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이 태워난 곳을 알리는 표지석
세종대왕이 태워난 곳을 알리는 표지석

 

[뉴스로드] 서촌을 상징하는 것은 오래된 한옥과 세종마을이다. 세종대왕께서 태어난 이곳은 역사 체험은 물론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하다. 특히 옛스러움을 간직한 곳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아온다.

서촌 취재를 위해 먼저 찾아간 곳은 세종마을이다. 한바퀴 둘러보니 꽃다발이 놓인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표지석에는 ‘세종대왕 나신 곳’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이어 "겨레의 성군이신 세종대왕이 태조6년(1397년) 태종의 셋째 아드님으로 태어나셨다"는 설명도 담겼다.  표지석 옆에는 ‘세종대왕 후손 일동’이라고 적힌 화환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통인시장의 장난감 가게
통인시장의 장난감 가게

 

그곳을 지나자 ‘통인 전통시장’이 나타났다. 시장 안에는 장보는 사람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통시장인데도 젊은 상인이 많았다. 손님이 많아서인지 젊은 사장님들의 손길이 분주했다.

채소 생선가게보다 떡볶이, 순대 가게에 손님이 몰렸다. 수제 햄버거, 닭꼬치를 파는 가게에도 줄이 길게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일본의 재래시장 풍경이 떠올랐다. 통통한 문어가 들어간 타코야키를 먹으려고 줄을 섰는데 족히 백여명은 넘어보였다. 웬만해선 포기할 법한데도 잘 참고 기다린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일본인의 인내심에 감탄한 적이 있다. 역사 인식에는 문제가 있지만 참을성은 배울만하다고 느낀 것이다.

한국은 어떤가. 첫째,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못하다. 새치기하고 끼어드는 건 도로에서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일어난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으려고 동전을 넣은 순간 손이 쑥 들어와 놀란 적이 한 두번 아니다. 커피가 나오기도 전에 동전을 집어넣으려고 무례를 범한 것이다. 둘째, 그렇게 하고도 미안함을 모른다. 놀라 쳐다보면 '빨리 커피 뽑지 않고 뭘 쳐다보느냐'는 식이다. 한마디로 '배려 실종 사회'다.

서촌 재래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도시락 가게에 줄잡아 수십명이 서서 기다렸는데 모두가 빈 도시락과 엽전을 들고 있었다. ‘엽전 1냥=500원’으로 엽전은 시장 내의 교환센터에서 돈과 교환할 수 있다. 도시락도 1냥에 구입할 수 있다. 시장 내에서 먹고 싶은 먹거리를 엽전으로 구입해 도시락에 담아 먹는 거다. 누구의 발상인지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

먹거리 외에도 옛 감성의 엔틱 장난감을 파는 가게도 인기가 있었다. 이곳은 주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이 찾았다. 시장 끄터머리에 정자가 보였다. 정자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재래시장에 정자라, 일반 전통시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정자를 지나 걷다보니 TV에서 자주 방송한 궁중족발 가게 골목이 나타났다. 건물주와 세입자의 갈등으로 결국 법정까지 간 궁중족발집. 족발집 사장은 망치를 들고 건물주를 뒤쫓았고 건물주는 황급히 달아났다. 그 사건으로 족발집 사장은 결국 구속됐다.

5년 전 궁중족발집이 문을 열 당시와 지금 거리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에는 철물점, 세탁소, 중화반점, 서점 등이 있는 서민풍이었지만 지금은 카페와 공방 음식점으로 넘쳐난다.

걷다보니 오래된 한옥집이 나타났다. 낡은 기와지붕 아래 '대오서점'이라고 쓴 책방이 보였다. 책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책과 노트가 가득했다. 그런데 책은 팔지 않고 음료수만 팔았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 주인에게 물어보니 책은 진열용이란다. 그럼 대오서점의 뜻은 뭔가?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
서촌에 위치한 '대오서점'

주인은 “이 집에 산 지가 70년 쯤 된다. 저희 어머니가 20세부터 여기서 살면서 중고서점을 운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어머니는 올해 88세로 서점 운영은 하지 않고 딸이(주인) 음료를 팔아 한옥 집 수리에 보태쓰고 있다는 것.

살림집 내부로 들어갔다. 안에는 각종 살림도구와 함께 중고 책, 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방 한켠에는 한글 캘리그라피 작업실도 있었다. 방에 앉아 주변을 들러보니 방탄소년단 ‘RM’의 사인이 담긴 종이가 코팅돼 붙어 있었다. 주인 말로는 아이유도 방문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대오서점을 나와 걷다보니 서촌 길 여기저기 건물 내부를 수리하는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골목 안에는 한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와 북카페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한결같이 세련된 느낌이었다. 그런가하면 옛스러움이 느껴지는 가게도 있었다. 세탁소다. 시골 세탁소 느낌을 주는 가게 앞에는 옷가지들이 무심한 듯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새 것과 옛 것의 공존'.  이 모습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