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택시 노사 4개 단체로 이뤄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가 준비 중인 카풀 서비스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카풀 서비스 영업을 위해 카풀드라이버 모집을 시작하자 택시업계가 파업 등 강경조치를 예고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완화와 기존 산업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주장이 대립하면서, 양측 갈등은 해결 조짐 없이 점차 첨예화되고 있다.

◇ 택시업계, “카풀 서비스는 택시기사 생존권 위협”

운송서비스 수요자와 차량소유자를 연결하는 공유경제 플랫폼은 국내에서 여러 차례 도입이 시도됐으나 번번이 택시업계의 반발이 부딪혀왔다. 지난 2014년 대표적인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가 국내진출을 시도했으나 택시노조가 파업을 불사하며 반발한 끝에 결국 이듬해 3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는 자가용 소유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라며 기존 운수사업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반면 택시업계에서는 사실상 동종 산업이라며 현행법에 따라 시장진입을 철저하게 규제하지 않는다면 기존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풀서비스의 경우 24시간 차량공유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와 달리 출퇴근시간으로 영업시간을 한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어 비영업용 차량의 카풀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이 카풀서비스를 허용한다고 해도 택시업계와의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출퇴근시간을 대체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를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 대표적인 국내 카풀업체인 ‘풀러스’의 경우 지난해 운영시간을 확대하려다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사용자가 출퇴근시간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려다, 택시업계로부터 “종일 영업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반발을 샀기 때문.

한때 3대 카풀업체로 불렸던 풀러스, 티티카카, 럭시 중 현재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풀러스 뿐이다. 티티카카의 경우 지난해 8월, 서비스 출범 5개월만에 사업을 중단했다. 럭시는 카풀서비스 진출을 노리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의해 지난 2월 252억원에 인수됐다.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사진=카카오모빌리티

◇ 카카오, “카풀, 택시 수급 불균형 해소할 것”

국내 운수업 시장의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택시업계의 주장과 달리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서비스가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에 영업을 한다면 기존 택시기사들의 수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5일 발간한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출퇴근 및 심야시간, 악천후, 대형이벤트 등 택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는 기존 택시업계가 충분한 서비스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낮은 택시요금, 기사들의 고령화 등을 택시공급부족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택시의 수급 불일치가 전 시간대에 걸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특정 시간대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시행하여 공급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며 운수업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온 ‘큰손’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택시업계의 우려는 높다. 무엇보다 앞서 언급한 운영시간의 문제가 걸린다. 택시업계는 출퇴근시간에 한정해 1일 운행횟수를 2회로 제한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종일 영업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운행시간에 여유를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시간과 운행횟수를 택시업계의 요구 수준에 따라 제한한다면, 자가용 보유자들이 카풀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

택시업계는 유연근무제 등을 이유로 출퇴근시간을 느슨하게 규정할 경우 사실상 택시와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개별 사용자들이 카풀업체가 정한 영업시간 및 운행횟수 규정을 제대로 지키도록 단속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한 택시기사는 “사업 확장이 우선인 회사가 규정을 어기는 기사를 제대로 걸러내겠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료=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 발췌
자료=카카오모빌리티

◇ 기존산업과 신산업 상생할 수 있는 지혜 필요

일각에서는 카풀서비스를 반대하는 기존 택시업계를 단순히 기득권 세력으로 비난할 경우 카풀서비스의 정상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산업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택시업은 대표적인 장시간 저임금 노동으로 상당수가 영세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서울시내 법인 택시기사의 한 달 수익은 약 196만8000원. 이는 매일 11.7시간씩 한 달 26.7일을 꼬박 운전하고 나서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택시업계의 영세한 상황이 공급부족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리나라 택시요금이 해외 주요도시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 중 하나”라며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더 많은 기사들이 거리에 나와 영업을 할 유인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의 1인당 GDP 대비 택시요금 비율은 도쿄, 런던, 파리 등 해외 대도시에 비해 약 20~30% 수준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보고서에서 만성적인 특정 시간대 택시의 수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에 따른 탄력적 요금제도 ▲택시기사에 대한 사업구역 제한 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처럼 기존 택시업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의외로 카풀업체와 택시업계의 해묵은 갈등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운수업에 적용되는 규제를 카풀업체에 일괄 적용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면서 신산업과 기존산업의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 물론 관련 당국 및 지자체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현행법을 무시한 채 신규 산업에 대한 규제를 무작정 풀어줄 수는 없기 때문. 한 서울시 관계자는 법적 한계 안에서 공유경제를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산업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문제는 입법 차원에서 택시업체와 카풀서비스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시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지난해 국회에는 출퇴근 시간대의 카풀서비스조차 금지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 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등에 의해 2건이나 발의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를 일방적으로 신산업에 확장하는 방식의 입법이 현재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