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왼쪽)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왼쪽)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내년부터 적용되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0번째 회의가 11일부터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할 것을 요구한 가운데, 전략자산 전개 비용 포함 문제 등이 남아있어 빠른 결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외교부에 따르면,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 등 양측 협상단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제10차 회의에 돌입했다. 서울에서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의에서 한미 양측은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야 올해 안에 마무리할 수 있어 조속한 합의를 위해 양측 모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 모두 중요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 연내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지난 3월부터 9차례나 회의를 진행했지만 분담금 총액을 비롯해 연 증가율 및 협정의 유효기간 등 핵심 쟁점과 관련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국 측의 방위비 부담을 늘려야한다고 요구해온 것도 걸림돌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MA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두 배 가량 증액하기 원한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트럼프 정부가 현재 한국 분담금의 1.5배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약 9602억원. 트럼프의 요구가 반영되면 한국은 내년부터 약 1조4400억~1조9200억원 규모의 분담금을 내야 한다.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청하는 가장 큰 명분은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이다. 전략자산은 항공모함,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등 적국의 군사기지 및 산업시설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는 동맹국 안정을 위해 전략자산을 상시 전개하는 만큼 그 부담을 동맹국들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미국은 올해 SMA 관련 협상을 진행하면서 협정에 전략자산 배치 비용이 포함된 ‘작전지원’ 항목을 신설하자고 요구해왔다. 

지난 2017년 9월18일 한반도에 전개된 미 B-1B, F-35B 스텔스 전투기 등이 우리 공군 F-15K기와 합동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7년 9월18일 한반도에 전개된 미 B-1B, F-35B 스텔스 전투기 등이 우리 공군 F-15K기와 합동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략자산은 파괴력이 강한 만큼 유지 및 운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CBS가 지난 6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B-2A 스텔스폭격기 1기의 시간당 운용비용은 약 12만2311달러(한화 약 1억4천만원). 폭격기가 괌 기지에서 출격해 한반도에 도달한 뒤 작전을 펼치고 귀환하는 시간을 약 13시간이라고 가정하면 1회 출격에 약 159만 달러(한화 약 18억)의 비용이 들어간다. 게다가 폭격기 출격에 따르는 공중급유기 운용비용을 비롯해 항모 및 잠수함 비용까지 고려하면 매년 수백억원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반면 우리 측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요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비용으로 주한미군에 근무하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비용 및 군수지원비 등으로 구성된다. 주둔비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전략자산 전개비용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국 측이 캠프 험프리스의 확장 건설비용 약 107억달러(한화 약 12조원)의 91.6%(98억 달러, 한화 약 11조원)를 부담했다는 것도 이번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다. 이미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상당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미국 측의 과도한 증액 요구를 반박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 내 핵심 안보라인들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번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WSJ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등 미국의 외교·군사 관료들은 금전적인 문제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측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국내에서는 반발 여론이 거세다. 민중당은 11일 서울 광화문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방위비 분담금) 2배를 인상하게 되면,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하는 것이 아니라 '전담'하는 꼴”이라며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도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위비 분담금 논리 자체로만 보자면 2배 올려 달라는 갑질”이라며 “물가 상승률 5%에다가 성의 한 5% 정도 더 붙여서 10%만 해도 많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조원 규모의 한미 간 무기거래와 캠프 험프리스 건설 비용 부담 등에 비하면 방위비 분담금은 푼돈에 불과하다며 “그런데도 이렇게 목을 매는 이유는 본인이 선거 유세 기간 전부터 해 왔던 일종의 자기 정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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