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이상훈 소상공인정책실장이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벤처기업부 이상훈 소상공인정책실장이 6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방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정부·여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를 공유하는 ‘협력이익공유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는 지지 의견과, 정부 개입으로 이익을 분배하겠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론이 맞부딪히면서 격렬한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협력이익공유제 찬반 논쟁 격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도급거래 등의 협력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사전에 약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의 수익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여분을 인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함으로서 중소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자는 취지다. 이미 국회에도 조배숙·김경수·심상정·정재호 의원안 등 4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하지만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는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이미 성과이익공유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까지 나서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불만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전에 이익배분 기준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최종 수익을 중소기업에 나눠 줄 경우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것.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에 찬성한 응답자는 17%인 반면 반대는 72%로 집계됐다. 또한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76%였으며, 이중 48.5%는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지지하는 측에서는 원가절감 등 비용 최소화에 초점을 맞춰 하도급거래에만 국한됐던 기존 성과공유제와는 달리, 협력공유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창출한 이익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유통·IT 등 다양한 업종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나 기술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공유 사례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제조업분야의 대기업에게는 구미가 당길 수 있다는 것.

지난 9월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호현 중기부 상생협력국장은 “성과공유제는 부품구매·조립생산 등 저위험 저부가가치 협력사업 등에만 적용하지만 협력이익공유제는 대·중소기업 거의 모든 거래에 적용할 수 있다”며 “그동안 거래하는 중소기업과 성과를 공유하고 있었음에도 세제 등의 혜택을 못 받았던 일부 유통·IT 기업들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에 관심을 두고 정부에 어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 롤스로이스, 던킨도너츠 등 해외 이익공유 성공사례 다수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공유제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을까?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반대주장과 달리 미국·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협력이익공유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항공엔진 제조업체 롤스로이스의 위험·수익 공유 파트너십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약 10%의 시장점유율로 경쟁업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던 롤스로이스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에어버스용 엔진 개발을 시도했으나 10억 달러에 달하는 소요 비용에 발목이 잡혔다. 롤스로이스는 개발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사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대신, 투자금에 비례해 향후 30년간 판매수익을 배분하고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순히 대기업의 지원으로 협력사가 원가를 절감하고, 그에 따른 수익을 나눠갖는 성과공유제와 달리 애초부터 엔진개발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해 위험을 공유하고 사전 계약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롤스로이스는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일본, 미국 등 6개 협력사의 투자를 통해 신형 엔진개발에 성공했고, 민간항공기 시장에서 3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한 세계 2위의 엔진제조사로 발돋움했다.

이익공유제는 또한 제조업뿐만 아니라 최근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맹사업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던킨도너츠는 1970년대 중반부터 프랜차이즈 구매유통조합을 설립하고, 원재료 가격 폭등 및 공급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유통실행프로그램(DCP)를 운영해왔다. DCP에 참여하는 가맹점사업자는 유통조합이 선정한 제조업체로부터 협상된 가격에 따라 매년 소요량의 70%를 구매해야 하는 대신, 급격한 가격변동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던킨도너츠의 DCP는 성공적으로 안착해 1991~1997년까지 약 3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으며, 가맹점사업자들의 연 소득도 약 7000달러 가량 증가했다. 경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가맹점을 확대하면서 가맹점사업자의 수익을 감소시키는 국내 가맹본부들의 행태와 달리, 가맹점사업자의 순수익을 보존해 위기를 헤쳐나간 던킨도너츠는 이후 본부와 가맹점 간의 탄탄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됐다.

◇ 장점 있어도 법제화는 기업 자유 침해

하지만 이익공유제가 가진 장점이 있다 해도 정부가 법제화까지 주도하는 것은 기업활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외의 경우에도 법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상생노력에 의해 이익공유가 실현된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 이익공유제가 법제화될 경우 대기업이 이를 강제적 조치로 받아들여 국내 협력업체보다는 해외 협력업체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가 강제성을 띤 조치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익 공유제를 도입한 기업에 세액공제와 금융지원 같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게 핵심이지 의무적으로 도입하라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건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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