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의술이야기] 음양오행과 천인합일
[동서고금 의술이야기] 음양오행과 천인합일
  • 강선주, 이문필 등 20인(빅북 제공)
  • 승인 2018.10.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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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고대 중국 의학 — 유교와 도교에 나타난 생명과학

이집트, 바빌론, 앗시리아 등 고대문명 제국이 하나둘씩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갔지만 중국만은 분열과 통합을 거듭하면서도 통일국가를 유지했다. 중국 의학도 중국 역사처럼 500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5000년 동안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국 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근원이 되고 있는 중국 철학 즉, 도가의 음양오행(陰陽五行)과 유가의 천인합일(天人合一) 사상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도가의 음양오행에 대해 살펴보자. 모든 사물은 ‘음양’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음양으로 사물을 구분할 수도 있다. 사물이 조화를 이루고 합일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음양 때문이다. ‘음’은 여성을 대표하며 한랭, 암흑, 질병, 그리고 사망을 상징한다. 남성을 대표하는 ‘양’은 온난, 광명, 건강과 생명을 상징한다. 음양이 조화를 이룰 때 만물의 질서가 잡히고 음양의 부조화가 발생하면 질병과 사망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오행은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로 금(金), 목(木), 수(水), 화(火), 토(土)를 가리킨다. 고대 서양에서는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이 우주를 구성한다고 여겼다. 중국의 오행과 비교해볼 때 ‘금’이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고대 중국인들은 금속 제련법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처음으로 금속을 치료에 사용하기까지 했다. 인체도 우주와 마찬가지로 오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체내의 오행이 불균형 상태가 되면 질병이 생기게 된다. ‘오행’은 허파, 비장, 신장, 간, 심장 등 오장과 호응을 이룰 뿐만 아니라 오미(五味: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 짠맛), 오음(五音: 궁, 상, 각, 치, 우), 오방(五方 : 동, 서, 남, 북, 중앙)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중국 의사들은 간은 청색, 심장은 홍색, 허파는 백색, 비장은 황색, 신장은 흑색이라고 믿었다.

유가의 ‘천인합일’ 사상이 바빌론 사람들의 사고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아 일부에서는 중국의 천인합일 사상이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천인’, 즉 하늘과 사람은 크기만 다를 뿐 모두 하나의 우주에 해당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이 둥글고 발은 네모난 것이다. 중국 근대 문학가 첸중수(錢鍾書)는 이러한 사고를 확대 발전시켜 그의 소설 《웨이청 圍城》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 침술도중국 의학의 기초는 유교와 도교에 음양오행설에 근거하여 신체의 질서와 조화에 초점을 두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특히 침술은 경락과 경혈을 자극하여 기혈(氣血)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치료법이다.
중국의 전통 침술도중국 의학의 기초는 유교와 도교에 음양오행설에 근거하여 신체의 질서와 조화에 초점을 두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특히 침술은 경락과 경혈을 자극하여 기혈(氣血)의 원활한 순환을 돕는 치료법이다.

“청나라 말기 사상가들은 ‘중국인들은 품성이 정직하여 지구가 네모나다고 여겼으며 서양인들은 간교하여 지구가 둥글다’고 여겼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생각이지만 고대 중국인들의 사고와 논리로는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천상에 일(日), 월(月), 성(星), 신(辰), 풍(風), 우(雨), 뇌(雷), 전(電)이 있듯 인간에게도 오관(五官: 눈, 코, 입, 귀, 눈썹), 칠정(七情: 기쁨(喜)·노여움(怒)·걱정(憂)·사랑(思)·슬픔(悲)·두려움(恐)·놀람(驚)), 육욕(六欲: 빛깔, 미모, 애교, 말소리, 이성의 부드러운 살결, 사랑스러운 인상에 대한 탐욕)이 있다. 지구상에 구주(九州: 고대 아홉 개의 땅으로 나뉘어졌던 중국을 지칭함)가 있듯 인간에게도 구규(九竅: 눈, 코, 귀의 여섯 구멍과 입, 요도, 항문 등 세 구멍을 통틀어 이르는 말)가 있다. 원주가 360。인 것처럼 인간에게도 360개의 골격이 있는 것이다. 중국에 12개의 하천이 흐르므로 중국 의학에서는 인체의 경락을 12개로 나누고 있다. 1년이 365일이듯 인체에는 365개의 혈이 존재한다.

즉 중국 고대 의학은 철학적 논리로 질병의 발생을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우주와 마찬가지로 소우주인 인체도 음양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대립하는 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외적 원인으로 음양의 균형이 깨지면 인체는 바로 손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중국 의학은 다른 고대문명국의 의학과 달리 병의 원인을 찾아 병마를 쫓음으로써 체내의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중국 의학 이론의 기초로서 중국 의학이 세계 의학에 기여한 점이기도 하다. 중국 의학은 건강과 질병이 인체에 공존하고 있다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중국 의사들은 우선 진맥을 통해 환자의 병을 관찰한다.

과거의 병력(病歷)을 묻거나 특별한 검사도 하지 않는다. 이는 의사가 요령을 피우거나 진단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맥을 통해 이미 초보적인 진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의사 가운데 명의는 최소한 7, 8년의 진맥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전신 진맥을 통해 병의 원인과 증상을 진단해냈는데 진맥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진맥하는 부위마다 서로 다른 병세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를 종합해서 최종 진단을 내렸던 것이다. 맥박은 음양과 혈액이 결합된 생명의 유동성 상태를 보여준다.

철학이 발달하면서 질병을 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귀신이 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철학의 발전과 함께 의학도 발전하여 《좌전 左傳》에는 질병의 원인이 육기(六氣)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육기’란 음(陰)·양(陽)·풍(風)·우(雨)·회(晦)·명(明) 등 여섯 가지 기후 변화를 말한다. 후에 동양 최고의 고전의학서 《소문 素問》에서는 이 ‘육기’를 풍(風)·한(寒)·서(暑)·습(濕)·조(燥)·화(火) 등 여섯 가지로 종합하여 질병의 원인을 설명했다.

위에 기록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인체는 소우주로서 대우주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바람, 열기, 습기 등에 의해 질병에 걸리게 된다.

유가와 도가는 중국 의학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질병 예방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자는 “끼니 때가 아니면 먹지 아니하며 악취가 나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라고 하여 치료가 효과를 나타내려면 음식과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자 역시 장수하려면 음식 섭취를 잘하고 정신수양을 게을리 말도록 했는데, 병에 걸리지 않아야 장수할 수 있으며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여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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