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차량국에 따르면 현지 시간으로 지난 8월 24일 애플의 무인자동차가 시험 운행 중 첫 사고를 당했다. 당시 애플 무인자동차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한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다 뒤를 따라오던 차에 추돌을 당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애플 쿠퍼티노 본사에서 불과 5.6km 떨어진 곳이다. 애플은 그 동안 자신들의 무인자동차 실험을 철저히 비밀에 붙여 오고 있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애플이 무인자동차를 준비하고 있음이 확실해졌다. 

물론 무인자동차와 관련된 사고는 애플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됐던 사건은 올해 3월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피닉스에서 우버의 무인자동차가 시험 도중 행인을 치여 숨지게 한 사고다. 이는 무인자동차로 인해 보행자가 사망한 첫 사고로 기록되기도 했다. 2016년 2월, 구글의 무인자동차 ‘웨이모 (Waymo)’도 시험 운행 중 버스와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테슬라 차량도 오토파일럿(Auto Pilot)이라 불리는 자율주행 모드가 오류를 일으켜 행인이나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자동차 스스로 셀프 운전을 하는 무인자동차는 사람이 꼭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무한한 편리함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처럼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무인자동차를 제공하는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운전 면허증을 따지 않아도 되고,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나아가 무인자동차는 교통 체계, 부동산 가격, 자동차 제작사, 주유, 보험, 물류 등 다양한 산업에 변화를 가져와 이전에 볼 수 없던 규모의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을 비롯해 테슬라, 구글, 우버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무인자동차 시험 운행에서 볼 수 있듯이 지금 단계에서 안전한 무인자동차는 조금은 요원해보인다. 무인자동차의 핵심은 자동차 주변의 이미지를 인식해 그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인자동차의 알고리즘은 기본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그와 유사한 정보가 외부에서 입력되면 그에 맞는 액션을 출력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장애물이 있으면 속도를 늦춰 정지하거나 핸들을 돌리고,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동차 스스로 가속을 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 도로에서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매우 다종다양한 상황들이 펼쳐진다는 점이 문제다. 햇빛, 우천, 안개 등 컴퓨터가 이미지 인식을 정확히 할 수 없도록 만드는 환경적인 요소들도 많다.  

애플을 이끌고 있는 팀쿡은 무인자동차가 인공지능 기술의 결정체라는 평을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무인자동차 개발에는 머신 러닝, 이미지 인식 등 첨단 기술이 많이 들어가고, 산업 잠재력 또한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우리는 무인자동차가 가져올 위험성에 대해서도 유념해야 한다.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담보하고, 도로를 주행하는 다른 차량과도 조화를 이루며 운행하는 무인자동차여야 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키워드 중 하나는 컴퓨터가 사람 대신 스스로 일을 하는 ‘셀프 (self)’ 라는 개념이다. 애플이 만드는 무인자동차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기대되지만, 한편으론 셀프의 시대가 안전하게 도래할 것인지도 걱정된다.  

 

<필자 소개>

IT 칼럼니스트. <플랫폼이 콘텐츠다> 역자이며 <테크니들>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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