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내 마음에 그대 마음 얹는 일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내 마음에 그대 마음 얹는 일
  • 김용국(시인)
  • 승인 2018.10.15 11:35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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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픽사베이
사진 출처 = 픽사베이

내 마음에 그대 마음 얹는 일


어느 날 내 식탁에
그대의 수저 한 벌을 더 놓듯

그대 비친 유리창에
내 얼굴 비치듯이

그대 듣던 음악에
나 잠시 멈추듯이

내 마음에 그대 마음을 얹는 일
이렇게 소소할지라도,

그대와 나
조금 가깝거나, 조금 멀거나

깊은 강물이 깊은 물소리 품듯

내 마음에 그대 마음 얹는 일은
조용히
그대 마음이 내 마음 얹게 하는 일.

함께 식사를 한다는 것은 식구처럼 가깝다는 뜻이겠지요. 차를 함께 마시거나 술을 함께 마시는 일도 가깝지 않으면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수저를 한 벌 더 올리는 것은 타인을 자신의 안으로 불러드리는 겁니다. 더 친해지거나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 행하는 다정한 인사이지요.

누군가 바라보는 유리창에 나를 살짝 비춰보고 싶을 때, 누군가 듣는 음악을 나도 함께 듣고 싶은 생각이 나면 아마도 그 누군가는 바로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비추거나 비춰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깨끗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보여 줄 수 없으니까요. 잡념을 가지고는 음악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그러니 내가 남에게 가거나 남을 내게 오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순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누구의 마음에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얹는, 자신의 마음에 누군가의 마음이 조용히 얹어지는 황홀한 생각을 해봅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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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ldotl 2018-12-11 01:01:56
오늘부터 이 시는 내 최애시가 됐다!

vosdldkslftndjqtdma 2018-10-24 09:35:38
어떻게 이리 차분하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요. 멋진 시 감사합니다.

vosdlqslek 2018-10-23 07:09:33
팬입니다.

oct22 2018-10-23 06:42:47
시가 제목도 좋고 내용도 좋군요.

I'm not a robot 2018-10-22 22:49:59
좋은 시 잘 감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