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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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칼럼 ‘자동화와 노동시장의 변화 (1)’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글로벌 노동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어 2편에서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해외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전은 노동 시장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본질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노동을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바퀴, 증기 엔진, 컴퓨터 등 산업화 시대의 발명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술들은 인간이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일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 덕분에 1~3차 산업 혁명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함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들이 하나 둘 생기게 된 것이다. 80년대 자판을 전문적으로 치던 타이피스트(typist)라는 직업이 가정용 컴퓨터의 영향으로 자취를 감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노동시장의 변화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의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터나 로봇이 인간의 역할을 대체는 무인화 사례가 광범위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위협적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근로 수익의 감소는 가정 경제를 위협하고, 소비 둔화에 따른 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게 여겨지고 있다. 가령 영국 요크셔 지방 최대의 도시인 리즈 (Leeds)는 Employment and Skills Plan 이라 불리는 직업 관련 정책을 무인화에 취약한 직업군을 대상으로 신규 직업 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변경했다. 덴마크도 the Regional Education Pool 이라는 이름의 직업 프로그램을 개편해 실직자들에게 변화된 노동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직업 교육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에 별도의 예산을 할당해 이와 같은 직업 교육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력 산업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무인화로 인한 지역 경제 침체를 살리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5번째로 큰 도시인 애크론 (Akron)은 ‘미국 고분자 혁신 센터’를 세워 고무나 섬유 등 고분자 화학에 기반한 첨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에는 굿이어, 파이어스톤, 제너럴 타이어 등 세계적인 타이어 회사들의 연구소와 공장이 위치하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지역 노동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와 싱가포르는 저숙련 근로자에 대한 재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Individual Training Accounts 정책을 통해 연간 200파운드(한화 약 30만원)를 지원해 구직자나 저숙련 근로자들이 스스로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Skills Future Program을 기반으로 25세 이상의 구직자에게 500 싱가포르달러(한화 약 40만원)를 지원하고, 데이터 분석이나 디지털 미디어, 온라인 보안, 기업가 정신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업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빅데이터나 머신러닝 등의 첨단 기술은 의료,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구글, 애플과 같은 IT 기업들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 반면 자동화로 인한 노동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 가정용 컴퓨터가 상용화 되었을 당시에는 타이피스트 등 일부 직업군만 피해를 입었지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자동화는 그보다 훨씬 큰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는 근로자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닌 만큼 국가적 지원과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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