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비리] 아이들 먹거리 비리로 확산, 학부모 집단 항의
[유치원 비리] 아이들 먹거리 비리로 확산, 학부모 집단 항의
  • 이주영 기자
  • 승인 2018.10.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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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혐의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로 학부모들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치원들의 경우 영유아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 내 아이, 유치원에서 안전한 음식 먹고 있을까?

지난 1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유치원이 교육청 실태조사에 대비해 급식용 식자재를 대량 주문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유치원 30곳을 상대로 식자재를 납품하는 하청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어제(14)일부터 납풍량이 확 늘었다. 신학기라 애들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귤, 사과, 포도, 메론, 감 등이 한 곳당 4배 정도 늘었다”며 “야채는 대략 2배, 계란도 두 배 이상 들어가더라”라고 말했다. 이 누리꾼은 “그럼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정량을 안줬다는 이야기”라며 “감사나오고 사회적으로 문제되니까 이제 와서 제정신이 드나보다”라고 유치원의 급식관리 실태를 비판했다.

사립유치원의 급식관리 문제는 이전부터 부모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왔던 문제다. 식자재 관리나 급식비 문제뿐만아니라, 아이들에게 정량의 급식이 제공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지난 13일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한 시민이 “사립유치원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청원인은 “급식만해도 아이들마다 돈까스 깍두기 크기로 서너 조각, 탕수육 잘게 썰어 서너 조각 만들어준다”며 “2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닭 세 마리로 우린 국물에 닭곰탕을 먹는다”고 지적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급식비부터 식자재까지, 엉망진창 급식관리

지난 11일 박 의원이 공개한 유치원 감사보고서는 이 같은 부모들의 의혹과 전직 교사들의 지적이 거짓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자료다. 해당 보고서에는 비리 혐의가 적발된 전국 1878곳의 유치원들이 얼마나 부실하게 급식 관리를 해왔는지가 고스란히 적혀 있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은 급식비 산정 문제다. 일반적으로 유치원에서는 실제 급식이 제공되는 일수와 인원에 따라 급식비가 징수돼야 하지만, 일부 유치원의 경우 정확한 산출근거 없이 급식비를 월정액으로 징수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수익자 부담경비인 원아 급식비는 급식 수혜여부에 따라 산출돼야 하는데,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지도 않은 채 제공된 급식 이상의 금액을 받아왔던 것.

또한 전문적으로 유치원 급식을 관리할 수 있는 영양사 배치에 소홀한 유치원도 많았다. 유치원 급식의 경우 영양사가 직접 식단 작성 및 검·배식, 식자재 검수, 급식시설 위생 관리, 운영일지 작성 등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유치원의 경우 영양사에게 식단 작성이나 위생지도 등의 일부 업무만 맡기고, 근무시간도 연 1~2회 출근하는 수준으로 계약해 전문가에 의한 급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급식 운영일지 또한 담당 영양사의 서명이 누락돼있거나, 연 1~2회 출근하여 일괄 결재하는 등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식자재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구매한 급식용 식자재의 검수·운영일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는 다반사이고, 일부 유치원은 집단급식소 식품판매업 신고가 되지 않은 무자격업체로부터 식자재를 구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매일 신선한 식자재를 구매하기는 커녕, 주 1회 등 간헐적으로 식자재를 구매해 급식 위생관리에 소홀한 유치원도 다수 발견됐다.

구매과정뿐만 아니라 보관과정 또한 규정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유치원의 경우 집단급식소로 규정돼있어, 혹시 모를 식중독 사고 발생을 대비해 역학조사용으로 음식 샘플을 보관해야 한다. 유치원은 급식으로 제공된 음식을 100g 이상 담아 18℃ 이하에서 6일간 보존식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100g 이하를 보관해 시료 채취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스테인리스 용기가 아닌 일반 봉투에 개봉일, 유통기한 등의 정보 없이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약 급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보존식 관리가 부실한 유치원은 사고 원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 135개유치원, 원산지 거짓 표기, 적발 당해

심지어 일부 유치원들은 아이들에게 제공되는 급식용 식자재의 원산지도 거짓으로 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법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위반 건수는 무려 135건에 달했다.

이들 유치원은 호주·미국산 쇠고기나 중국산 농산물을 국산인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거나 아예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아 농관원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보조금과 교육비로 값싼 외국산 식자재를 구매한 뒤 비싼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부모들을 기만해 뒤로는 차익을 챙겨온 셈이다.

일각에서는 비리 유치원에 대한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아 급식관리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처벌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급식용 식자재의 원산지를 속이거나 기재하지 않아 적발된 유치원들에 대한 처벌은 불과 15~100만원 수준의 과태료나 약식기소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박 의원의 감사보고서 공개 이후 비리 유치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비리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한편 여당은 비리 유치원 명단을 추가 공개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을 다음 주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중대 횡령을 저지른 유치원 처벌과 지원금 환수를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횡령 비리를 저지른 원장이 간판만 바꿔 다시 유치원을 열지 못하도록 제도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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