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 김용국(시인)
  • 승인 2018.12.03 1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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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다색목판화, 310x140cm, 2015, 정비파
지리산 천왕봉, 다색목판화, 310x140cm, 2015, 정비파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다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우리의 마을 어린애와 노인네들
무수한 전설 한 소절에
그 숲은 있었고 
그 숲은 처음 밟는 사람을 위해……

 큰 나무는 작은 나무를 작은 나무는 더 작은 나무를 더 작은 나무는 더 더 작은 나무를 사랑했으며 힘 약한 나무와 힘 센 나무들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힘을 뽐내지도 않았고 오직 힘으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큰 나무 밑에 작은 나무가 있었지만 더 불행하지도 않았고, 큰 나무 위에 더 큰 나무가 있었지만 더 행복하지도 않았다. 나무들은 스스로 자랑하지 않았으며 나무가 아닌 모든 것에 무관심하지 않았으므로 온갖 곤충과 새들은 즐거웠다. 보이지 않는 뿌리의 향기에 취해 땅 속의 비밀을 나무는 항상 말했지만 죄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가 되었으며 뿌리와 뿌리가 부딪치면 싸움이 아니라 춤이 되었고 춤은 계곡의 물소리를 일으켜…… 합창……그리하여 숲은 온전한 숲이 되었다.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대단합니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짓이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계산원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 버스 기사에게 폭언을 하는 승객, 전화안내원에게 하는 일반 시민들의 모욕적인 언사, 교육을 핑계로 교사가 학생에게 가하는 부당한 행위, 가정 속에서 자녀에 대한 부모의 학대, 물리적으로 강하다고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갑질입니다.

통념적으로 갑질을 돈이 많은 사람이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트, 버스, 학교, 가정 등에서 볼 수 있는 갑질하는 사람들은 그런 대단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도 입장이 바뀌면 갑질을 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평범한 사람 즉 우리 자신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일반인들도 갑질하는 사람, 갑질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 됩니다.

해마다 숲을 관찰해보면 복수초, 제비꽃, 노루귀 등, 작은 식물들은 봄만 지나도 없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다가도 다시 봄이 오면 영락없이 그 자리에서 초록의 얼굴을 내밀지요. 아무리 그 옆에 큰 식물이 있어도 그렇습니다. 이 작은 식물들의 생존 비결은 큰 식물들이 잎을 틔워서 햇빛을 가리기 전에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번식을 끝내는 데 있습니다. 자연은 모든 생명들에게 절대적 우위나 절대적 지위를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로 협력하고 조화롭게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야 나무는 숲을 이루고 숲은 생명들을 품을 수 있습니다. 이 생명들이 약동을 해야 비로소 숲다운 숲이 되니까요.

우리도 자신보다 작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양보할 수는 없을까요. 큰 식물들이 잎을 조금 늦게 내밀어 작은 식물을 키우는 것처럼 자신들보다 더 약한 사람을 위해서 좀 더 배려하면 안 될까요. 이게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니까요.

진실로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실천하고 있지 않을 뿐이지요.

그래서 시는 이렇습니다.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았지만 / 아무도 그 숲에 가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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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jtwlqslek 2018-12-11 00:39:41
그림, 시, 글 모두 감동입니다.

vosdlqsl 2018-12-03 11:55:44
팬이예요. ㅎㅎㅎ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