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꽃무릇

내가 보려고 해도 너는 없었지. 네가 보려고 해도 나는 없겠지. 서로를 위하여 사라져 가야 하는 서로를 위해서 사라져야 볼 수 있는.

너와 나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할 수 없는 애틋한 꽃이 있다. 맑은 하늘과 태양을 감싸 안으며 붉은빛으로 피어나는 ‘꽃무릇’ 이다.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어 서로를 그리워 한다는 상사화(相思花)속으로 수선화과이며 속명 리코리스(Lycris)는 바다의 여신 리코리스의 이름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석산”이라고 수록되어 석산이 표준이름이고, 정명(正名)이라 하겠다. 석산(石蒜)은 생약명으로서 알뿌리가 돌(石)처럼 단단한 마늘(蒜)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석산이라는 이름보다 많은 사람들이 부르고 좋아하는 이름은 꽃무릇 이다.

꽃무릇은 법화경 서품에 등장하는 하늘의 귀한 꽃 만수사화(曼殊沙華)로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하실 때 하늘에서 꽃잎이 꽃비가 되어 무수히 내렸다 한다.

세속의 여인을 사모했던 스님이 그리움을 어찌할 수 없어서 절 근처에 심고 그리움을 달랬다는 꽃, 스님을 사모한 아가씨가 상사병으로 절 근처에 묻어 주었는데 그리움을 안고서 나왔다는 꽃, 그래서 사찰 근처에 많다는 전설이 있다.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 ‘슬픈 기억’이다. 피를 토하듯이 피어난 꽃을 보노라면 애절함과 가슴 아린 슬픔에 애증이 깃들어 있다 하늘을 감싸 안으려는 저 자태에는 그리움과 다정함이 있다. 너무 정(情)이 많아 한(恨)이 깊고, 한이 깊어서 정이 많아서 인가. 가을바람의 초대로 피어난 꽃은 잎도 없는데 어찌 그리도 탐스럽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가. 잎도 없는데 어찌 그리도 붉은빛을 토해내는가.

아마도 잎이 없는 여름날에 백여 일 동안 땅속에서 서로 교감하고 사랑을 나누었나 보다. 땅속에서 모든 것을 주었기에 불타오르는 정열의 자태가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대변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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