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가족사진을 보며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가족사진을 보며
  • 김용국(시인)
  • 승인 2018.12.10 1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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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가족. 종이 위에 크레용. 59x55cm, 양호규
가족. 종이 위에 크레용. 59x55cm, 양호규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사진을 보고 많이 울었답니다.
눈물샘이 지하수와 연결이 된 것처럼요.

가장 미워하고 가장 사랑한 사람은 가족이지요.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사람도 가족입니다.

그건 샴쌍둥이와 같아서 그런 게지요.
함께하면 힘들고 떼어지면 누군가는 죽을 수도 있다지요.

세월이 흘러 가족 사진 속에서 
나의 사랑하는 아빠가 지워지면 
사랑하는 엄마가 지워지고
사랑하는 형과 내가 지워지면 
사랑하는 내 어린 누이 동생이 남아 
지워지며 울겠지요.

한 세상이 가고 다른 세상이 와도 
차마 만나지 못하고 빗겨 가겠지요.
너무나 가깝게 사랑하고 미워해서 
한 세상은 그냥 보내고 
세넷 세상이 끝난 뒤에나 만나겠지요.

가족사진은 눈물이 만든 사람들이 모여서 
눈물처럼 사는 그림이지요.
그래서 가족사진은 눈물과 구분이 아니 됩니다.

 

가족처럼 행복한 구성체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가정을 이 세상 최고의 안식처라고 하지요. 가족들은 누가 말을 하지 않아도 눈짓만으로 서로를 알아봅니다. 서로 사랑하고 돕고 이해하고 격려하면서 이 세상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겨갑니다.

그러나 가족 구성원들은 사랑과 행복만 주는 게 아닙니다.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서로 살을 비비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습니다. 가족이나 친구들이지요. 더구나 가족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상처를 받기 싫으면 헤어지거나 멀리 떠나가면 되는데 가족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한 번 이생에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함께 할 수밖에 혈연 공동체지요. 죽음 외에 가족과의 이별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가족 간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내는 일은 쉽지 않지요.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가족들만이 공유하거나 가족 각자의 개인이 아프게 품고 사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니 그 상처는 오래가고 질기지요.

우리는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의 내력을 떠올립니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불러냅니다. 애증이지요. 그 사진 속의 인물들과 관련된 일, 사연, 추억, 후회……사진 속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외숙모……그러나 그런 분들은 빛바랜 사진 속에만 얼굴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으나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요.

가족사진을 보는 것은, 싫었어도 갈등했어도 우리는 그것 이상으로 뜨겁게 사랑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지요. 그러니 눈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생생하게 웃고 있던 가족들이 지금 이 자리에 부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물입니다. 사무침이지요. 한 가족의 사랑과 용서와 화해가 가족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가족’을 그린 사람은 양호규(1957∼2000) 화가다. 계명대학교 회화과 졸업했다. 그는 그림을 사랑했고, 사람을 사랑했으며, 나를 사랑했고 내가 사랑한 사람이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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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한울 2019-07-06 16:34:30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양승민 2018-12-12 22:26:47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rkwhrtkfkd 2018-12-11 00:37:38
가슴 뭉클해 지는 시군요.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