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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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은 언제부터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을까요. 된장을 만드는 메주가 우리의 고문헌에 나타난 것은 삼국사기로서 신문왕 3년 때입니다.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고자 예물로 보낸 폐백 품목 중 메주가 포함되어 있었던 거죠. 메주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기에 왕이 보낸 예물에도 그 이름이 올라가 있었을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고려시대 문종 6년 때는 굶주린 개경 백성 3만명에게 메주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는 비상상황에서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필수품 중의 하나가 메주였다는 사실이죠. 이렇듯 된장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전통음식이었습니다.

“된장은 먹는 식품으로서 중요했을 뿐만 아니라 병을 낫게 해주는 약으로서도 많이 사용되었지. 아빠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정말 만병통치약이었어.”

아빠의 말입니다. 아니, 된장이 만병통치약이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아빠가 어릴 때는 시골에서 벌에 쏘이면 된장을 발랐고 종기가 나도 된장을 호박잎에 발라 동여매었다고 합니다. 또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가 뜨거운 물에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 주셨다는군요.

소가 쇠죽을 잘 안 먹을 때도 어른들은 된장을 퍼다가 쇠죽과 같이 끓여 먹였답니다. 그러면 소가 이내 입맛을 되찾았다니 정말 신기하죠. 그뿐만 아니라 소화불량, 숙취 해소, 설사, 초기 감기, 가벼운 상처, 염증 등등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많은 증상들에 된장이 사용되곤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현대인의 시선에서 볼 때 잘못된 의학지식이 사용된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껏 알려진 된장의 효능을 살펴보면 옛날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된장을 만병통치약 취급을 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된장의 효능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항암 효과입니다. 쥐를 암에 걸리게 한 후 된장을 먹인 결과, 된장을 먹지 않은 쥐보다 암조직의 무게가 80%나 줄어들었다는 실험보고가 바로 그것이죠. 때문에 대한암예방협회에서 발표한 암을 예방하는 수칙 중에는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된장에는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밖에도 간 기능을 강화시켜주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며 다이어트와 변비에 좋고 유아기의 두뇌 발달 및 기미와 주근깨까지 제거해준다는군요. 아빠는 물론 엄마와 저까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꼭 필요한 식품이 바로 된장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과학 한판 대결! 콩 vs 소고기

된장의 재료인 메주는 콩으로 만듭니다. 콩은 곡류지만 단백질이 풍부해 예로부터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렸습니다. 즉, 소고기만큼 영양이 풍부하다는 의미죠. 그럼 과연 콩과 소고기를 비교했을 때 영양면에서 어느 식품이 더 우수할까요. 우선 콩 100g과 소고기 100g을 놓고 그 영양성분부터 비교해 보기로 하죠.

소고기 100g에는 단백질 약 20g, 지방 약 7g, 탄수화물이 약 0.2g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인 70% 이상은 수분이 차지하고 있죠. 이에 비해 콩 100g에는 단백질 약 41g, 탄수화물 23g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도 약 17g이나 됩니다. 육류에 특히 많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과 지방이 소고기보다 2배 이상 많은 셈이죠. 과연 콩을 왜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부르는지 알 만합니다. 또 된장의 힘과 효능이 어디에서부터 오는지도 알겠고요. 그것은 소고기와 콩이 내는 열량을 비교해 봐도 명확해집니다. 소고기 100g의 열량이 130㎉ 정도인 데 비해 콩은 약 330㎉나 되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콩과 소고기에서 얻을 수 있는 필수아미노산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인체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과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20여 가지의 아미노산이 필요합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인체 내에서 합성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9~10가지는 합성이 어려워 반드시 음식을 통해서 얻어야 합니다. 이것을 몸에 꼭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하죠.

그 중 이소류신, 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페닐알라닌, 트레오닌, 트립토판, 발린 등 총 8가지의 필수아미노산을 비교한 결과, 소고기보다 콩에 약 2배 정도 그 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콩을 보고 왜 완전식품이라 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 알겠죠. 콩만 먹어도 소고기를 먹는 것보다 훨씬 영양 성분을 많이 섭취할 수 있으니 이번 대결은 당연히 콩의 한판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화 안 되는 콩, 소화 잘 되는 된장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더니 과연 콩에는 그만한 비밀이 숨어 있었네요. 콩은 현재 전 세계에서 수천 가지의 종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콩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나요? 야생 콩의 자생지역이면서 야생종과 재배종, 그리고 중간종이 가장 많은 곳을 원산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그 조건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은 만주 남부 지역입니다.

만주 남부 지역은 고조선과 고구려의 옛 영토이니 결국은 우리나라가 콩의 원산지인 셈이네요. 어쩐지 된장이 오랜 옛날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발전한 데에는 다 까닭이 있었군요.

콩은 된장으로도 만들어 먹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콩으로 만든 식품이 아주 많습니다. 우선 된장찌개에 넣어 먹는 두부도 콩으로 만들고, 몸에 좋은 두유의 재료도 콩입니다. 또 유부국수나 유부초밥을 만들 때 사용하는 유부의 재료도 콩이고, 된장찌개보다 훨씬 더 독특한 냄새를 내는 청국장도 콩으로 만들죠.

이렇게 재료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콩을 아예 나물로 키워 먹기도 합니다. 아빠가 술에 취해 온 다음날 꼭 찾는 콩나물이 그것이죠. 콩나물국이 아빠의 술독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것은 콩나물에 들어 있는 아스파라긴산이라는 아미노산 때문이에요.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성을 도와주어 간을 보호하는데, 특히 콩나물 꼬리 부분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때문에 콩나물국을 끓일 땐 꼬리를 떼지 말고 끓여야 아빠의 술독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콩을 즐겨 먹은 것은 단지 원산지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럼 또 무슨 이유가 있냐고요? 콩은 오래 전부터 불로장수의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중국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이라는 책을 보면 ‘콩을 오래 먹으면 안색이 좋아지며 늙지 않고 흰 머리카락이 검어지며, 피가 맑아지고 모든 독이 풀어진다’고 적혀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에 사는 주민들은 콩 섭취량이 세계 최고입니다. 그만큼 콩이 장수식품이라는 뜻이죠. 그들이 콩을 주로 섭취하는 방법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된장국입니다.

콩이 우리 몸에 특히 좋은 이유는 쌀과 만났을 때 완벽한 단백질을 만들어준다는 겁니다. 즉, 쌀에 부족한 단백질 성분과 콩에 부족한 단백질 성분이 있는데 둘이 합치면 상호 보완이 되므로 완벽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콩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콩을 그대로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죠. 콩은 아미노산 조각이 단단하게 얽혀 있어 먹으면 위나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영양성분이 그대로 몸 밖으로 빠져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바로 여기에 된장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소화가 잘 안 되는 콩도 된장으로 먹을 때는 소화율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죠.

콩을 발효시키면 아미노산 조각들이 잘게 분해되어 체내에서 흡수가 훨씬 잘 됩니다. 즉, 생콩을 먹을 때는 소화율이 55% 정도이지만 삶은 콩은 65%, 된장은 85%로 소화율이 높아집니다. 더구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본래 콩이 가지고 있는 좋은 성분에다 새로운 생리활성물질이 더해집니다. 된장찌개가 전통밥상 가운데 자리를 턱 하니 차지하고 있는 이유를 이제 확실히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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