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8세기 독일에서 본명인 빌헬름을 아마데우스라고 고칠 만큼 모차르트에 매료된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뛰어났고 음악 평론과 작곡은 물론 그림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었지만 본래 직업은 법률학을 공부한 판사로 낮에는 공직에서 일하고 밤에는 술집에서 시인들과 문학이나 음악을 이야기하는 이중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괴이한 환상을 자아내고 기지와 풍자를 많이 담은 여러 단편과 몇 개의 장편을 쓰는데 이는 발자크, 보들레르, 도스토엡스키, 바그너 등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중에 그가 1819년에 발표한 단편 동화 한 편이 있는데 내용은 주인공 소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 하나를 받는데 한밤중에 사악한 쥐가 나타나자 그녀가 받은 인형 군대가 쥐를 상대해 전투를 벌인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인형에 걸린 저주를 알게 되고 그 저주를 풀어주게 되어 마침내 인형이 왕자로 거듭나서 인형의 나라에서 함께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내용의 이 동화의 원제가 바로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이며 친구의 아이들을 위해 실제 그 남매의 이름인 프리츠와 마리의 실명으로 주인공을 삼은 작가가 에른스트 테오도어 빌헬름(아마데우스) 호프만이다. 호프만이 쓴 이 단편 동화는 후일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음악으로 재탄생이 되는데 이것이 바로 2막 3장으로 구성되어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된 ‘호두까기 인형’이다.

환상적인 내용에 어울리는 화려한 음악은 1막에서 마법이 시작되면서 극단적인 표현들이 쏟아지는데 여기서 차이코프스키는 상상력을 더하여 2막에서는 박력 넘치는 음계를 사용하게 된다. 사실 차이코프스키는 이 곡을 작곡할 당시만 해도 그리 내켜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발레에 쓰기에는 이야기의 내용이 약간 유치하다고 판단했을 뿐더러 그 자신도 동화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이기 때문이었다.

차이코프스키는 1892년 초연 당시 ‘호두까기 인형’이 내용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할 정도였는데 실제로 공연자체는 준비 부족으로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지만 그의 우려와 달리 음악만은 큰 박수를 받았다. 결국 그가 지은 이 발레극은 매년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어른과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작이 되고 만다. 그 후로 ‘호두까기 인형’은 발레를 넘어 애니메이션으로, 가족 뮤지컬로, 연극으로 심지어 올해에는 디즈니에서 제작한 실사판 영화로 재탄생되며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겨울이 되고 연말이 다가 오면 가족 모두가 함께 좋은 공연을 보며 한 해를 보람차게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 공연 중에 단연 으뜸으로 뽑히는 작품이 바로 ‘호두까기 인형’이며 12월의 포털 사이트 공연 검색 순위에서 상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현재도 ‘호두까기 인형’을 소재로 한 여러 버전의 발레나 뮤지컬 등 많은 공연이 공연 중이거나 공연 예정이다.

발레만 보더라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을 이끈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버전인 국립 발레단의 공연은 물론 비보이 그룹과 탭댄스를 결합한 와이즈 발레단의 공연도 있고 20세기 신고전 발레의 안무를 업그레이드하여 한국적인 안무와 연출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서울발레시어터의 공연도 있으며 러시아 정통 발레의 맥을 이어가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발레단의 내한 공연도 있다. 이들 공연들로 인해 같은 ‘호두까기 인형’이라 해도 관객의 입맛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을 해서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진다.

더불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로 재해석한 여러 ‘호두까기 인형’에 관련된 공연들도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극단 중원 극회(대표 곽동근)의 연말 특선 ‘호두까기 인형’(이미경 연출)을 비롯한 가족 뮤지컬들은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환상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세월의 무게로 어느덧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찾아주고 어린 시절의 동심을 일깨우는 매개체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우리들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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