은 석기시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외과의사들이 더욱 예리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외과학 발달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 것이다. 당시에 등장했던 칼과 침 등은 조악한 수준이긴 해도 안과 전문의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기원전 4000년경 이미 포경수술이 시행된 사실이 밝혀졌다. 기원전 6세기경 당시 이집트 수도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할례를 받아야 했다. 이 때문이었을까? 이집트 수도원은 ‘피타고라스 정리’를 발견한 그 유명한 피타고라스(Pythagoras)마저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오늘날 임상 의사들이 사용하는 처방전 왼쪽 상단 모퉁이에는 ‘R’이란 부호가 찍혀 있다. R은 Recepe의 약자로 ‘약을 투여하다’란 뜻이다. 그 어원은 라틴어의 Receptum에서 나온 것으로 ‘약속, 승낙’이라는 뜻이 있다. R 부호의 기원은 5천년 전 고대 이집트의 호루스(Horus)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이집트 신화를 보면 신도 인간처럼 병에 걸렸다. ‘죽음과 환생의 신’ 오시리스(Osilis)의 아들인 호루스는 유년기에 마귀 세트(Seth: 호루스의 형제이면서 삼촌)의 공격을 받고 눈을 다쳤다. 그의 어머니 이시스(Isis)는 당시 의술을 관장했던 신 토트(Thoth)에게 호루스의 상처를 치료해 달라고 사정했다. 이에 지혜의 신 토트는 호루스의 눈을 고쳐 시력을 회복시켜 주었다. 그러나 시력은 돌아왔지만 그의 머리는 매로 변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호루스는 얼굴은 매, 몸은 사람인 형상이 되었다.

이집트는 사막에 위치하고 있어 눈병이 만연했다. 후에 토트는 ‘안과의 신’으로 추앙되었다고 한다. 한편 ‘호루스의 눈’은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상징으로 여겨졌으며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오시리스의 정원지하 세계와 풍요의 신으로 알려진 오시리스의 몸은 녹색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부활, 재생’을 의미한다. 흙과 여러 가지 약재를 심는 것은 숭배의 형태로 새로운 생명을 상징하는 것이다. 신왕국시대의 오시리스는 머리에 2개의 깃털이 달린 장식을 쓰고 양손에는 갈고리와 도리깨를 들고 있다. 

이 신화는 중세까지 전래되어 유럽에서는 ‘호루스의 눈’을 아라비아 숫자 ‘4’의 형태로 묘사했다. 이후 로마의 의사, 화학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처방전에 약의 투여량을 표시하기도 했다. 당시 의사와 연금술사들은 처방전을 내리기 전에 하늘의 신 주피터를 떠올리며 그의 힘이 미쳐주기를 바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과학적 성과가 신화와 전설을 대체하게 되었지만 R이란 부호는 계속해서 사용되고 있다. R은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임상처방의 전용 약자로서 하루에도 수만 장씩 R부호가 적힌 처방전이 발급되고 있다. ‘호루스의 눈’ 또한 의학의 유구한 역사와 역량, 덕성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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