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의학 — 유교와 도교에 나타난 생명과학

중국 황제(黃帝)시대에는 수많은 명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기백(岐伯)은 만병을 통치했고 뇌공(雷公)은 약재 정제법을 발명했으며 유부(兪跗)는 위를 절개해 세척할 줄 알았다. 추대계(僦貸季)는 진맥에 능했고 동군(桐君)은 보양식을 연구했다. 이들은 모두 황제의 신하들이었다.

《황제내경》은 수백년 동안 구전되어 오다가 기원전 3세기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책으로 편찬되었다. 황제와 재상 기백의 문답을 기록한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지만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서는 ‘의술’을 ‘기황(岐黃)’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기황’은 바로 기백과 황제를 가리킨다. 제목에 ‘황제’ 이름을 사용한 서적에는 《황제침구갑을경》, 《황제명당경》, 《황제팔십일난경》 등이 있으며 ‘신농씨’를 사용한 서적은 《신농본초경》을 비롯해 《신농명당화》, 《신농오장론》 등 셀 수 없이 많다.

상나라는 미신과 귀신이 난무했던 왕조였으며 의사도 제왕의 신하에 불과했다. 상 왕조는 외출과 같은 작은 일에서부터 출정처럼 국가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점을 보았다. 그들의 질병도 마찬가지였다. 갑골문에는 상나라 왕이 의술과 약재에 관해 점을 친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는 중국 최초의 의료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만 개에 달하는 갑골 조각 가운데 323개에 의약 관련 내용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점술 기록이 415건에 달한다. 이때에는 이미 각종 질병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으며 20여 종의 질병 명칭이 기록되어 있는데 두통, 치통, 복통, 눈병, 귓병, 콧병, 발병을 비롯해 소아 질병, 부인과 질병 등이 이에 해당한다.

주대(周代)에 이르러 비교적 체계적인 의료제도가 확립되기 시작했다.

의정처(醫政處)에는 상급 의사, 하급 의사, 기록원, 관리자 각각 두 명씩을 비롯해 스무 명의 생도들이 음식, 내과, 외과, 수의 등 네 부서에 배치되었다. 이때부터 점술가와 의사의 경계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진, 한시대에 이르러 하수도 등 위생시설이 갖춰졌으며 당시 하수도는 고대 로마시대의 것보다 외관이 월등했다. 또한 공중변소가 등장하는 등 공공위생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황제내경》의 삼초가장 오래 된 중국의 의학서로서 소문(素問)과 영추(靈樞)로 구분된다. 인체의 장기 가운데 오장육부의 기능과 위치를 철학적인 개념을 통하여 삼초(三焦)에 근거하여 3등분으로 구분하였다.
《황제내경》의 삼초가장 오래 된 중국의 의학서로서 소문(素問)과 영추(靈樞)로 구분된다. 인체의 장기 가운데 오장육부의 기능과 위치를 철학적인 개념을 통하여 삼초(三焦)에 근거하여 3등분으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의학지식과 전문시설의 기반이 형성되자 이를 집대성한 의학 이론 《황제내경》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서적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의학 서적이자 위대한 걸작으로서 <소문>과 <영추>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영추>는 <침경>이라고도 불리며 인간과 천지의 상응관계, 오장육부 경락학설, 치료법칙 등이 기록되어 있어 중국 의학 이론의 기반을 형성했다. 《황제내경》은 지금까지도 한의대생의 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이 책에는 음양오행설과 의학 전반의 이론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음양은 눈에 보이는 열 가지 현상으로 백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으며 천 가지 현상으로 만 가지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만 가지 현상으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실들을 추론해낼 수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내경》은 단순하게 음양오행 이론을 통해 인체의 생리현상을 설명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연관성, 제약성을 찾아내 ‘천인합일’, ‘음양이합’, ‘오행생극(五行生剋: 오행의 상생과 상극관계)’, ‘경락순환’ 등의 사상을 도출해내고 있다.

《내경》에서는 인체의 혈맥을 통제하는 기관이 ‘심장’이라고 밝히고 심장 맥박이 뛰는 신체 부위까지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또한 “혈액은 기를 동력 삼아 온몸에 퍼져 흐르며 끝이 없이 계속 반복된다.” “혈액은 모두 심장에 속한다.” “심장의 기로 혈액이 운반된다.” 등 혈액순환의 작용과 기능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심장의 기가 왕성하면 혈관 내 혈액의 움직임이 활발하여 전신에 원활하게 공급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장의 기가 왕성한지 여부는 맥박과 얼굴 혈색을 통해 알 수 있다. 혈액은 혈관을 따라 운반되고 얼굴에는 혈맥이 비교적 풍부하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장의 기가 왕성하면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어 맥박이 유연하면서도 힘차게 뛰며 얼굴 혈색은 붉고 광택이 흐른다. 또한 인체의 모든 혈액은 허파에 모인 후 허파의 기로 전신에 퍼진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를 ‘폐조백맥(肺朝百脈)’이라고 한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었다. 현재 중국 의학에서도 오장육부학설, 경락학설, 기혈학설, 임상변증법 등을 설명하는 데 혈액의 전신 순환을 전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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