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은 공짜, 묻지도 따지지도 마시라"

동묘앞에는 각종 물건을 파는 좌판과 가게들로 즐비하다

 

[뉴스로드] 9일 오후 3시 소요산행 전철을 타고 동묘역에 내렸다. 동묘역 3번 출구를 나오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다.
동묘역 3번과 4번 출구 근처는 벼룩시장, 만물상의 천국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이런 풍경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 한마디로 눈요기거리로 가득하다. 도로 양 옆으로는 각종 물건을 파는 좌판과 가게가 즐비했다.

인도 한편에는 구형 카메라 수십 대가 좌판에 놓여있었다. 좌판에는 90년대 초반 제품인 캐논, 니콘 등이 진열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웬만한 집에서는 소장했을 소형 카메라는 물론 지금의 슬림한 형태의 카메라가 아닌 둔탁한 형태의 카메라 등이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 옆에는 각종 케이블선, 잡화, 이어폰 등이 놓여 있었다. 

좌판 주인이 물끄러미 이쪽을 바라본다. 주인은 무심한 표정이다. "골라봐요 싸게 줄테니"라고 한번쯤 말을 건넬 법하지만 호객 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

맞은 편 가게에는 공구와 소모품만을 파는 곳으로 일명 ‘공구 다이소’라고 불리울 만큼 물건이 다양했다. 공구 가게를 지나치자 시계가 가득한 좌판이 나타난다. 모두 아날로그 시계다. 영어로 롤렉스라고 쓰여진 시계도 보였다. 아마도 가짜 롤렉스일 것이다.  이 좌판의 주인은 호호백발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마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손님은 70대로 연로해보였다. 그러보고니 좌판에 아나로그 시계가 많은 이유가 짐작이 갔다. 노인 분들에게 수요가 있는 거였다. 

동묘앞 좌판에 각종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동묘앞 좌판에 각종 물건들이 진열돼 있다.

 

길을 따라가 걷다보니 없는게 없다는 표현이 맞을 만큼 온갖 물건들이 넘쳐난다. 세월이 오래된 음반부터 도서, 의류, 시계, 가방(명품), 신발, 도자기, 냄비, 전화기, 핸드폰, 각종 악기에 노트북까지 팔고 있었다.  희귀하지만 영화 팸플릿만 파는 좌판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쥔장의 표정이었다. 일반 가게 주인과 달리 이곳의 쥔장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어떤 쥔장은 좌판을 벌여놓고 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이도 있었다. 물건을 훔쳐가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열심히 떠들며 제품을 설명하는 상인을 만났다. 천연비누과 약을 파는 상인이었다. 이 상인은 비누의 효능을 설명하며 물건을 파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좌판 주인마다 노하우가 있는 듯 보였다. 의류의 경우 몽땅 쏟아놓고 손님들이 골라가게 하는좌판이 있는가 하면 구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좌판도 있었다. 가격은 천원부터 5천원까지 들쭉날쭉했다.

좌판을 운영하는 한 아주머니께 "장사가 잘 되시냐.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요즘은 주말에 가족 나들이객은 물론 젊은 학생들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하루 수입이 얼마 되냐고 물으니 “그건 알아서 뭐하게”라며 슬쩍 말꼬리를 흐린다.
 

영화 팜플릿을 파는 좌판 모습
영화 팸플릿을 파는 좌판 모습

 

구제 의류를 파는 가게에는 손님들 대부분이 20~30대 남자들이었다. 구제 의류 가게에 찾아온 김모씨는 “친구들과 구제 의류를 구입하기 위해 동묘를 찾았다. 맘에 드는 청쟈켓이 있어서 구입할 건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며 구입을 망설였다.

동묘에서 청계천 방면으로 걷다보니 한 외국인이 소형 노트북을 사기 위해 흥정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주인은 2만5천원을, 외국인은 가격을 깎아 달라고 요구했다. 흥정 끝에 결국 주인이 2천원의 가격을 깎아주자 만족해하며 대금을 치렀다. 

골목을 걷다보니 옛 주화나 지폐, 뱃지, 마크 등을 파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는 물건을 팔기도 하고 사기도 한다. 뱃지는 주로 군부대용이 대부분이다. 88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 뱃지도 있었다. 이 뱃지의 가격은 개당 3천원. 이 가게는 물건마다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주인 아저씨는 "스티커는 제품의 가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보니 가게 안에는 CCTV도 설치돼 있었다.

걷다 보니 고기 튀김을 파는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 식당은 돼지고기 튀긴 요리가 유명한 곳이란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식당 밖으로 기다리는 손님이 줄을 이었다. 그 옆에는 백반을 파는 식당도 있었다. 백반가격은 4500원. 요즘 물가에 비하면 싼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기 마지막 팁 하나, 이곳 벼룩시장에는 현찰을 준비해야 한다. 거의 모든 물건들이 '현찰 박치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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