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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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면 화를 잘 내는 나쁜 성격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은 어른들이 괜히 지어낸 거짓말이 아니라 실제 조사보고서에서 지적된 사항이기도 합니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은 어린이들에게서 폭력성이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맛있기만 한 패스트푸드가 그런 나쁜 성격을 만들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죠? 그 주범 중의 하나는 바로 패스트푸드를 먹을 때 항상 같이 마시는 콜라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입니다.

청량음료의 매력은 톡톡 쏘면서도 사탕처럼 달콤한 맛입니다. 달콤하다는 것은 곧 당분이 많다는 의미인데, 청량음료를 많이 마시면 순간적으로 우리 몸속의 혈당도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그처럼 갑자기 오른 혈당을 그냥 두지 않습니다. 곧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당을 갑자기 끌어내리죠. 그렇게 되면 피 속의 포도당인 혈당이 오히려 평소보다 줄어든 저혈당 상태가 됩니다.

우리 뇌의 에너지원은 포도당뿐이어서 뇌는 포도당 없이 움직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갑자기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는 조절기능을 잃게 되겠죠. 어쩔 수 없이 우리 몸은 다시 혈당을 올리기 위해 공격 호르몬이라 불리는 아드레날린을 많이 방출해야 합니다. 이 아드레날린으로 인해 우리는 신경질을 자주 내게 되고 공부도 안 되고 기분이 우울해지거나 불쑥 화를 내게 되기도 하죠.

실제로 일본에서는 1979~1980년 사이에 탄산음료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일본에서 교내 폭력이 시작된 시기도 바로 그때라고 합니다. 패스트푸드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초등학교 자동판매기에서 탄산음료의 판매를 금지시키려는 이유를 이제 알 수 있겠죠?

그럼 단맛을 내는 음식이 숱하게 많은데 왜 탄산음료의 달콤한 맛만 그렇게 문제로 여기는 걸까요. 체내에서는 모든 에너지원이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바뀝니다. 단당류란 쉽게 말해서 당이 하나하나씩 쪼개져 있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때문에 단당류는 몸속에 들어간 즉시 바로 흡수됩니다. 먹은 음식 자체를 소화ㆍ흡수하는 데 소비되는 TEF가 전혀 필요 없는 셈이죠. 반면에 다당류는 당이 여러 개 붙어 있으므로 체내에서 흡수되기 위해서는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쪼개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즉, TEF가 필요합니다.

이만큼 설명했으니 이제 눈치 채셨나요? 그렇습니다. 탄산음료에 들어 있는 단맛은 단당류입니다. 따라서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면 포도당이 체내에 바로 흡수되어 전체 섭취 열량이 높아지고 비만이 될 확률이 높은 겁니다.

 

한 지붕 세 가족 ‘지방 삼형제’

다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패스트푸드가 몸에 안 좋고 살을 찌게 한다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다고요. 하지만 며칠만 안 먹어도 자꾸 생각나고 패스트푸드 상점 근처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 만큼 먹고 싶은 걸 어떡하나요. 마치 한 번 먹으면 끊기 힘들다는 마약처럼 우리를 유혹하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래. 패스트푸드가 마약처럼 계속 먹고 싶은 건 비단 너만이 아냐. 자, 이걸 보라구.”

잠자코 나를 지켜보던 아빠가 갑자기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스크랩북을 뒤적이기 시작합니다. 잠시 후 아빠가 저와 엄마에게 보여준 자료에는 정말 놀라운 사실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미국의 한 대학 교수팀이 연구한 내용이었습니다. 패스트푸드를 쥐들에게 오랫동안 먹인 후 갑자기 공급을 중단했더니 그 쥐들에게서 마약에 중독된 쥐들이 마약을 끊었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설마 누가 몰래 패스트푸드에 마약이라도 탄 것일까요.

“패스트푸드를 갑자기 끊은 쥐들에게 마약중독 증상을 보이게 한 범인이 과연 무엇일까?” 아빠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도 내듯이 엄마와 저를 차례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엄마가 불쑥 대답했습니다.

“혹시 지방 아니에요? 음식의 향과 맛을 증가시켜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는 지방 말이에요.”

“당신, 대단한데. 그런 것도 다 알고…….”

“그런 것쯤이야 주부들에게는 상식이라고요.”

아빠의 칭찬에 엄마는 괜히 으쓱대듯 대답했습니다. 알고 보면 아빠는 이론적으로만 밝았지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아직까지 엄마를 따라갈 수 없나 봅니다.

어쨌든 아빠의 설명에 의하면, 패스트푸드에 함유된 지방을 오랫동안 먹을 경우 모르핀과 같은 마약에 중독됐을 때와 비슷하게 우리 뇌가 변화되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중독증세를 보인다고 합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허기야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옛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겠죠.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갈비집 앞을 지날 때 고기 굽는 냄새라고 합니다. 바로 지방이 타면서 내는 냄새이죠. 오죽하면 ‘중이 고기 맛을 보더니 절의 빈대를 안 남긴다’라는 속담까지 생겨났을까요.

그러니 지방짱인 패스트푸드에 한번 맛을 들이면 정말 마약중독처럼 끊기 힘들 수밖에요. 그런데 지방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지방이 아니라는 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방에는 몸에 해로운 지방뿐만 아니라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도 있습니다. 그런 반면 패스트푸드에 특히 많은 트랜스지방이라는 고약한 지방도 있고요.

그럼 이번에는 지방이라는 같은 지붕 아래에서 각각 따로 사는 한 지붕 세 가족 같은 지방 삼형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지방 삼형제 중 맏이는 구수한 냄새로 우리를 유혹하는 포화지방입니다. 바로 각종 성인병과 비만을 불러일으키는 천덕꾸러기이죠. 어느 것이 포화지방인지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평상시 온도에서 딱딱하게 굳어 있는 지방을 가려내면 됩니다. 즉, 쇠기름이나 돼지기름, 닭껍질, 버터 등이 그것이죠.

생선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성 지방이 포화지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허연 비곗살의 돼지기름도 100% 모두 포화지방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전체 지방 중 포화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불포화지방 비율보다 훨씬 높을 뿐이죠. 따라서 과자나 라면, 초콜릿, 커피 프림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팜유나 코코넛유처럼 식물성 기름이지만 포화지방의 비율이 더 높은 것도 있습니다.

지방 삼형제 중 둘째는 혈관 건강에 좋아 웰빙 지방이라고도 불리는 불포화지방입니다. 포화지방과는 달리 평상시 온도에서 액체 상태이므로 흔히 기름이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올리브유ㆍ콩기름ㆍ참기름ㆍ들기름 등의 식용유와 고등어ㆍ정어리ㆍ꽁치ㆍ청어 등의 등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지방이 바로 그것들이죠.

30여 년 전 덴마크의 의학자인 다이아베르크 박사는 이상한 현상을 한 가지 발견했습니다. 야채나 과일ㆍ곡식을 거의 먹지 않고 생선이나 물개 등 지방이 많은 음식만 먹는 에스키모인들이 혈관 질환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낸 거죠. 그 이유는 생선 기름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이 혈관 질환을 예방해주었기 때문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지방 삼형제 중 막내는 요즘 한창 문제아 취급을 받고 있는 트랜스 지방입니다. 트랜스 지방은 트랜스(trans)란 단어가 의미하는 것처럼 뭔가가 바뀐 지방입니다.

참기름이나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은 공기 중에서 맛과 색이 변하기 쉬우므로 그를 막기 위해 수소를 첨가해 마가린이나 쇼트닝 등 고체와 반고체 상태의 기름으로 만듭니다. 바로 그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게 트랜스 지방인 거죠. 즉, 트랜스 지방은 무늬만 식물성 지방과 불포화지방이지 실제로는 동물성 지방의 포화지방처럼 혈관 건강에 해롭습니다.

튀김요리를 할 때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게 되면 산화되어 쉽게 분해되므로 트랜스 지방이 함유된 식물성 기름을 주로 사용합니다. 프렌치프라이나 치킨 같은 패스트푸드에 트랜스 지방이 많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트랜스 지방은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므로 포화지방보다 더 나쁜 지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는 식품의 영양 표시항목에 트랜스 지방 함량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또 미국의 뉴욕시 보건위원회는 인체에 해로운 트랜스 지방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죠.

지방 삼형제만 자세히 알아도 패스트푸드를 왜 많이 먹지 않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겠죠.

 

‘초원의 집’에 알맞은 우리 몸

저처럼 몸이 뚱뚱한 소아비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단지 외모상으로 보기 싫다는 점일까요. 아닙니다. 뚱뚱한 사람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질병 발생의 위험도가 고혈압은 4배, 당뇨병은 무려 10배나 높아집니다. 또 체중이 정상에 비해 25% 높으면 사망률은 39% 증가합니다.

혈압이란 혈관 내의 혈액이 혈관벽을 미는 압력인데, 고혈압은 평균적인 혈압보다 높은 증세를 말합니다. 고혈압은 시작된 후에도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심해지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등의 다른 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에 비해 당뇨병은 체내로 들어온 당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소변으로 그대로 배출해 혈당치가 높아지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피로를 자주 느끼고 체중이 줄어들며, 동맥경화와 시력 저하 등의 여러 가지 질병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어린이니까 그런 일과는 아직 상관이 없다고요? 하지만 어릴 때 비만이 생기면 세포 수가 증가해 어른이 되어서도 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또 앞에서도 말했듯이 요즘은 비만이 생긴 어린이에게도 당뇨병과 고혈압 등 어른들이 걸리는 성인병 증상이 흔히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빠의 말씀에 따를 수밖에요.

갖가지 나물과 된장찌개, 김치……. 과연 저런 ‘초원의 집’ 같은 채소만 먹고도 학교와 학원을 오갈 수 있을까요.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 틈틈이 컴퓨터 게임도 하며 아빠와 함께 운동장을 도는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우리 조상들은 곡식과 채소만 먹고도 잘 살아 왔단다. 어떻게 보면 사람은 해부학적으로도 채식에 적합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저의 고민을 눈치라도 챘는지 아빠는 인간에게 채식이 적합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호랑이나 사자의 이빨을 본 적이 있지. 그런 육식동물들은 다른 동물의 살을 뜯어먹기 위해서 뾰족하고 강한 송곳니가 발달되어 있는 거야.”

그러나 초식동물들은 식물을 씹어 먹기 위해 상하좌우 운동을 할 수 있는 어금니가 발달되어 있다는 거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아빠 말처럼 우리 인간도 음식물을 씹을 때 초식동물처럼 상하좌우 운동을 합니다. 어금니가 없어 단지 상하 운동만을 하는 육식동물과는 확실히 다르죠.

또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은 소화기관의 생김새도 다르다고 합니다. 동물의 살은 빨리 썩으므로 몸 안에 오랫동안 머물면 피를 오염시키고 수많은 독성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때문에 사자나 늑대 등은 몸길이 3배 정도의 매우 단순하고 짧은 소화기관을 갖고 있습니다. 그 생김새도 내부가 매우 매끈해 동물의 살이 달라붙기 어렵죠.

이에 비해 초식동물은 질긴 식물을 완전히 소화시키기 위해 소화기관이 몸길이의 8~10배 정도로 매우 깁니다. 또 먹은 음식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소화기관의 생김새도 내부에 수많이 굴곡이 있죠. 인간의 내장도 이처럼 길고 굴곡이 많은 걸 보면 틀림없이 채소와 곡류를 소화시키기에 적합한 구조입니다.

위의 산도를 비교해 보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식동물의 위는 초식동물보다 10배나 강한 염산을 분비합니다. 그건 온갖 세균과 노폐물이 있는 동물의 살을 높은 산도로 살균해야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식물은 먹는 초식동물은 살균할 필요가 거의 없으므로 위의 산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인간도 초식동물과 비슷한 위의 산도를 지니고 있다고 하네요.

그럼 채식을 주로 해온 우리 민족에 비해 육식을 많이 하는 서양인들의 경우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에 대한 해답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다른 체형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신체 구조를 보면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편입니다. 채소나 곡식을 주로 먹으므로 장이 길게 발달하여 허리가 길어진 것이죠. 이에 비해 오랜 세월 동안 육식 위주의 음식을 먹은 서양인은 동양인에 비해 장이 짧아서 허리가 짧은 편입니다. 그래서 상체보다 하체가 길게 보이는 체형이 된 것이죠.

아빠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제 더 이상 패스트푸드를 고집할 이유도, 전통밥상 속의 음식을 거부할 핑계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필자 약력>

과학 칼럼니스트.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발행하는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 등에 정기적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저서로 ‘조선왕조실록에 숨어 있는 과학’ ‘조선과학실록’ ‘밥상에 오른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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