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화성 착륙에 성공한 인사이트호의 일러스트. 사진=NASA/JPL-Caltech
26일 화성 착륙에 성공한 인사이트호의 일러스트. 사진=NASA/JPL-Caltech

[뉴스로드] 화성의 비밀을 캐기 위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 NASA)의 도전이 또다시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나사가 쏘아올린 화성탐사선 ‘인사이트’호는 1년 반 동안의 긴 항해를 마치고 지난 26일 오후 2시 52분(미 동부시간) 화성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했다. 짐 브리덴스타인 나사 국장은 인사이트호의 착륙 성공을 확인한 뒤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 상 여덟번째로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며 “인사이트호는 화성 내부를 연구하고 향후 달과 화성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중요한 과학적 정보를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덴스타인 국장이 밝힌 바와 같이 인사이트호는 나사가 제작해온 화성 탐사선 중 여덟 번째 성공작이다. <뉴스로드>는 냉전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부터 미·소간의 경쟁으로 촉발된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역사를 되짚어봤다.

◇ ‘바이킹 1·2호’, 나사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시작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린 것은 구소련이었다. 구소련은 마스닉 계획을 통해 1962년 최초로 탐사용 궤도 위성 마스 1호를 화성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초로 화성 지표면에 안착해 탐사에 성공한 것은 미국이었다. 1971년 구소련의 야심작인 탐사선 마스 3호가 화성에 착륙하자마자 작동이 중단된 것과 달리, 나사 최초의 화성 탐사선 바이킹 1호는 1976년 6월 화성에 착륙한 뒤 1982년 11월 통신이 끊길 때까지 임무를 수행하며 화성 토양에 대한 각종 자료를 지구로 보냈다. 1976년 8월에는 바이킹 2호가 1호에 뒤이어 화성에 착륙해 1980년 4월까지 같은 임무를 수행했다.

마스 패스파인더와 큐리오시티의 크기 비교. 왼쪽 위가 패스파인더, 아래가 소저너, 오른쪽이 큐리오시티다. 사진=NASA/JPL-Caltech
마스 패스파인더와 큐리오시티의 크기 비교. 왼쪽 위가 패스파인더, 아래가 소저너, 오른쪽이 큐리오시티다. 사진=NASA/JPL-Caltech

◇ ‘패스파인더’와 ‘소저너’

나사가 두 번째로 화성에 안착시킨 탐사선은 ‘마스 패스파인더’다. 나사 최초의 이동형 무인 탐사선 소저너와, 소저너가 수집한 정보를 지구로 전달하는 중계기지 역할을 하는 패스파인더로 구성된 마스 패스파인더는 1997년 7월 화성 아레스 협곡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마스 패스파인더 프로젝트는 1992년 화성 탐사용 궤도 위성 발사를 위한 마스 옵저버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면서 심각한 예산 압박에 시달리는 도중에 성공시킨 프로젝트여서 더욱 의미가 크다. 최초의 이동형 탐사선 소저너의 활동 기간은 약 7화성일로 선배인 바이킹 1·2호처럼 오랜 기간 활약하지는 못했지만, 친근하고 귀여운 모양새로 대중에게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나사의 화성탐사선 프로젝트 중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한 것은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다. 2004년 1월 화성에 도착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당초 예상 활동기간이 겨우 90일 정도였지만 실제로는 2000일 이상 활약하며 화성에 대한 수많은 데이터와 사진을 보내왔다. 특히 스피릿은 화성에서 최초로 물의 흔적을 찾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스피릿이 착륙 직후 보내온 미니 열감지 분광계(TES) 영상에는 탄산염이나 수화물 등 오랜 시간 물속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진 광물질의 존재가 처음으로 촬영돼있다.

오퍼튜니티의 경우 올해까지도 정보를 보내올 정도로 장수한 탐사선이다. 다만 지난 6월 10일을 마지막으로 교신한 뒤 모래폭풍으로 통신이 두절됐으며 아직까지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워낙 오랜 기간 화성에서 충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오다보니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나사 연구원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로봇이 아니라 타지에 남겨두고 온 자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나사는 오퍼튜니티의 통신이 두절되자 홈페이지에 오퍼튜니티를 향한 응원메시지를 적는 페이지를 신설하기도 했다. 웹상에도 화성에서 외로이 임무를 수행하며 지구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를 주인공으로 한 카툰이 올라와 많은 우주 매니아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화성에 남겨진 탐사선 '스피릿'에 대한 창작 카툰. 예정된 기간 이상 오랫동안 활약한 스피릿이 이제 집에 돌아가도 되나요
화성에 남겨진 탐사선 '스피릿'에 대한 창작 카툰. 오랜 기간 홀로 임무를 수행한 스피릿이 "저 잘했나요? 이제 집에 돌아가도 되나요?"라고 질문하는 장면은 많은 우주매니아들을 감동시켰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실패의 추억, ‘마스 폴라 랜더’

1976년을 시작으로 40년이 넘게 이어져온 오랜 나사의 화성탐사 프로젝트 역사에도 실패는 있었다. 1999년 화성 착륙을 시도하다 통신이 끊긴 마스 폴라 랜더와 딥스페이스 2호는 나사의 아픈 손가락이다. 마스 패스파인더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사기가 오른 나사는 1999년 1월 두 탐사선을 화성을 향해 쏘아 올렸지만 화성 대기권 진입을 앞둔 12월 3일 이후 통신이 두절되면서 결국 프로젝트 실패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 위성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를 통해 사고 원인 분석과 잔해 수색 작업이 시작됐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 없이 수색을 중단해야 했다.

◇ 생명의 단서 찾아낸 ‘피닉스’와 ‘큐리오시티’

가장 최근 화성에 착륙한 나사의 탐사선은 피닉스와 큐리오시티다. 피닉스는 소저너와 달리 한 자리에 고정돼서 화성을 조사하는 고정식 탐사선(랜더)으로 2008년 화성 북극 얼음사막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스피릿이 화성에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밝혀냈다면, 피닉스는 현재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08년 10월 피닉스가 보내온 사진에 화성 대기권에서 눈이 내리는 장면이 포착됐기 때문. 또한 피닉스는 규산염, 탄산칼슘 등 물과 광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성되는 물질도 발견했다. 예정기간인 90화성일보다 오랜 157화성일 동안 활약한 피닉스는 2008년 11월 2일 지구에 마지막 신호를 보낸 후 작동을 중단했다. 

2012년 화성에 착륙한 큐리오시티는 이번에 착륙한 인사이트와 아직 통신이 재개되지 않은 오퍼튜니티와 함께 공식 임무 중단이 선언되지 않은 채 화성에 머무르는 세 개의 탐사선 중 하나다. 선배 소저너와 같은 이동형 탐사선이지만 크기는 소형차 수준으로 훨씬 더 크다. 큐리오시티는 화성 착륙 이후 메탄 가스와 유기화합물 등 생명의 기본 조건이 되는 물질이 화성에 존재함을 발견해냈다.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로봇 팔이 보이지 않아 한때 음모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해 로봇 팔이 보이지 않도록 한 사진이다. 사진=NASA/JPL-Caltech/MSSS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의 '셀카'.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로봇 팔이 보이지 않아 한때 음모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해 로봇 팔이 보이지 않도록 한 사진이다. 사진=NASA/JPL-Caltech/MS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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