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회의에서 감사관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계획 관련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청 감사관 회의에서 감사관들이 사립유치원 비리 감사계획 관련 회의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비리유치원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동안 사립유치원 회계 실태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실태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각 지자체 교육청 감사관들에게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비리 실태를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를 앞두고 일부 비리 유치원들은 감사관들에게 선처를 호소하며 뇌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영 경기도교육청 시민감사관은 지난 15일 한겨레를 통해 “비리가 확인된 유치원 쪽에서 ‘10억원을 주겠다’ ‘차를 바꿔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사립유치원 설립자 A씨가 경기도교육청 소속 감사관이 다니는 교회에 금괴를 보냈다가, 해당 감사관이 직접 반송하면서 뇌물공여 시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경기도교육청과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 감사 결과 A씨는 유치원 운영비 2억원을 외제차 보험료 등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 해당 사건은 의정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대룡)에서 수사 중이다.

비리유치원들은 당근이 통하지 않을 경우 주로 시·도의원에 대한 로비와 조직적 저항을 통해 채찍을 휘두른다. 특히 잘 조직화된데다 학부모들에 대한 영향력이 큰 사립유치원의 특성상 선출직 공무원들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시·도의원들이 사립유치원을 지지하며 교육청에 압력을 행사할 경우, 일선 감사관들이 사립유치원 회계 실태를 제대로 감시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은 교육감과 감사관을 직접 소환해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가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MBC가 1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당시 교육위원회 소속 도의원들은 “(감사관들이) 무소불위처럼 달려들어서 점령군처럼 한다는 전화를 여러 번 받았다”며 감사관의 감사 행태를 문제삼았다. 일부 도의원들은 사립유치원이 대부분 생계형 유치원이라며 고소고발보다는 선처와 지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유치원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일선 감사관에게 직접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경우도 있다. 최순영 시민감사관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장 실사에서 한 원장이 우리 감사팀장에게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정말 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라며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정말 멍했다”고 말했다.

사립유치원이 일선 감사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해온 사실이 하나둘 드러나면서 감사관들이 독립적으로 실태 조사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사립유치원 측은 오히려 시민감사관들이 감사 과정에서 ‘갑질’을 일삼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최 시민감사관은 감사 과정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관련 서류 제출을 거부하고 병원에 허위로 입원하는 등 감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오히려 감사관들이 ‘을’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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