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아이디어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경영계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다시 최저임금 차등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역별·연령별 등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고려할 사항이 많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하게 봐야한다는 점에서 (홍 원내대표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고용부와 기재부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불만을 토로해온 야권과 경영계는 김 부총리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검토 발언에 반색하고 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오랜만에 정부가 하는 일 중에서 반가운 뉴스가 하나 있다”며 김 부총리 발언을 언급한 뒤 “단순 검토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 또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부총리가 언급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이 빠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제도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김 부총리 발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부총리와 면담을 나눴던 홍 원내대표는 4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지역별·업종별 차별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다”며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른 미국과 달리 영토가 작은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또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 차등화 방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가능할까? 차등적용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업종과 지역에 따라 경영지표 격차가 크기 때문에, 각각의 구체적인 경제적 조건을 고려해 서로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 일본 등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이 시행되는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 총 13개국 실행

하지만 실제로 해외에서 지역별·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시행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그리스·네덜란드·독일 등 조사대상 37개국 중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이 다른 곳은 총 13개였다. 이중 지역과 업종 모두 차등적용 기준이 되는 곳은 일본·캐나다·태국·필리핀·멕시코·인도네시아 등 6개국이었다. 지역별 차등적용만 시행 중인 곳은 ·미국·말레이시아·베트남·중국 등 4개국이었다. 그리스·스페인·호주 등 3개국은 업종 및 직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이 달라졌다. 

이중 가장 대표적으로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시행되는 선진국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제 국가로 연방정부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정부가 직접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연방정부에서 정하는 최저임금(2018년 기준 7.25달러)이 있지만 대부분의 주정부가 이보다 최저임금 수준이 높으며, 루이지애나 등 일부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은 주는 연방정부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게다가 한 주의 크기나 경제규모가 서유럽 선진국 하나와 맞먹는 미국과 전체 영토가 1일 생활권에 속하는 한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과 가장 유사하다. 김 부총리는 지난 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최저임금 인상 폭으로 일정한 밴드(범위)를 주고 지방에 결정권을 주는 것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또한 중앙정부가 최저임금 목표치를 정하면 지자체에서 지역 사정에 따라 조정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일본, 시행 착오 거쳐 지역 최저임금제 폐지

하지만 국내 논의가 경영지표가 나쁜 일부 업종·지역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해달라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일본의 최저임금제도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1959년 최저임금법 제정 시부터 일본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뒀지만 이후 임금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자 업자간 협정에 바탕을 둔 기존 지역적 최저임금제를 폐지하는 한편, 중앙정부가 최저임금 목표치와 기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했다. 

산업별 최저임금의 경우 기존에는 일본표준산업분류 상의 대분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됐지만, 이후에는 특정 산업에서 노사가 합의 하에 최저임금 조정을 요청할 경우에 다시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 경우도 지역별 최저임금에 비해 더 높은 최저임금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해 최저임금이 상향조정된다.

서유럽 등에서는 지역·업종보다는 오히려 연령·경력이 더 일반적인 최저임금 차등적용 기준으로 활용된다. 영국의 경우 16~20세 근로자에 대하여 성인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숙련도 부족으로 생산성이 낮은 20세 이하 근로자에게 성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고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네덜란드 또한 15~22세 청소년에 대해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연령이 낮을수록 최저임금도 낮아져 15세의 경우 성인 최저임금의 30%에 불과하다. 이 밖에도 아일랜드,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등에서 연령이나 숙련도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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