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17일 정부가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두고 국내 언론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서 속도조절로 일정 부분 수정된 내년 정책기조를 두고 보수성향 언론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는 가운데, 정책수정이 너무 늦었다는 불만과 정책수정은 공정경제의 퇴보라는 비판 등 상반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오후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소득주도 성장론에서의 일보 후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 발표 내용은 대체로 민간투자 확대 및 소비심리 제고, 규제완화를 통한 신산업 지원 및 제조업 등 주력산업 경쟁력 회복, 4차 산업혁명 대비 미래산업 육성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조치가 담겨져 있다.

물론 이날 정부 발표에는 공정경제 확립을 위한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도입, 사회안전망 확충, 일자리 지원 등 문 대통령이 강조한 ‘포용성장’을 위한 계획들도 다수 포함됐다. 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핵심 현안이었던 최저임금제와 탄력근로제와 관련해서는 경영계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정부는 “2020년 최저임금은 개편된 결정구조 하에서 시장수용성·지불능력·경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속도조절 의사를 밝혔고, 탄력근로제의 경우도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계도기간을 추가 연장하겠다는 등 경영계 주장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 文정부 경제정책 수정 환영, ‘만시지탄’ 비판도…

소득주도성장에서 속도조절로 한 발 물러선 정부의 내년 경제계획을 두고 국내 언론들은 뒤늦은 결정이지만 올바른 선택이라며 일단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조선일보는 18일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과오를 일부 인정하고 내년엔 '민간 투자 활성화'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며 “많은 부작용을 촉발한 소득 주도 성장 관련 주요 정책들의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 대통령은 여전히 소득주도성장 얘기를 했으나 이날 (확대경제장관)회의는 정부가 마침내 달라지겠다는 신호처럼 보인다”라며 “소득주도성장론으로 국가 경제를 실험실로 만들고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한 지 1년 7개월 만”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책과 과도한 친노조 행보, 탈원전 정책 등의 수정 또한 요구했다.

반면 국민일보는 정부의 정책수정이 너무 늦었다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국민일보는 17일 정부 발표에 대해 “암울한 전망에 정부가 ‘경제 방향타’를 돌렸다”며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수정, 혁신성장 보강”으로 경제정책을 보완하기로 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경제 체질을 바꾸고 미래 성장엔진을 키우는 작업은 사실상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기득권을 깨는 규제 혁신은 문재인정부 초기부터 줄곧 강조돼 왔지만 정책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국민일보는 18일 “경제 망가진 뒤 궤도 수정 나선 문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방향 수정에 대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는 “경기가 급격히 하강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 성장동력까지 흔들리는 지경이 되어서야 경제 활력 제고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날 회의가 현 정부 들어 대통령이 주재한 첫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라는 게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정부의 뒤늦은 대처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한 수정된 경제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경제활력 강화를 국정 최우선 순위로 삼는 한편, 과도한 노동계의 요구에 물러서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 속도조절론에 “공정경제 위태롭다” 우려 제기

반면 경향·한겨레 등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선회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정책이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겨레는 17일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근로시간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수용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날 또 다른 기사에서도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성장 전략이었던 ‘소득주도성장’이 자취를 감췄다”며 노동환경, 소득주도 등과 관련된 새로운 정책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도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과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방안에 대해 “정책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두 제도 모두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여전히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300만명을 넘고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어 “올해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줄줄이 무산된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내년엔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어야 마땅하다”며 정부의 공정경제 추진 의지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또한 17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과제였던 ‘소득주도 성장’이 사라졌다. 소득주도 성장의 빈자리에는 ‘경제 활력 제고’로 채워졌다”며 “기업 애로 해소를 통한 투자 활성화를 추진했던 이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8일 사설에서도 “정부가 대규모 투자·수출 지원·규제 완화와 같은 대기업·토목 중심의 성장 정책을 들고나온 것은 고육책”이라고 평가하며, “이런 역주행은 후유증을 남긴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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