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여행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여행
  • 김용국(시인)
  • 승인 2018.12.06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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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텔츠, 사진 이종실
체코 텔츠, 사진 이종실

여행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와 거리 사이
시간과 시간 사이
풍경과 풍경 사이

가다보면 매번
그 사이쯤에 놓여지는데,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적막하고
조금은 그리웁고
조금은 정다웁고

그렇다가 싱겁게 길을 잃으면
흐릿흐릿한 골목 끝에서
이어지는 낯선 노래는

슬픔은 많이 같고
기쁨은 조금만 같은.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 것은 항상 타당합니다. 우리는 길 위를 걸어가는 나그네임이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여행이거나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우리는 여행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별별 것을 다 준비합니다. 경비를 준비하겠고 옷가지며 세면도구, 간단한 약품, 어떤 이는 반찬류를 챙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도와 여권은 필수겠지요. 이렇게 준비를 다해도 막상 여행길에 오르면 '아차 빼먹고 왔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요. 어쩜 이런 일은 당연하지요. 우리는 그렇게 생겨졌으니까요.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을 하거나 다정한 동무 몇 명과 여행을 할 때, 우리는 동행을 잃을 때가 있지요. 국내여행이야 그렇다고 해도 해외여행은 자못 당황합니다. 정말 막연하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더 그렇습니다. 타국에서는 아무리 친절한 사람이라도 믿을 수가 없지요. 여행에 동행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길을 잃었을 때, 안온함에 보호받던 집에서 쫓겨나온 아이처럼 우리는 정말 불안한 나그네가 됩니다.

그때그때 닥치는 일을 긴장해서 선택하고 해결해야 하지요. 의지할 아무것도 없습니다. 금방 목이 타고 식은땀입니다. 잃어버린 일행을 찾기 위해 모든 자신의 능력과 기억을 끌어냅니다. 갖은 애를 씁니다. 결국 일행과 곧 만나겠지만, 떨어져있는 시간은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입니다.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여행의 모든 추억은 다 잊어버려도 일행으로부터 헤어져 혼자되었을 때의 기억은 생생하게 남지요. 여행보다 더 큰 여행의 의미로 남지요. 길을 잃었을 때 진정으로 우리는 나그네가 되었기 때문이지요.

우리의 삶도 그럴 겁니다. 자신의 길을 간다고 하지만 대부분 그 길을 잃고 이리저리 또는 깊은 심연에 방황합니다. 홀로의 나그네가 됩니다. 배고픔과 노숙의 길, 수치와 굴욕, 소외, 사랑의 상실, 이별, 죽음, 배신, 헛으로 들어간 엉뚱한 골목, 지름길이라 생각했는데 막혀있는 길의 끝에서 좌절합니다. 그렇지요. 인생의 길은 도처에 알 수 없는 것들의 천지입니다. 그러니 인생은 계획한 길을 가는 게 아니라 그 계획의 길을 잃는 거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겁니다. 어쩌면 계획한 길을 맹신할수록 그 인생은 더 험해지고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나그넵니다. 진정한 나그네는 길을 떠나는 순간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지요.

세상에 우리가 생각한 길은 어디에도 없지요. 다만 우리가 만든 길만 있기 때문입니다.

* * * * * * *

여행은 나그네가 되는 일입니다. 나그네는 정처定處를 버리고 떠도는 사람이니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나그네의 마음 풍경은 ‘조금은 외롭고 / 조금은 적막하고 / 조금은 그리웁고 / 조금은 정다웁고’입니다. ’사이’에 있으니 방황하다가 길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골목길이라도 들어서면 낯선 말소리 ’낯선 노래‘가 들립니다. 혼자 남겨진 나그네는 여수旅愁에 젖어 ’슬픔은 많이 같고 / 기쁨은 조금만 같은.’ 사람이 됩니다.

나그네는 길 위에 있거나 길을 잃은 사람입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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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sdlqsl 2018-12-06 11:36:59
좋은 시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