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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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원조는 한반도

알고 보면 사실 쌀만큼 완벽한 곡물도 없습니다. 지금이야 농사 기술이 발달해 쌀이 흔해졌지만, 예전에는 아주 귀한 사치품 취급을 받았습니다. 웬만한 가정에서는 쌀밥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였죠.

그건 벼가 재배하기 아주 까다로운 작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쌀 미(米)자가 의미하는 것처럼 88번의 손길을 거칠 정도로 많은 노동력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작물이었죠.

“그럼 혹시 벼농사의 원조가 우리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니?”

아빠의 말에 의하면, 이런 사실은 지난 1998년 4월 충북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 위치한 구석기 유적지에서 볍씨 59톨이 발견되면서 밝혀졌다고 합니다.

벼농사의 시초는 이제껏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된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황하 유역과 양자강 유역에 있는 유적에서 발굴된 볍씨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죠. 또 중국 후난성 유적에서 출토된 볍씨가 1만1천년 전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국제적으로 가장 오래된 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소로리 볍씨는 탄소연대측정법으로 조사한 결과 약 1만3천~1만5천년 전의 볍씨로 밝혀졌습니다. 이제까지 발견된 볍씨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판명되었죠.

그럼 혹시 이 볍씨는 농사를 짓던 것이 아니고 야생에서 스스로 자라난 야생벼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1만5천년 전은 구석기 말의 빙하기 끝무렵인데, 아열대 식물로 알려진 벼가 그런 추운 기후에서도 자랄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확인 결과 소로리 볍씨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배 벼의 볍씨가 분명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소로리 볍씨의 벼 줄기에 볍씨가 달리는 꼭지 부분을 분석한 결과 연장으로 베어낸 흔적이 있었으며, 소로리의 다른 유물 중에서 재배 연장으로 추측되는 흠날 연모가 발견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냉해 실험을 통해 벼가 자랄 수 있는 최저 온도를 실험한 결과 13도에서도 70% 이상이 발아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습니다. 즉, 소로리 볍씨는 야생종에서 재배 벼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의 순화벼로서, 그 당시의 추운 기후에서도 벼의 재배가 가능했다는 결론을 얻은 셈입니다.

“이로써 벼가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이때까지의 학설을 뒤엎고 오히려 벼농사의 원조는 한반도라는 학설이 가능해졌어. 어때, 두리야. 세계에서 벼농사를 가장 먼저 시작한 쌀의 원조 국가인 대한민국이 정말 자랑스럽지 않니?”

아빠 설명을 듣고 보니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원조 국가에서 쌀의 소비가 점차 감소하고 쌀의 소중함을 잘 몰라주었다니 쌀의 입장에서는 정말 억울할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 친구들이 나서서 이런 쌀의 억울함을 없애주고 사랑해주는 게 어떨까요.

 

백미와 현미의 차이

“우리 두리도 이젠 제법인데. 쌀을 사랑하자는 말까지 하고 말이야.”

아빠는 대견스러운 듯 저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습니다. 밥보다 햄버거와 라면을 훨씬 더 좋아하는 저에게서 그런 말이 나왔으니 놀랄 만도 하죠. 하지만 아빠의 다음 말에 저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백미로 지은 하얀 쌀밥이 좋을까 아니면 누르스름한 현미밥을 먹어야 할까?”

사실 저는 쌀밥이라고 하면 하얀 쌀밥만 먹어보았지 누런 현미밥을 먹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어쩌다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가면 현미밥을 내놓긴 하지만, 꺼칠꺼칠한 맛이 싫어서 입에 잘 대지도 않았거든요.

더구나 현미가 백미와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잘 모르구요. 이런 저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이번에는 엄마가 대신 입을 열었습니다.

“그야 당연히 현미밥을 먹어야죠. 그렇지 않아도 지금 먹고 있는 쌀이 다 떨어지면 현미를 살려고 그랬어요.”

아빠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 엄마는 저에게 현미와 백미의 차이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현미는 수확한 벼를 건조시켜 탈곡한 후 고무롤러로 된 기계로 겉껍질만 벗겨낸 쌀이지. 그에 비해 백미는 현미를 한 번 더 도정하여 속껍질과 쌀눈까지 없앤 쌀이야.”

여기서 도정이란 낟알을 찧어 껍질 등의 등겨층을 벗겨내는 작업을 말한다고 합니다. 즉, 현미는 1차 도정을 한 쌀이고, 백미는 2차 도정까지 하여 하얀 알맹이만 남은 쌀이죠. 왕겨만을 제거한 현미와 쌀눈과 속껍질까지 완전히 제거한 백미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건 아주 간단해. 땅에 심어보면 되니까 말야. 현미를 땅에 심으면 싹이 나오지만 백미는 땅에 심어도 싹이 나오지 않아. 쌀눈이 없으니까 당연히 싹을 틔울 수 없지.”

엄마 말대로라면 현미는 살아있는 음식인 반면 백미는 죽은 음식인 셈입니다. 앞에서 쌀이 우리 몸에 좋다고 한 것도 단순히 백미가 아니라 현미를 말한 것입니다. 그럼 왜 맛있는 백미밥보다 꺼칠꺼칠하고 누르스름한 현미밥이 더 좋은 걸까요.

우선 2차 도정을 할 때 백미에서 떨어져 나가는 쌀눈은 영양의 보고라 할 만큼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백질과 비타민, 지질 등의 영양소가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죠. 쌀눈에만 쌀 한 톨 전체의 66%나 되는 영양이 들어 있다고 하니, 백미를 먹는 것은 영양분을 다 빼버리고 먹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또 속껍질과 호분층 등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미는 백미에 비해 식이섬유가 9배가 많습니다. 식이섬유란 사람의 소화효소가 분해하지 못하는 탄수화물입니다. 따라서 예전에는 인체에 불필요한 물질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몸 안에 들어와도 소화가 되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요.

그러나 이제 식이섬유는 우리들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영양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비만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또 장에서 소화 흡수되지 않으니 대변의 양을 늘려 변비를 방지해주고, 장내 유해물질을 흡착시켜 함께 배설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는 장내에서 콜레스테롤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 혈중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고혈압인 우리 아빠가 특히 현미밥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답니다.

그밖에도 현미에는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식물성 기름과 리놀레산,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영양적으로 완벽한 식품입니다. 현미만 먹어도 영양실조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죠.

엄마 말을 듣고 보니 씹기가 좀 힘들고 당장 입맛에 맞지 않긴 해도 이제부터 저도 현미밥을 먹어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이처럼 쌀에 대해서만 정확히 알아도 우리 몸이 정말 건강해질 것 같지 않나요.

아참, 그러고 보니 빼먹은 게 하나 있네요. 벼는 우리 몸에 이처럼 좋은 쌀만 생산하는 게 아니라 환경에도 지대한 공헌을 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우리 국토의 10%를 차지하는 전국의 논에서 벼가 자라면서 배출하는 산소의 양은 연간 1천6백만 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5천8백만 명의 사람들이 1년간 숨쉴 수 있는 양인데, 우리나라 인구 전체가 실컷 마시고도 남겠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논에는 벼가 먹고 자랄 수 있는 물을 항상 채워 놓아야 합니다. 그로 인한 논 전체의 홍수 조절 능력은 물 23억 톤에 달합니다. 또 논 밑의 지하수는 모두 158억 톤으로서,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수돗물 사용량의 2.7배에 달합니다. 쌀은 이래저래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기특한 음식인 셈입니다.

 

밥을 맛있게 짓는 무쇠솥의 비밀

밥을 짓는 도구는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해왔습니다. 장작을 때던 옛날에는 부엌의 커다란 가마에 밥을 했고, 연탄불을 사용하던 시절엔 냄비에 밥을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엔 가스레인지에서 압력솥으로 밥을 짓거나 전기밥솥을 주로 사용하죠.

그럼 이 가운데 가장 밥맛이 좋은 건 무엇일까요? 이를 알아보기 위해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실험을 했습니다. 일반인 4백명 가운데서 신맛ㆍ단맛ㆍ쓴맛ㆍ짠맛 등 네 가지 맛을 잘 판별하는 시식단 10명을 선발했습니다. 그런 다음 무쇠솥과 냄비, 압력솥, 전기밥솥, 돌솥에 각각 밥을 지어 시식단에게 먹이고 점수를 매기게 한 거죠.

그 결과 밥맛이 좋은 것은 무쇠솥밥>돌솥밥>압력솥밥>전기밥솥밥>냄비솥밥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부엌을 지켜온 무쇠솥의 명성이 재차 확인된 것입니다. 그럼 과연 무쇠솥이 밥을 맛있게 짓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그 원리는 바로 과학에 숨어 있었답니다. 무쇠솥의 솥뚜껑은 웬만한 사람이 번쩍 들어올리기 힘들 정도로 무겁습니다. 때문에 부엌에서 밥을 짓던 옛날 여인들은 솥을 열 때 솥뚜껑을 들어 올리지 못하고 단지 뚜껑을 슬며시 옆으로 밀어야 했죠.

솥뚜껑을 그렇게 무겁게 만든 건 사람을 고생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밥맛을 맛있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통 물은 1기압에서 100℃가 되면 끓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거운 솥뚜껑으로 인해 솥 안의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무쇠솥 안의 기압은 1기압 이상으로 올라갑니다. 기압이 커지면 끓는점도 높아지므로 그렇게 되면 물의 온도도 100℃ 이상으로 올라가 높은 온도에서 쌀을 빠르게 익힙니다. 때문에 무쇠솥의 밥은 찰기와 윤기가 좋아져 밥맛도 좋아지게 되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또 하나의 비밀은 무쇠솥의 특이한 구조 속에 숨어 있습니다. 무쇠솥의 바닥은 가운데가 두껍고 가장자리로 가면서 점차 얇아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바닥 중심이 가장자리보다 2배 가량 두껍죠. 또한 바닥의 표면적이 매우 넓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것도 특징입니다.

이는 열전도 현상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불에 가장 가까이 닿는 부분은 두껍게 하고 먼 부분은 얇게 하여 열이 고르게 솥 안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한 거죠. 이처럼 바닥 전체에 열이 고르게 전달되어 내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무쇠솥은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밥을 짓는 무쇠솥 하나에도 이런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 줄은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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