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빌려쓰는 공유경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지구촌 사람들의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로드>는 공유경제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모델을 알아봤다.

테드(TED) 강연 중인 온라인 공개강의 서비스 '코세라' 공동설립자 다프네 콜러 교수. 사진=테드 홈페이지 갈무리
테드(TED) 강연 중인 온라인 공개강의 서비스 '코세라' 공동설립자 다프네 콜러 교수. 사진=테드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로드] 대학 새내기 A씨는 새로 듣게 된 경제학 수업 과제 때문이 고민이 많다.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에게 교수가 매주 내주는 과제를 혼자 해결하기는 힘에 부쳤기 때문. 친구들에게 물어도 답을 알려줄 뿐, 속 시원히 원리를 깨우치기 어려웠던 그는 우연히 보게 된 모바일 과외서비스를 이용해 볼 마음을 먹었다.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적합한 선생님을 맞춤 매칭해준다는 어플리케이션의 소개에 따라 과제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올렸다. 곧 경제학 박사과정 중이라는 한 튜터와 매칭된 A씨는 막혔던 부분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돕기 위한 레퍼런스까지 충실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잉여들의 반란’으로 묘사되는 공유경제는 유휴 자원을 공유해 사회적 낭비를 막고 효용을 극대화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숙박과 차량 중심으로 시작된 공유경제는 이후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 - ‘재능’을 공유하는 사업으로까지 확장됐다. 이미 국내에서도 숨고, 크몽, 탈잉 등 여러 재능공유 플랫폼을 통해 스포츠,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에 취미생활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재능공유는 점차 한국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인 교육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학원과 인터넷 강의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사교육 시장에 점차 학생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 공유플랫폼이 기지개를 펴면서, 일각에서는 사교육 시장이 공유경제 성장에 따라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와 교육서비스가 접목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온라인 강의서비스다. 한국에서는 EBS와 각종 입시학원을 통해 이미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돼있지만, 특정 업체가 교육컨텐츠를 제작해 판매하는 시스템을 공유경제라 보기는 어렵다. 이와 달리 해외에서는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 교육의 기회가 제한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준 높은 강의를 공유경제 플랫폼을 통해 공개하는 형태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대형 공개 온라인 강의)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다.

사진=코세라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코세라 홈페이지 갈무리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지난 2012년 스탠포드대학 컴퓨터과학과 앤드류 응 교수와 다프네 콜러 교수가 설립한 코세라(Coursera)가 있다. 코세라에서는 설립자들의 전공인 컴퓨터과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 및 예술 등 다양한 전공의 강의를 무료로 접할 수 있다. 현재는 약 190개국 100개 대학에서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수강생 수도 지난해 기준 2400만명을 넘어섰다. 

코세라에서는 단순히 원하는 강의를 찾아보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대학을 다니는 것처럼 매주 5~6개의 강의를 듣고 주말평가를 치르며 자신의 성과를 점검할 수 있다. 강의는 짧게는 4주에서 길게는 6개월 과정으로 구성돼있으며, 유료 회원으로 등록할 경우 수료증을 발부받을 수도 있다. 코세라에 강의를 제공 중인 일부 대학에서는 협업을 통해 온라인 학위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코세라의 설립자인 콜러 교수는 TED 강연에서 한 대학의 신입생 등록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려 학부모 한 명이 사고로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1세대 MOOC를 시작하게 된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콜러 교수는 “오늘날 고등교육을 받기 원하고, 받을 자격이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며 코세라를 통해 최상의 교육을 많은 이들에게 개방할 경우 교육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밝혔다. 

또 다른 형태의 공유교육서비스는 학생과 교사를 매칭해주는 P2P 교습서비스다. 해외에서는 리차드 워비와 지아민 종이 지난 2014년 공동 설립한 스터디풀(Studypool)이 대표적이다. 스터디풀은 학생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플랫폼 상에 공유하면 해당 문제에 정통한 전공자가 적절한 답변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개당 5달러에서 50달러까지 금전적인 보상이 제공되고, 스터디풀은 약 20%의 중개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스터디풀은 이미 설립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약 120만 달러의 초기자금을 유치했으며 4만명의 학생이 등록하고 15만개 이상의 질문이 올라오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사진=튜터링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튜터링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에서는 튜터링, 위스왓 등 플랫폼이 교육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튜터링은 지난 2016년 영어교습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교육플랫폼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튜터링은 기존 전화영어업체들이 현지에 콜센터를 세우고 강사를 채용하는 것과 달리, 그러한 중간 비용을 절약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타국의 강사들과 국내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위스왓은 개인 과외교습을 중개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영어 교육에 특화된 튜터링과는 달리 위스왓은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토익, SAT, 중국어, 피아노, 컴퓨터 등 다양한 과목에 대한 과외교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과외시장에서 교사의 경력이나 과외비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반면, 위스왓은 이러한 불투명성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학부모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서민 가정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돼버린 사교육 열풍 속에서 공유경제를 활용한 교육서비스의 확산은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공유경제와 교육의 결합이 기존 사교육의 개선이 아닌 개악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스터디풀과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학생의 사고능력을 향상시키기보다는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 공유경제의 결합이 새로운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시장과 수용자뿐만 아니라 정책을 관장하는 각급 부처까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