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자 아동 및 청소년의 비만율은 26.0%로 OECD 평균(25.6%)보다 높다. 인스턴트식품, 혼밥 문화 확산,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고열량 음식 섭취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망 위험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분류한다. 비만이라는 질병은 먹거리와 식습관의 개선을 통해 고칠 수 있다. 현대 과학의 눈으로 봐도 놀라울 만큼 과학적인 우리 조상들의 전통 밥상에 담긴 지혜를 동화 형식으로 구성해 소개한다.

영화 '슈퍼 사이즈 미' 스틸컷.
영화 '슈퍼 사이즈 미' 스틸컷.

하루 세끼, 패스트푸드만 먹으면?

“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더욱 빨라진 생활 패턴과 자동차문화의 발달로 차 속에서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가 더욱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패스트푸드가 왜 문제라는 건가요?”

느닷없는 저의 질문에 아빠는 빙긋 미소를 지었습니다.

“글쎄, 왜 그럴까? 지난 2004년 미국에서 개봉한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라는 영화를 보면 그에 대한 답이 가장 잘 나타나 있어.”

그 영화는 하루 세 끼를 패스트푸드만 먹고 한 달 동안 지내며 몸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한 다큐멘터리라고 합니다. 모건 스퍼록이라는 감독이 직접 그 생체실험에 참여하여 촬영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불과 한 달 만에 그의 체중은 11kg이나 늘었고,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급격히 상승한 것입니다.

또한 머리가 깨어질 듯한 두통과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음식물을 토해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대단히 건강했던 그의 몸이 철저히 망가진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 환경단체에 근무하는 어느 환경운동가가 한 달을 예정으로 하루 세 끼 전부를 햄버거 등의 패스트푸드만을 먹는 실험을 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저는 아빠 앞으로 고개를 바짝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그 실험은 당초 예정했던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24일 만에 중단해야 했어. 왜냐하면 실험에 참가한 환경운동가의 건강이 너무 나빠졌기 때문이었지.”

실험에 참가한 환경운동가는 하루 1만 보를 걷는 운동을 한 덕분에 체중은 3.4kg 느는 데 그쳤지만, 체지방은 5.2kg나 증가했답니다. 즉, 근육이 녹아 지방으로 변한 것이죠.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간의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효소수치(GPT)가 3배 이상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또 우울증과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하는 무기력증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답니다. 음식 하나 때문에 그와 같은 여러 가지 나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니 정말 무섭지 않나요?

 

과학 한판 대결! 패스트푸드 vs 전통음식

자, 여기 제가 좋아하는 햄버거 세트 하나와 푸짐하게 잘 차려진 전통음식 밥상이 있습니다. 빠르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와 풍성한 우리 전통 밥상 위의 음식 중 과연 어느 것이 칼로리가 높은지 한번 비교해 볼까요?

얼핏 눈대중으로 보기엔 가짓수 많은 전통 밥상보다 간편한 패스트푸드가 훨씬 칼로리가 적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그릇 하나 가득한 밥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겠지요.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죠.

먼저 전통 밥상의 음식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밥 한 공기에 300㎉, 뚝배기에서 김을 모락모락 내는 된장찌개가 90㎉. 김치 11㎉, 시래기국이 80㎉, 고사리ㆍ시금치ㆍ숙주 나물 세 가지를 합쳐서 120㎉. 밥상 위의 음식을 모두 합쳐보니 601㎉입니다.

다음은 햄버거 세트입니다. 커다란 햄버거 하나가 590㎉, 닭다리 치킨 한 쪽이 337㎉, 프렌치프라이 220㎉, 콜라 한 잔에 100㎉. 거기에다 콘샐러드까지 곁들이면 176㎉ 추가. 이것만 해도 벌써 1,423㎉입니다. 제가 별미로 챙겨먹는 치즈스틱은 아직 포함시키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간편하게 먹는 패스트푸드 세트가 잘 차려진 전통음식보다 훨씬 많은 열량을 가지고 있다니 정말 놀랍네요. 앞의 영화감독과 환경운동가가 왜 그처럼 살이 쪘는지 이제 알 수 있겠죠.

 

패스트푸드의 함정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이처럼 열량이 높다는 사실뿐만이 아닙니다. 굳이 열량만으로 따진다면 전통음식인 한식도 얼마든지 열량이 높은 음식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위의 저 밥상에다 불고기(385㎉)와 삼계탕(800㎉)만 추가해도 패스트푸드 세트보다 총열량이 더 많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칼로리가 아니라 지방 함량입니다. 대개 한식의 경우 총 칼로리의 70~80%를 탄수화물로부터 얻는 반면 패스트푸드 세트 메뉴의 경우 40~50%를 지방으로부터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한식의 경우 총열량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20% 정도이지만 패스트푸드는 그보다 지방 함량이 두 배 이상 높다는 거죠. 이렇게 따질 때 앞에서 예로 든 총열량이 601㎉인 전통밥상의 경우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20㎉ 정도이지만, 1,423㎉의 햄버거 세트는 그 중 570~710㎉가 지방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똑같은 열량을 내는 양을 먹더라도 한식은 지방이 적고 패스트푸드는 지방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담백한 생선에 비해 기름기가 훨씬 많은 돼지고기처럼 말이에요.

“지방이 많은 게 왜 문제가 되나요?”

그 대목에서 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아빠는 기름진 고기를 많이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고 했으니까요.

“우리 두리가 모처럼 아주 좋은 질문을 했는걸.”

저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던 아빠는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나갔습니다.

무슨 음식이든, 먹으면 신체 활동에서 에너지로 사용되는 것 외에 먹은 음식 자체를 소화시키는 데 소비되는 칼로리도 있습니다. 이를 음식 이용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TEF ; Thermic Effect of Food)이라고 하는데, 보통 음식 총열량의 10% 가량을 차지하죠.

만약 1,000㎉의 음식을 먹었다면 이 가운데 100㎉는 소화ㆍ흡수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900㎉가 활동하는 데 사용되거나 몸에 축적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TEF가 인체 에너지원인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에 따라 다르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단백질은 전체 열량의 15~30를 TEF로 사용하고 탄수화물은 10~15% 정도 사용합니다. 그러나 지방은 고작 3~5%밖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 같은 열량의 탄수화물이나 단백질보다 지방의 경우 체내에 축적될 수 있는 열량이 당연히 많아지겠지. 바로 이 점이 패스트푸드의 함정이야.”

아빠의 말에 의하면, 똑같은 열량의 전통음식과 패스트푸드를 먹었다 해도 지방 함량이 훨씬 많은 패스트푸드가 비만을 불러올 위험이 훨씬 높다는 거죠.

정말 아찔한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알려주는 이야기를 들을수록 점점 제 몸이 이상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패스트푸드를 그렇게 먹어댔으니 그런 기분이 들 만도 하죠.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랍니다.

패스트푸드에는 소금이 아주 많이 들어 있습니다. 짜게 먹으면 고혈압, 뇌졸중 등의 병에 걸리므로 좋지 않죠.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나트륨 기준으로 4g 이하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햄버거나 치킨 하나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의 3분의1을 채우게 된다고 합니다.

또 패스트푸드는 풍부한 열량에 비해 칼슘과 철분, 비타민A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의 함량은 적다고 하네요.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이 부족해지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급해집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패스트푸드에는 안정제ㆍ유화제ㆍ보존제ㆍ살균제ㆍ착색제ㆍ감미료ㆍ산화방지제 등의 첨가물과 화학조미료가 들어 있습니다. 이런 첨가물의 50~80%는 몸 밖으로 배설되지만 나머지는 우리 몸에 쌓이게 되는데, 장과 간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심지어 암을 일으킬 위험도 있습니다.

또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나트륨인데, 이런 첨가물이 든 음식을 계속 먹다보면 심할 경우 신경세포막이 파괴되어 뇌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고 보니 요즘 제가 아빠 엄마한테 짜증을 자주 낸 것도 혹시……?

 

<필자 약력>

과학 칼럼니스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 등에 정기적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왕조실록에 숨어 있는 과학’ ‘조선과학실록’ ‘밥상에 오른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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