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시월의 노래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시월의 노래
  • 김용국(시인)
  • 승인 2018.10.08 11: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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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튜브,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
사진 = 유튜브, 필라코리아 2014 세계우표전시회

시월의 노래

 

햇살을 묶어
풍경風磬처럼 처마에 걸어놓으리.

그대가 올 것 같은 길에 나가
잠시잠시 서성이리.

저녁밥 짓는 연기를 굴뚝에 올리고,
서늘한 밤기운 스며도
아직은 문을 닫지 않으리.
더 밝은 등을 켜고
그대를 향해 내 귀를 기울이리.

그리고 더 깊게 어두워지면
내 그리움은
별들로 가득 채워지리니,

쓸쓸하고 야윈 발을 가졌더라도
내게 오는 그대
따뜻하고 소중하게 감싸안으리.

바람이 불면
잎처럼 아래로 내리는 것들의 노래에
더 낮은 내 노래를 더하여
그대 이름 낮게 부르리니,

높은 하늘 아래 너른 들판
혼자 떠돌던 걸음을 멈추고
시월에는 그대에게
사랑한다 사랑한다 말하리.

가을은 돌아오는 계절입니다. 땅의 기운을 빨아들여 공중에 매달렸던 열매들이 하나둘 자신이 출발했던 땅으로 떨어지고, 신록에서 초록으로 나무의 싱싱한 머리칼이었던 잎들도 가을을 잠시 물들이고 속절없이 하강합니다. 자신을 길렀던 땅으로 내립니다. 철새들도 마찬가지지요.

가을은 이렇게 떠났던 것들이 자신의 본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시간입니다. 다들 돌아가는데 이 가을에 갈 곳이 없는 나그네는 그래서 더 처연합니다. 돌아간 곳이 없다는 것은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나는 ‘시월의 노래’를 떠나간 사람들이 돌아오게 하는 노래, 맞이하는 노래로 짓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기다림의 노래, 화해와 소통, 만남의 노래로 부르고 싶었습니다. 돌아오고 싶으나 돌아올 수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말로 쓰고 싶었습니다.

돌아올 사람을 위해 햇살 같은 집을 만들고, 마중의 준비를 하고, 밥을 짓고, 등을 밝히고 별의 마음으로 돌아오는 사람의 야원 발을 안아주고 싶은 것이 나의 ‘시월의 노래’의 노래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그의 상처 난 마음을 받아주고,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만이 잘못이 아니라 그렇게 보낸 사람도 잘못이라고 서로의 용서를 비는 그리하여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은 시 말입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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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dlqsl 2018-11-03 22:27:52
팬입니다. 시집 기대하겠습니다.

tldnjfdmltl 2018-10-23 06:58:09
많은 시인이 시월을 시로 읊었지요. 그중 김용국님의 시월의 시가 젤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참 아름다운 감성을 지니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