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vs 사립유치원 치킨게임, 해법은?
정부 vs 사립유치원 치킨게임, 해법은?
  • 홍성호 기자
  • 승인 2018.10.3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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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합동 점검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재난공제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합동 점검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정부가 지난 25일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한 이후 사립유치원과 정부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까지 불사하겠다며 정부 대책에 반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현재의 보육대란을 해결하기 위핸 근본적 대책이라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 “비리 낙인 찍힐바에야 문 닫겠다” VS “무단 폐원은 처벌 대상”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비리유치원 논란에 대해 사유재산에 대한 정당한 권리 침해라며, 비리 낙인을 찍고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유총의 이같은 태도는 지난 2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확인된다. 이덕선 한유총 비상대책위원장은 “교비를 잘못 쓴 것에 대해서는 사죄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에 개인 재산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논의해줬으면 좋겠다”며 “설립자가 투자한 부분에 대해 국민이 공감하고 인정할 수 있는 범위·수준에서 재산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김용임 한유총 전북지회장 또한 이날 국감에서 헤드랜턴을 쓰고 나와 “저는 이걸(헤드랜턴) 쓰고 새벽부터 일하고 있다”며 “원아 30명을 돌보며 인건비도 못받고, 교사 봉급을 주려고 아파트와 자동차도 팔았다”고 어려운 사립유치원 운영 상황에 대해 호소햇다. 

일부 사립유치원은 ‘비리’ 낙인이 찍힐 바에야 아예 문을 닫겠다며 학부모들에게 폐원 통보를 보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9일 기준 전국 사립유치원 중 폐원 또는 원아모집 중단을 추진 중인 것은 총 19곳으로 집계됐다. 이중 6곳은 이미 각 시도 교육청에 폐원을 신청했으며 12개 유치원은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했다. JTBC에 따르면 경기도 광주시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비리사실이 공개되자 유아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이 무너졌다며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알리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도 한유총 및 폐원을 고집하는 일부 사립유치원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방적 폐원은 형사처벌 대상이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무관용의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학부모 동의 없이 유치원이 무단 폐원이나 원아모집 중단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교육부 지침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도 29일 무단 폐원을 결정한 사립유치원에 대해 우선적으로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난여론도 거세다. 비영리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30일 한유총을 유치원 개혁을 위한 정부 주최 토론회 4건을 위력으로 무산시킨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죄) 로 고발했다. 이 단체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은) 지난해에도 국공립 유치원 확대, 사립유치원 회계투명성 제고 등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부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수차례 위력을 가했다”며 “유아교육을 돈벌이로 전락시킨 한유총을 엄마의 이름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 학부모·전문가, “사립유치원 문제 해법은 공교육”

한유총과 정부, 학부모들의 대립이 ‘강대강’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부 사립유치원이 폐원 및 원아모집 중단을 추진하면서 일각에서는 비리유치원 논란이 보육대란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교육이 확장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간하는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69만4631명의 유치원생 중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는 17만2521명으로 겨우 24.8%에 불과한 반면, 사립유치원은 52만2110명으로 전체 원아의 75.2%를 담당하고 있다. 전체 유치원 9029곳중 국공립유치원이 4747곳으로 52.6%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아수용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과 전문가들은 국공립유치원의 확대가 사립유치원 비리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공립유치원 신설에 드는 비용이 문제라면 사정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난 2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공립 유치원을 새로 짓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사립유치원을 사들이는 방식도 있다”며 국가가 경영이 어려운 사립유치원을 임대, 또는 매각하는 방식으로 국공립유치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학부모들이 직접 유치원을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교육부는 30일 유치원에 대한 ‘시설 소유 의무’를 완화해 학부모들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직접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학부모 포함 25인 이상의 조합원이 각자 5000원 이상을 출자해 교육부 승인을 받을 경우 사회적 협동조합을 꾸려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시설을 임차해 직접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의 확대에 이어 공공성이 높은 사립유치원 비율을 높임으로서 학부모들의 교육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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