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알아보기⑨] FOSS 사례와 저작권 공유
[공유경제 알아보기⑨] FOSS 사례와 저작권 공유
  • 김율 기자
  • 승인 2018.10.2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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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주고 빌려쓰는 공유경제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차량 공유 플랫폼 ‘우버’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그 대표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지구촌 사람들의 공유경제를 적극 이용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스로드>는 공유경제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공유경제의 모델을 알아봤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로렌스 레식 하버드 로스쿨 교수. 사진=테드 강연 영상 갈무리.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로렌스 레식 하버드 로스쿨 교수. 사진=테드 강연 영상 갈무리.

[뉴스로드] 유형의 자산이 아니라 무형의 정보·기술이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 ‘지적재산권’이 가지는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권리를 더욱 강력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과, 혁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옳다고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차량·공간 등 유형의 자원뿐만 아니라 정보와 기술까지 공유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공유경제 플랫폼에게 지적재산권 논쟁은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창작물에 저작자의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전통적인 제도와 유·무형의 모든 자원을 공유의 대상으로 삼는 공유경제는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유경제의 지지자들도 저작권을 완전히 해체하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저작권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공유경제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낸 로렌스 레식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과도하게 보호의 측면만 강조한 저작권 관련 규제들이 혁신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타인이 만들어낸 지적재산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레식 교수는 스탠포드 로스쿨 재직 시절인 2003년, 비록 대법원에서 패소하기는 했으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에 어긋난다며 항소하기도 했다.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라이선스를 주장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사진=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라이선스를 주장하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사진=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공유경제와 전통적인 저작권법의 대립을 해소하는 한 가지 방법은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라이선스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즉, 창작물에 대한 권리 전체를 저작자에게 귀속시키는 전통적인 방식보다는, 일부 권리를 이용자들과 나눔으로서 새로운 컨텐츠의 창조와 공유를 촉진시키자는 것. 이처럼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주도하는 단체로는 레식 교수가 지난 2001년 설립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재단(Creative Commons Foundation)을 들 수 있다. 

이 단체는 자신의 창작물에 대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다른 사람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방식의 새로운 저작권 라이선스인 CCL의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CCL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창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는 유형의 라이선스로, 저작자를 명시하거나 영리활동에 활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이 적용된다. 또한 2차 저작물에 대해서도 원 저작물과 마찬가지로 CCL을 적용할 의무가 부여된다. 예를 들어 한 영상편집자가 ‘CC' 로고가 붙은 유튜브 영상을 가지고 패러디 영상물을 제작한다면, 이 편집자는 자신이 만든 패러디 영상에 대해 전통적인 배타적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다.

공유경제의 철학이 저작권에 가장 잘 적용된 사례로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FOSS)가 대표적이다. FOSS는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라고 할 수 있는 소스 코드를 공개해 이용자가 특별한 제한 없이 이를 사용·복제·수정·배포할 수 있도록 한 소프트웨어로, 서버 운영체제 중 하나인 리눅스(Linux)가 가장 유명하다.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사진=연합뉴스.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사진=연합뉴스.

FOSS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과 유지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 ‘자원을 공유함으로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공유경제의 철학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한국경제예측연구소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용 소프트웨어 대신 FOSS를 사용할 경우 총소유비용(TCO)의 60% 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세계 굴지의 IT 기업들도 자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공개하며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추세다. 천재 기사 이세돌을 무너뜨려 충격을 준 인공지능 ‘알파고’의 개발에 사용된 기계학습 프로그램 텐서플로(TensorFlow)의 경우도 개발자인 구글 브레인팀에서 소스를 공개했다.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도 텐서플로를 음성인식과 수요예측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잉여자원과 수요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양면시장’으로 성장해온 공유경제 시장에서 전통적인 저작권에 대한 강조는 오히려 혁신의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롭게 지적재산권 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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