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가수 싸이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가수 싸이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지난 1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및 보수언론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야권은 정부가 북한 눈치를 보며 행사 규모를 축소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군 장병이 주인공이 되는 행사를 기획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 건군 70주년 vs 65주년 기념식 차이점은?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은 과거와는 다른 시도들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무엇보다 5년 주기로 시행되는 대규모 도심 시가행진이 빠지면서 행사 규모가 예년에 비해 축소됐다. 시간대도 사상 최초로 저녁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으로 옮겨 군 장병 가족들이 함께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싸이 등 연예인들이 참여해 화려한 축하공연을 펼치면서 장병들이 직접 참여하는 모습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는 건군 65주년이었던 지난 2013년 국군의 날 기념식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65주년 기념식의 경우 성남 서울공항에서 약 1만1000명의 장병을 비롯해 지상 장비 190여대, 항공기 120여대 등 최신 군장비가 참가해 대규모로 치러졌다. 특히 현무Ⅱ 탄도미사일, 현무Ⅲ 장거리 순항미사일, 해안포 부대 타격용 스파이크 미사일 등 최신 무기가 처음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군 장병들의 시가행진도 서울역을 시작으로 서울시청, 세종로, 종각역 사거리, 동묘 앞 등 도심 주요 지역에서 펼쳐졌다.

◇ 정부 “장병 우선” vs 야권 “북한 눈치보기”

달라진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두고 야권에서는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대하게 기념해도 부족할 오늘이건만, 자랑스러운 우리 국군의 군사력과 위용을 볼 수 있는 시가행진 등 많은 기념행사가 축소되다니 문재인 정부의 북한정권 눈치보기가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 또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린 토론미래’ 세미나에서 “야밤에 대중가수를 부르고 쇼처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민주주의는 우리가 반드시 지켜 나가야할 가치지만 문재인 정권처럼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보수 성향 언론들도 국군의 날 기념행사 규모 축소가 군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밝혀진 뒤 지난달 30일 사설을 통해 “건군 70주년 생일상은 어느 때보다 초라하다”며 “지난 2월 북한이 70번째 건군절을 맞아 이동식 ICBM까지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한 것과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또한 2일 사설에서 70주년 기념식을 두고 “국군의 위상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국군 열병식과 시가행진”이라며 “저녁 시간에 가수들의 공연으로 대체하는 국군의 행사가 무슨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규모를 축소한 것은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 규모를 축소한 것은 북한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반면 청와대는 국군의 날은 장병이 주인공이 되어 축하를 받는 자리여야 한다며 이번 기념행사에 대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2일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과거 국군의날 행사를 하자면 사병들은 4월 봄부터 준비를 해야 하고, 특히 여름철이면 훨씬 더 힘이 많이 든다”며 “기수단과 사병들이 발을 맞춰서 열병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고충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굳이 대규모 시가행진을 고집해 군 장병들의 고충을 늘리는 것은 국군의 날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도·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이번 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2015년 중국이 전승기념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했을 때 지구촌은 구닥다리 행사라고 비웃었다”며 행사 규모 축소를 비난하는 야권의 주장에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장병들만 고생시키는 거창한 퍼레이드가 군을 위한 기념식이라는 주장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현 정부 들어 증강된 국방비가 퍼레이드보다 안보 증진에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는 대북관계를 고려해 행사규모를 축소했다고 할지라도 문제없다는 내용의 사설을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장병 고충을 고려했다는 청와대 해명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차라리 남북이 화해분위기를 조성하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조치라고 떳떳하게 얘기하는 게 바람직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지난달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원하지 않는 등 축소해서 치러진 것을 감안하면 크게 시비할 일은 아니다”라며 “대규모 병력과 장비가 동원된 군사 퍼레이드만이 안보 불안을 해소하고 내부 결의를 다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서 열린 국군의 날(Armed Forces Day) 퍼레이드. 퇴역한 군인과 가족들이 나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랜스에서 열린 국군의 날(Armed Forces Day) 퍼레이드. 퇴역한 군인과 가족들이 나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 대규모 열병식, 해외에서는?

대규모 열병식이 없었던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둘러싸고 논쟁이 격화되면서, 해외에서는 국군의 날을 어떻게 기념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건군을 기념해 대규모 열병식을 펼치며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건국 9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 7월 30일, 중국 최대 훈련기지인 네이멍구 주르허(朱日和) 기지에서 약 1만2000여명의 장병과 각종 무기 600여대,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었다. 러시아 또한 구 소련시절부터 2차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 ‘승리의 날’과 10월 혁명 기념일에 모스크바에서 모든 무기를 동원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며 국력을 과시해왔다.

일반적으로 독재국가·사회주의권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선호된다는 인식이 있지만, 서구권에서도 프랑스는 대규모 열병식으로 유명하다. 프랑스는 혁명기념일인 매년 7월 14일마다 샹젤리제 거리에서 군 장병뿐만 아니라 소방대 및 민간 조직까지 참여하는 군사 퍼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올해 열린 열병식에서는 일부 행사 진행에 차질이 생긴데다, 수교 160주년을 기념해 참여한 일본 육상자위대가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들고 파리 시내를 행진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반면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오히려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은 국군의 날을 비롯해 독립기념일, 베테랑 데이, 메모리얼 데이 등 군 관련 기념일이 다수 있지만 전투기나 장갑차 등을 동원한 대규모 시가행진을 벌이기보다는 백악관이나 각군 사관학교에서 소규모 행사를 통해 기념하고 있다. 메모리얼 데이의 경우 특별히 열병식을 시행하고 있지만, 프랑스나 중국·러시아 등에 비하면 규모가 작으며 군 보다는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행사 위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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