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빌려쓰는 공유경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지구촌 사람들의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로드>는 공유경제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모델을 알아봤다.

사진=하품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하품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 점차 멀어지고 있다. 특히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들에게 수억 원을 호가하는 ‘인서울’ 아파트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독립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는 내 집은 커녕 수천만원이 넘는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고질적인 병폐가 돼버린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공유경제’의 아이디어를 접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주거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공간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부터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거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복원을 꿈꾸는 공유주택까지, <뉴스로드>가 다양한 공유주거의 아이디어를 알아봤다.

높은 부동산가격때문에 국내에서는 독립 주택이 공동시설을 나눠쓰는 코하우징(Cohousing)보다는, 독립 침실과 공용공간으로 구성된 셰어하우징(Sharehousing)이 일반적인 공유주거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민간기업이 주택을 구매·임대한 뒤 이를 셰어하우스로 꾸며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 및 주택관리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고, 세입자 입장에서도 저렴한 비용에 안정적인 주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난해 6월 강남역 인근에 사회초년생을 위한 공유주거공간을 외치며 문을 연 셰어하우스 ‘하품’은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공유주택의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으로 5~10명이 함께 생활하는 다른 셰어하우스와는 달리 하품은 약 170평 규모의 대저택에 40여명의 입주자가 함께 사는 대형 셰어하우스다. 규모가 큰 만큼 주방, 욕실 등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와는 달리 1층 카페와 공동 정원 등 이용 가능한 공유시설의 가짓수도 늘어났다. 35세 이하의 젊은 입주자들이 대부분인 만큼 주기적인 파티와 소규모 모임, 스타트업을 지망하는 입주자들을 위한 특별 강연 등 커뮤니티 활동도 지원된다.

민간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셰어하우스가 또 다른 형태의 임대사업으로 비춰진다면, 거주자들이 함께 공유주택을 만들어가는 ‘협동조합주택’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한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이 대표적이다. 구름정원사람들은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8인이 함께 출자해 건설한 협동조합주택으로, 개별 면적은 17~18평으로 넓지 않지만 공동보일러실·공동세탁실 등을 통해 공간 활용도를 최대한 높였다. 

협동조합주택은 설계부터 거주자의 필요를 반영하기 때문에, 획일적인 일반 주택과 달리 다양한 개성과 취향이 살아있는 주거공간을 만들 수 있다. 커뮤니티 룸과 공용테라스, 거주자들이 함께 운영하는 1층 카페에서는 공간을 넘어서 생활까지 공유하는 공유주택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구름정원사람들처럼 직접 공유주택을 건설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되는 청년세대들이 초점을 맞춘 협동조합주택도 있다. 청년주택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은 조합에서 주택을 장기임대한 뒤 이를 조합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재임대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의 협동조합주택 ‘달팽이집’은 약 100만원의 보증금에 40만원 정도의 월세로 입주가 가능해 거주비용이 모자란 청년세대를 위한 안정적인 보금자리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세입자가 곧 조합원인 만큼, 거주공간의 운영 및 관리에 거주자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물론 공유주택의 빠른 확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공유주택의 경우 보증금은 적고 계약기간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대료가 생각보다 저렴한 편은 아니다. 비용문제로 고민 중인 젊은 세대라면 욕실과 주방 등을 공유하는 것에 비해 임대료가 그다지 낮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달팽이집과 같은 협동조합주택의 경우 서울시의 사회투자기금 등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은 사례다. 청년들이 직접 자립형 공유주택을 세우고 운영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공유주택의 장점을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만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유주택은 단순히 공동공간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주거형태에서 사라진 공동체를 부활시킨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단절된 공간에서 고립된 생활을 강제하는 다른 주거형태와 달리, 공유주택은 입주자들의 교류를 지원함으로서 함께 산다는 의미를 체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이제 막 육아를 시작한 젊은 부부라면 공유주택 커뮤니티의 공동양육을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만 하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