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고대 중국 의학 — 유교와 도교에 나타난 생명과학

중국 의학하면 안마와 침구를 떠올리는 외국인이 많을 것이다. 안마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중국의 치료방법으로서 ‘지압’이라고도 한다. 황제시대 기백이 《안마 按摩》 10권을 편찬했다고 전해지며 당나라시대에는 궁중에 ‘안마박사’를 두기도 했다. 중국의 안마는 약의 기능을 대신하는 치료법으로써 침구와 더불어 중국의 가장 특수한 치료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안마와 침구의 원리는 무엇인가? 이는 중국 의학에만 있는 경락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황제내경·영추》편에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즉, 인체는 12갈래의 음양 경락과 365개의 혈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안마, 침구 등의 방법으로 이를 자극하여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혈도를 자극하는 목적은 혈맥의 조화를 통해 질병을 고치는 데 있다. 특히 통증이 있는 부위가 아니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부위에 침이나 뜸을 놓아 치료를 하는 점은 매우 신기하기까지 하다.

일례로 위에 통증이 있을 때는 종아리 바깥쪽에 있는 족삼리혈에 침을 놓으며 치통, 인후통에는 엄지와 식지 사이에 있는 호구(虎口, 합곡혈이라고도 함)에 침을 놓아 치료한다.

중국 의학에서 침구학은 경락의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경락은 온몸을 순환하는데 족삼리혈은 족양명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족양명은 위와 연결되어 있다. 또한 합곡혈은 수양명대장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경맥은 구강, 안면 부위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처럼 경락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증부위와 멀리 떨어진 신체 부위를 자극하여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신체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시큰거리거나 붓고 저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통증은 일정한 선을 그리며 이어지는데 중국 의학에서는 이를 침감, 또는 경락감전 현상이라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를 ‘기(氣)’라고 불렀다. 일부 민감한 사람들은 경락의 순환선이 있는 피부 위로 붉은 선이 선명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당나라의 문학가 설용약(薛用弱)이 쓴 《집병기 集幷記》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대의 재상 적인걸(狄仁杰)이 공무로 출타하는 길에 코 밑에 커다란 혹이 달린 어린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호두만한 크기의 혹이 코 밑에 버티고 있어 아이는 매우 고통스럽게 신음을 쏟아내고 있었다.

적인걸은 아이에게 병의 증상에 대해 충분히 물어본 후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알려주었다. 아이의 가족들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는 길고 굵은 대침을 꺼내 아이의 뒤통수에서 혈맥을 찾아 침을 놓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침을 비비고 비틀다가 꽂고 빼기를 반복했다. 침을 놓으면서 아이에게 어떤 감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갑자기 뒤통수가 붓고 시큰거리면서 저린 느낌이 들며 이 느낌이 얼굴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적인걸은 침을 놓고 비비기를 계속했다. 마침내 아이가 시큰거리는 느낌이 코끝까지 전달된 것 같다고 말하자 적인걸은 침놓기를 멈추고 약상자에서 작은 칼을 꺼내 혹의 뿌리 부분을 절단했다. 그제야 혹 전체가 코밑에서 떨어졌다.

경락학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인체에는 총 14개의 주요 경락이 있다고 밝혀졌다. 이 14개의 주요 경락을 ‘정경(正經)’이라고 하며 그 다음으로 중요한 8개의 경락을 ‘기경(寄經)’이라고 한다. 경락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엄연히 실재한다. 이것은 현대 서양 의학의 혈관, 신경 등의 개념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 중국 의학과 서양 의학은 서로 다른 체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많은 국가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선진기술을 운용하여 경락의 실체를 밝혀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류가 경락의 신비를 완벽하게 밝혀내는 날, 또 하나의 의학 혁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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