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전통의 재래시장, 야시장이 살려내다

전주 남부시장에는 '주단 골목'이라고 불리울 만큼 주단 가게가 많았다.
전주 남부시장에는 '주단 골목'이라고 불리울 만큼 주단 가게가 많았다.

[뉴스로드] 전주 남부시장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이다. 1903년에 개장했으니 어지간한 재래시장은 명함도 못 내밀 유서깊은 곳이라 하겠다. 

115년이라는 세월의 두께 뿐 아니라 싱싱한 식자재가 풍부해 이곳 상인들은 전라도에서 제일 가는 재래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주 남부시장은 풍남문부터 매곡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매곡교 너머에는 동학혁명의 역사가 서린 완산칠봉이 우뚝 서 있다. 

지난 주말 이곳을 찾았다. 시장은 예전의 모습과 사뭇 달라보였다.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수산물코너, 야채, 과일, 신발 가게, 옷가게, 약재상 등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 숫자가 줄었다.

남부시장에서 짚 공예품을 팔고 있는 가게
남부시장에서 짚 공예품을 팔고 있는 가게

남부시장에는 예전에 ‘주단’가게들이 참 많았다. ‘주단’골목이라고 불리던 곳은 환한 형광등 아래에서 줄자를 들고 청실홍실 고운 원단을 전시해 놓고 한복과 이불을 주문 받았다. 지금은 쓸쓸함이 느껴질 만큼 많은 가게들이 다른 업종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한복이 덜 팔린다고 봐야 할까 아님 경기 탓일까. 간혹 눈에 띄는 ‘주단’집도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대여 한복’을 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부심은 살아 있다. 이곳에서 수선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는 “예전에 남부시장은 엄청 사람들이 많았다. 골목골목 사람들로 붐볐다. 수선으로 애들 모두를 키운 정든 곳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시장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몰려 있는 가게가 보였다. 공예품을 파는 가게였다. 이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40년 이상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 예전에는 시골에서 야채 등을 팔기 위해 오신 분들이 필요한 것을 사 가고는 했는데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이유는 남부시장 ‘청년몰’이 입소문을 타면서부터다. 그 덕에 인근 전주한옥마을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도 남부시장에 들러 구경하고 물건도 산다고 한다.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 입구에 예전 인삼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 입구에 예전 인삼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청년몰이라니, 어떤 곳인가 궁금했다. 청년몰 위치를 물어보니 시장 2층에 있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하니 ‘진안 인삼’이라고 적힌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불 불 불조심’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보니 과연 청년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카페, 음식점, 문방구등 청년 창업자들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전시회 및 공연도 열린다고 한다. 문방구도 컨셉이 달랐다. 7080감성을 느낄 수 있는 옛 상품을 전시해놓고 ‘추억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청년몰을 나오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또 눈에 띄었다. 그 유명한 남부시장 피순대 선지해장국집이다. 오랜만에 피순대 맛 좀 볼까, 그런 생각도 잠깐, 줄이 너무 길었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쫌 갑갑했다. 그런데 줄을 선 사람들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다는 듯 여유마저 있었다. 이게 피순대의 힘인가? 어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순대의 힘은 야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은 4년 전 국내에서 최초로 조성됐다. 이후 매주 1만 6천명의 관광객이 찾으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가 됐다. 특히 이곳 야시장에는 청년과 다문화가정, 시니어클럽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해 활기를 띤다. 퇴색되어가는 여느 재래시장과 달리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시장을 돌아나오며 문득 든 단어 하나. 바로 ‘산소’였다. 전주남부시장의 산소는 청년몰과 야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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