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순창군
사진 출처 = 순창군

“오랜만에 퀴즈를 하나 내볼까. 사람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똥을 쌀 때가 일생 중 딱 한 번 있어. 그게 언제일까?”

냄새가 나지 않는 똥이라뇨. 과연 그런 똥이 있을까요. 설마 아빠가 저를 곯려주려고 이런 퀴즈를 낸 건 아니겠죠. 음, 그럼 그게 과연 언제일까요. 냄새가 나지 않으려면 가장 깨끗한 때가 되어야 하니 혹시 갓난아기? 하지만 얼마 전에 태어난 우리 사촌동생을 보니 기저귀를 갈 때 냄새가 아주 심하던 걸요.

아빠는 제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 걸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정답을 말해줍니다.

“아기가 막 태어났을 때가 바로 그때야. 태어나서 맨 처음 누는 똥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단다.”

똥에서 나는 냄새는 우리 몸속의 장내 세균이 음식을 소화한 뒤 내놓는 분비물의 냄새라고 합니다. 따라서 갓 태어난 아기의 장은 세균이 전혀 없는 무균 상태이므로 냄새도 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아기가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음식을 통해 수많은 세균이 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때문에 태어난 지 며칠만 지나도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그럼 인간의 소화관에 사는 장내 세균은 과연 몇 마리나 될까요. 정답은 무려 100조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의 장내 세균에는 가끔 나쁜 병원균도 있지만 유산균이나 젖산균 등 몸에 이로운 세균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 유익한 세균들이 소화를 돕고 나쁜 물질과 나쁜 세균까지 없애주는 덕분에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거죠. 즉, 장내 세균과 우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 관계를 이루며 살고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설사나 변비를 하면 장에 유익한 미생물이 들어 있는 발효식품을 많이 먹으라고 권합니다. 예를 들면 요구르트 같은 유산균 음료나 청국장 같은 발효식품 말이에요.

특히 올리브, 양배추와 함께 서양의 3대 장수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요구르트에는 장의 청소를 도와주고 장내 유해균을 없애주는 유익한 세균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 요구르트는 위암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억제하고 칼슘 등이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 중에서는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음식을 청국장이 제일 유명합니다. 냄새가 조금 고약한 청국장은 콩을 삶은 후 볏짚에 싸서 따뜻한 곳에 두면 2~3일 만에 발효가 돼 하얀 실이 생깁니다. 이처럼 비교적 빨리 발효시킬 수 있는 청국장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빨리 만들어 먹을 수 있어 전국장(戰國醬) 혹은 전시장이라고 불리었다고 합니다. 또 청나라에서 전래되었다는 의미의 청국장(淸國醬)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죠.

청국장은 변비와 설사는 물론이고 혈관 안에서 피가 엉기어 굳은 덩어리인 혈전을 녹여주므로 뇌졸중 예방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성인병과 비만을 막아주는 작용을 하며, 피부에도 좋고 과음했을 때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는 군요. 실제로 생청국장 한 숟가락 안에는 각종 효소와 약 15억 마리의 바실루스균이 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요구르트 같은 유산균 음료에는 약 150만 개의 균이 있다네요. 또 장에까지 살아서 도달하는 장내 생존율을 봐도 유산균은 30% 미만인데 비해 바실루스균은 70%에 달합니다. 즉, 청국장이 유산균 음료보다 훨씬 더 많은 균수를 지니고 있으며 미생물의 생존율도 높습니다. 이만하면 청국장의 냄새쯤은 참고 먹어야겠죠.

 

허균도 좋아한 고추장의 힘

고추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입니다. 고추장에 대한 사랑은 홍길동전을 지은 허균 선생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허균은 바닷가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도문대작’이라는 책을 집필했는데, 그 책에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으로 ‘초고’를 꼽았습니다.

초고란 산초 등으로 맵게 만든 된장으로서, 고추장의 전신이었습니다. 그럼 왜 고추장을 먹지 않고 산초를 넣은 초고를 먹었던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에 고추가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고추는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전래되어 17세기 이후에 전국으로 퍼졌어. 따라서 그 이전에는 김치에도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고 고추장도 없었지.”

그러다가 17세기 후반 고추 재배가 널리 보급되면서 종래의 된장에 매운 맛을 첨가시킨 고추장이 탄생한 거라고 합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 성분은 위산 분비를 촉진해 소화를 돕습니다. 그런데 고추가 캡사이신이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데는 아주 재미있는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남부의 고추밭에서 고추를 먹는 동물들을 관찰한 결과, 고추를 맛있게 먹는 동물은 주로 새들로서 배설물과 함께 먹은 고추씨를 멀리까지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이에 비해 고추씨를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동물들에게는 캡사이신이 독으로 작용하여 이들이 고추를 잘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고추는 다른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한편 동시에 자손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 캡사이신이란 매운 성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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