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고대 오리엔트 의학 - 히브리, 인도, 메소포타미아 의학

유대 왕 아사(BC 915~875)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의사에게 치료를 부탁한 장본인이다. 다리에 병이 난 그는 여호와가 아니라 의사를 불렀던 것이다. 결국 아사 왕은 병으로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당시 의사들이 아직 하나님으로부터 병을 치료할 특권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관장하던 치료의 특권이 먼저 선지자와 목사에게 부여되었고 마지막에야 세속의 의사에게 주어진 것을 알 수 있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전한 십계명 가운데 ‘안식일을 지키라’는 계명이 있는데 이는 오늘날까지 전 세계적으로 지켜지고 있는 관례가 되었다. 모세가 전파한 율법은 유대교의 진수를 담고 있으며 이 가운데 특히 예방 의학 관련 지식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한 모세는 인류 최초로 공공 집단생활의 지도자가 되었던 것이다.

나일 강에 버려졌던 모세는 이집트 공주의 손에 구해져 왕실에서 자랐다.그는 이집트 수도원에서 교육을 받았고 위생학과 약학에 조예가 깊었으며, 돌팔이 의사들과 마술사들을 매우 혐오했다. 따라서 모세가 전파한 법전에는 돌팔이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오로지 하나님만이 인간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마법을 배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류 의학의 큰 진보를 의미한다.

성안나 교회 벽화(예수)성모마리아가 태어난 곳이 바로 성안나 교회인데 가장 오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성안나 교회 벽화(예수)성모마리아가 태어난 곳이 바로 성안나 교회인데 가장 오래 보존된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었다. 파라오 왕이 이들의 해방을 거부하자 모세는 나일 강과 모든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등의 열 가지 재앙을 일으켰다. 일부 사람들은 혜성의 꼬리에서 떨어져 나온 독극물에 오염된 것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아무튼 나일 강에서 나온 개구리 떼가 이집트 성까지 들어오고 이에 따라 각종 곤충 떼도 몰려들자 이집트는 온통 울부짖는 소리로 뒤덮였다. 결국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빠져나오게 되었다.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모세는 일종의 세균전을 벌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규모 이동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각종 전염병이 번질 것을 우려한 모세는 대중을 향해 언제 하나님이 강림하실지 모르므로 진영을 청결하게 하도록 강조했다. 각종 배설물과 쓰레기를 깨끗하게 처리하도록 하고 아무데나 침을 뱉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은 격리시켰다. 또한 신체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며 외부 민족 여성과 함부로 성교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도덕적 순결을 강조했다.

이러한 율법에 등장하는 의학지식은 대개 이집트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법전은 후에 이스라엘의 제사장에게 전수되었으나 그들은 이집트인들과 달리 실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선지자들은 환자들이 의사와 약에 의존하지 말고 하나님을 믿는 신앙에 의지하기를 바랐다. 또한 기도와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도록 권했다. 이처럼 믿음과 신앙이 결합한 치료방법은 환자에게 큰 위안을 주었으므로 상당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히스기야 왕의 사례도 이를 반증해준다.

온몸에 종기가 난 히스기야 왕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선지자 이사야를 불렀다. 이사야도 처음에는 희망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히스기야 왕은 정성을 다해 몇 년만이라도 더 살 수 있도록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에 하나님은 이사야의 꿈을 통해 히스기야 왕이 15년 정도 더 살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해시계의 그림자를 10도 뒤로 물러가게 하여 히스기야 왕이 이를 믿도록 했다. 이에 이사야가 무화과를 히스기야 왕의 몸에 난 종기에 붙이니 그의 병이 바로 낫게 되었다. 무화과는 지혈에 효과가 있으며 패혈증의 위험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또 다른 선지자 엘리사도 믿음과 지혜로 환자를 치료했다. 한 여인이 이미 질식해서 숨진 아들을 데리고 엘리사를 찾아왔다. 그가 아이를 눕히고 ‘자기 입을 그의 입에, 자기 눈을 그의 눈에, 자기 손을 그의 손에 대고 그의 몸에 엎드리자’ 아이는 일곱 번 재채기를 하더니 바로 살아났다. 엘리사는 인공호흡을 통해 아이를 살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 의학에서도 이러한 방법으로 신생아를 살리기도 한다. 재채기를 통해 기도의 이물질이 빠져 나오면 바로 아이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열왕기에는 아람 왕 시대 나아만 장군이 피부병에 걸린 이야기가 나온다. 아람 왕은 이스라엘 여인의 말을 듣고 나아만 장군을 이스라엘의 엘리사에게 보낸다. 그러나 엘리사는 나아만 장군과 만나기를 거부하고 그에게 요단강에서 일곱 차례 목욕을 하도록 전했다.

나아만은 억지로 엘리사의 말을 따랐다. 그러자 그의 몸은 마치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깨끗해졌다. 엘리사가 나아만을 만나지 않았던 이유는 그가 나귀 두 마리에 실을 수 있는 이스라엘의 흙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나아만은 이 흙을 시리아로 가지고 가 ‘여호와의 땅’에 서서 제사를 드리려 했던 것이다.

당시 내과의 모든 증상을 비롯해 구강, 실명 등의 치료 행위는 모두 하나님과 제사장, 선지자의 권한에 속했다. 그러나 세속의 의사들도 점점 그 치료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유목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접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구가 불어나면서 많은 질병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의사들의 치료를 받는 비중이 늘어났다. 제사장들도 점점 의사의 치료를 받을 정도였다. 기원전 200년에 등장한 문헌에는 하나님이 의사를 통해 신의 치유를 대신하게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스라엘 수도원에서는 의사를 고용해 환자들의 관절염을 치료해주기도 했다.

의사들에게 치료권이 이전되면서 엄격한 의료허가제도가 형성되었다. 그들은 의료행위를 하기 전에 반드시 법정에서 의사 자격을 검증하는 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그들은 바빌론의 의사들처럼 치료가 잘못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복을 피할 수 있었다. 《탈무드》에는 “무료로 받는 치료는 효과가 없다.” “치료비를 받지 않는 의사는 형편없다.”는 등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의 의사들은 매우 풍족한 생활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