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혁명] 과학 한판 대결! 김치 vs 기무치
[밥상혁명] 과학 한판 대결! 김치 vs 기무치
  • 이성규
  • 승인 2018.10.02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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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김치에 관해 기록한 문헌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약 3천년 전에 나온 중국 최초의 시집 ‘시경’입니다. 거기에 보면 ‘밭두둑에 외가 열렸다. 외를 깎아서 저(菹)를 담가 조상께 바치면 자손이 오래 살고 하늘의 축복을 받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저’가 바로 김치의 시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김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문헌상으로는 고려 중엽 때 이규보가 지은 ‘가포육영’이란 시에 ‘염지’라는 용어로 처음 등장하죠. 중국에서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적신다는 뜻의 ‘저’가 우리나라에서는 ‘지’로 변한 것입니다. 지는 오늘날 장아찌나 오이지처럼 짠맛이 강한 건더기만을 건져 먹는 채소 발효식품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러면 김치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그 유래는 한자어로 된 ‘침채(沈菜)’라는 단어입니다. 침채란 말 그대로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팀채나 딤채로 발음되다가 짐채→김채→김치로 변한 것으로 추정하는 거죠.

이처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오래 전부터 함께 해온 김치는 우리의 주식인 밥과 가장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 꼽힙니다. 밥으로부터는 에너지를 얻고 김치의 재료인 채소로부터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겨울에는 채소가 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을에 생산된 채소를 이듬해 봄까지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발명해낸 것이 바로 김치입니다.

김치의 또 하나 좋은 점은 당질이나 단백질,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는 적은 대신 칼슘과 인이 비교적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과 인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쌀밥과 김치만 함께 먹어도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니 새삼 우리 조상들의 지혜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좋은 음식을 우리 국민만 몰래 먹는다는 게 미안할 정도이죠. 하지만 김치는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음식이 아닙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김치를 즐겨 먹고 있습니다.

“두리야, 혹시 일본 출신의 메이저 리거인 스즈키 이치로 선수를 알고 있니?”

“물론이죠. 일본 최고의 타자로서 메이저 리그에 진출하자마자 타격왕을 거머쥐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유명한 선수인 걸요.”

“맞았어. 그런데 이치로도 시합이 없을 때는 한국 식당을 찾아 김치를 즐겨 먹는다고 하더구나.”

아빠는 이치로가 가장 즐겨 먹는 한국 음식이 김치찌개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혹시 야구장에서 그가 힘차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것도 김치의 힘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 냄새가 난다고 천대받고 혹은 도시락 반찬 가운데 제일 인기가 없었던 예전의 김치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몇 년 전 조사에 의하면 김치를 먹는 나라는 모두 111개국으로 나타났습니다. 유럽의 시골 마을에 있는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굴로서, 135개국에서 먹고 있다고 합니다. 굴이 글로벌 음식 1위라면 111개국에서 먹는 김치는 글로벌 음식 5위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김치의 총 수요량 중 80%가 일본의 기무치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전통음식인 김치가 일본의 기무치로 포장되어 더 많이 팔리고 있다니 어째 좀 억울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

하지만 2007년 1월 1일부터 김치의 영문표기인 ‘kimchi’가 니스국제상품 분류목록에 등재되었으니, 앞으로는 일본의 기무치를 누르고 전 세계적인 식품으로 발전하기를 빌어봅니다.

기무치는 원래 일본의 전통 야채절임 음식인 ‘즈게모노’의 일종이었습니다. 즈게모노 중에서도 하룻밤 정도 야채를 소금에 절인 후 담백한 양념을 넣은 아사츠케와 비슷하죠. 발효를 시키지 않고 먹는 야채절임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겉절이와 닮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다 우리나라의 김치가 외국 시장에서 많이 팔리자 김치와 유사하게 자기네들의 입맛에 맞게끔 바꾸어서 만들어낸 것이 바로 기무치입니다. 기무치란 명칭 자체가 김치를 일본말로 발음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기무치의 형태나 맛은 실제로 김치와 비슷합니다. 다만 기무치는 매운 맛이 덜하고 김치보다 더 달짝지근한 게 특징이죠. 또 김치처럼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과산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인공적인 산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냅니다. 그건 젖산 발효가 일어나 얻어지는 신맛을 일본인들이 전통적으로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자연발효가 일어나는 김치와 인공적인 산을 넣은 기무치 중 어느 것에 더 유익한 성분이 많을까요? 이에 대한 실험은 일본 후지TV에서 한국산 김치와 일본 기무치의 유산균 수를 비교한 적이 있습니다.

비교 실험 결과, 김치에는 1g당 8억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는 반면 기무치인 아사츠케에는 1g당 480만 마리가 들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김치의 유산균 수가 일본 기무치보다 무려 167배나 많은 셈이죠.

김치의 경우 젓갈에 들어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여러 가지 다양한 재료들이 많아 이처럼 엄청난 양의 유산균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또 이 유산균은 위산에 강해서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장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김치는 발효가 자연과정에 의해서 진행될 때만 특유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기무치처럼 김치에 항생제나 중화제, 방산제 등 인공 첨가물을 넣으면, 자연발효를 주도하는 미생물의 활동과 번식이 억제되어 이상 발효를 일으킴으로써 그런 맛이 나지 않습니다.

김치와 기무치 중 어느 것이 맛과 영양 면에서 더 뛰어난지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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