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Vdara 호텔에는 Jett와 Fetch라는 이름의 로봇이 있다. 이 로봇들의 역할은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이 요청하면 엘리베이터를 불러주고, 외부에서 고객에게 연락이 오면 문자를 보내 알려주기도 한다. Tipsy Robot이라 불리는 바(bar)에서는 로봇 바텐더가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이처럼 첨단 IT 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라스베이거스에도 디지털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 바람이 그렇게 좋은 바람은 아닌 듯 싶다. 조사에 따르면 2035년까지 라스베이거스 지역에 존재하는 직업의 3분 2 가량이 자동화 기기로 대체 될 것이라고 한다. 호텔과 카지노가 즐비한 라이베이거스의 경제를 지탱하는 직업들에 사람 대신 로봇이나 컴퓨터가 쓰이게 된다는 것이다. 바텐더, 도어맨, 딜러, 컨시어지 등 서비스 중심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로봇보다 사람이 낫지 않겠냐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앞서 소개한 로봇의 인기로 미루어 볼 때 이 조사의 예측이 그리 틀린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로 여성과 히스패닉이라는 점에서 자동화의 그림자는 더 짙게 드리워질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자동화로 인한 노동 시장의 타격은 라스베이거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OECD가 발표한 Job Creation and Local Economic Development 2018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는 슬로바키아, 그리스 등 OECD 21개국의 노동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그 영향력은 같은 국가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예측치도 OECD 평균치보다는 다소 낮지만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로 인해 가장 심각한 위협을 받는 직업군은 식당 보조 인력이 꼽혔다. 그 다음으로는 운전, 건설, 광업 관련 직군이 언급됐으며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도 위험에 처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이들 직군은 위험도가 높거나 수행 업무가 단순해서 기계로 대체되더라도 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서 이런 변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형 마트에서 계산원 대신 무인 계산대가 결제를 하고, CCTV를 설치하는 대신 경비 인력이 자리를 잃는 경우도 많이 본다. 은행, 동사무소, 공항, 버스 터미널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한층 복잡한 업무에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사람 기자 대신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스트, 수천건의 판견을 수초 내에 분석하는 로봇 변호사, 엑스레이 사진을 정확히 판독하는 로봇 의사 등이 그렇다. 머지 않아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운전을 업으로 삼고 있던 사람들의 피해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은 혁명이라는 단어로 인해 무조건적인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렇게 조금만 노동 시장을 둘러봐도 그 폐해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고용주 입장을 생각해봐도 사람 대신 기계를 쓰면 4대 보험, 노동법 등에서 자유롭고 24시간 일을 할 수 있어 무척 매력적이다. 반면 근로자 입장이나 전체 노동 시장의 위축을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효율성만을 고려한 자동화가 올바른 방향인지 확신할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고 장점도 많지만 동시에 단점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필자 소개>

IT 칼럼니스트. <플랫폼이 콘텐츠다> 역자이며 <테크니들>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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