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의료서비스의 결합을 시도한 부산 온종합병원 암센터의 수술 모습.
공유경제와 의료서비스의 결합을 시도한 부산 온종합병원 암센터의 수술 모습.

협업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빌려쓰는 공유경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지구촌 사람들의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로드>는 공유경제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모델을 알아봤다.

[뉴스로드] 최근 공유경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한 IT스타트업들이 확산되고 있다. 유휴자원을 가진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렌트카 사업을 시작할 경우 다수의 차량을 비롯해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상당한 초기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경우 대여할 차량이나 이를 보관할 부지, 운전을 대행할 기사를 고용할 필요 없이, 유휴차량 보유자와 수요를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공유경제의 특징은 특히 기기·설비 등 엄청난 규모의 초기 비용이 필요한 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휴 의료인력과 장비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많은 사람에게 더 빨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 연세대 의과대학 김성수 교수는 2016년 한 세미나에서 “우버택시, 에어비앤비처럼 의료도 공유경제 네트워크를 구성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현실적인 순익이 아닌 가치 구현을 통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한국 의료계의 현실에 맞는 공유경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부산 온종합병원 암통합치료센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도된 공유경제와 의료서비스의 결합 사례 중 하나다. 온종합병원은 2014년 암센터를 개소하면서 암 치료에 필요한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는 대신 메리놀병원·부산의료원의 보유한 장비를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온종합병원 암센터에서 진단을 내리면 메리놀병원이 보유한 장비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부산의료원이 보유한 PET-CT 등 영상장비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최경현 온종합병원 암센터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 병원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값비싼 시설·장비들과 의료진을 공유함으로써 수백억 원에 달하는 추가 사업비를 들이지 않고도 효과적인 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휴 의료장비를 공유하는 협업구조를 통해 온종합병원은 비용절감, 메리놀병원과 부산의료원은 신규 환자 유치, 암 환자는 치료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얻게 된 셈이다.

중국 모바일 진료플랫폼 '춘위이성'의 모바일 화면.
중국 모바일 의료플랫폼 '춘위이성'의 모바일 화면.

장비 외에도 유휴 의료인력을 공유경제 플랫폼에 끌어들여 진료가 시급한 환자와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중국의 모바일 헬스케어 자문서비스 ‘춘위이성’(春雨醫生)은 사용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의사에게 실시간 원격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공유경제 플랫폼이다. 가벼운 증상의 경우 온라인 질의응답을 참고해 자가진단을 내릴 수도 있고, 복잡한 증상의 경우 원격 진료 후 인근 전문병원에서 적합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받을 수 있다. 미국의 ‘메디캐스트’(Medicast)의 경우 반대로 환자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증상을 입력하면 의사가 2시간 내에 환자를 직접 방문하는 왕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 플랫폼은 사정 상 병원을 찾기 어려운 환자들이나 대기시간이 길어 곤란을 겪는 환자들에게 적시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여가시간을 활용해 진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추가 수익과 함께 개인 브랜드를 강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의료 분야에 불고 있는 공유경제 열풍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두,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3대 IT기업으로 꼽히는 '텐센트'의 최고경영자(CEO) 마화텅은 저서 ‘공유경제’에서 “기존 의료시스템은 병원 의료 설비에 대한 병원의 소유권이 강조돼 수많은 정밀 의료 기기와 설비가 유휴 상태에 놓여있었다”며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이 유동성을 높여 폐쇄적인 진료과정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등급 진료체계 확립을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서비스를 신중한 고민 없이 공유경제와 단순 결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공유경제 의료서비스 플랫폼을 사용하던 환자가 의료사고를 당하게 될 경우, 플랫폼과 의사 중 누가·어떻게 책임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안정성이 우선되는 의료서비스인 만큼 국내에서 공유경제와의 결합이 활성화되기까지는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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