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톺아보기] 애플의 '디지털 격차' 해소
[4차산업혁명 톺아보기] 애플의 '디지털 격차' 해소
  • 임재완
  • 승인 2018.11.26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출처 = 애플 홈페이지
사진 출처 = 애플 홈페이지

일반 상가 건물을 하나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 건물인만큼 그에 따라 지켜야 할 건축 법규가 있을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의 동선을 고려한 편의 시설이 대표적이다. 휠체어가 건물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경사로가 없다면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환자 입장에서는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점자 블록이 없다면 시각 장애인은 스스로 길 찾기가 힘들어지고,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 건물 입구 근처에 없다면 지체 장애인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위험한 주차장을 가로질러야 할 것이다. 

이 시각을 그대로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보자.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겨나는 부정적 영향 가운데 ‘디지털 격차’ 혹은 ‘정보 격차’라 불리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은 경제적 혹은 신체적 이유로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함으로써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접하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령 돈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사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모바일 기술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대부분 화면과 소리에 기반해 작동하므로 디지털 격차는 색맹이나 시각, 청각 장애인들에게 심각한 정보 편차를 가져온다. 따라서 전세계 인구의 15% 정도가 장애를 겪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한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일, 즉 웹접근성 확대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이슈라 할 수 있다. 

그럼 웹접근성에 대한 해외의 상황은 어떨까? 1997년 World Wide Web Consortium (W3C)이 만든 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가 대표적이다. W3C는 HTTP나 HTML 등 웹과 관련한 통신 규약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는 기구이며, WCAG는 전세계 개인이나 국가가 신체적 불편함을 가진 웹 사용자가 누구나 웹 콘텐츠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각종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은 지침이다. 올해 6월 WCAG에는 모바일에서의 웹접근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추가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모바일 기기 사용자가 읽기 편하도록 기본 글자 크기를 정한다던지, 세로 화면 뿐 아니라 가로 화면에 대한 웹접근성 지침도 마련되었다. 우리나라는 2009년 ‘국가 정보화 기본법’ 32조에 웹접근성에 대한 내용을 추가해 장애인과 고령자가 디지털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있도록 명시했다. (WCAG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https://www.w3.org/WAI/standards-guidelines/wcag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웹접근성 원칙을 모범적으로 지키고 있는 회사로는 애플(Apple)을 들 수 있다. 애플은 자사 홈페이지에 웹접근성에 대한 디자인 원칙과 성공 사례를 자세히 밝혀 놓고 있다. 가령 VoiceOver 기술은 아이폰이나 맥북 등 애플 제품의 화면에 어떤 내용이 나왔는지 오디오로 설명해준다. 색맹이 있는 사용자를 위해 화면 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고, Zoom 기술은 화면의 특정 부위를 돋보기처럼 확대해준다. 애플의 웹접근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https://www.apple.com/accessibility/ 를 방문하면 신체가 불편한 사용자들이 어떻게 애플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담은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WCAG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모든 불편함을 개선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고 한다. 개별 홈페이지들이 꼭 웹 접근성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며, 사용자 개인이 처한 상황과 기기에 따라 컴퓨터 사용 환경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가 2016년에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장애를 가진 미국인의 40%만 인터넷 사용이 편하다고 답했다. 반면 비장애인들은 80%가 인터넷 사용이 편리하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즉 절반이 넘는 장애인들이 컴퓨터는 불편한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웹 통신 규약을 만들어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는 “지구상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인 컴퓨터가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범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상 생활에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이 필수가 된 시대인만큼 웹접근성에 대해 비장애인과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임재완>IT 칼럼니스트. <플랫폼이 콘텐츠다> 역자이며 <테크니들> 편집장을 맡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