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4월 17일, 아버지가 신문사의 편집인으로 일했던 미국 위스콘신 주의 메디슨에서 한 남자 아이가 출생을 한다. 그는 총영사가 된 아버지를 따라 홍콩과 중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이때의 경험이 훗날 그의 일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는 오벌린 대학과 예일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소설과 희곡 작품들을 쓰기 시작하는데 그가 바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1938년 미국 뉴저지주 프리스턴 매카터 극장의 초연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거의 매일 공연이 올라가다시피 하는 희곡 ‘Our Town (우리 읍내, 혹은 우리 동네)’을 쓴 극작가 겸 소설가인 손톤 와일더다. 어느 곳에나 있을법한 동네를 배경으로 평범한 일상을 통해 하루하루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매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Our Town’은 1938년에 퓰리처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연극은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막은 ‘일상 생활’, 2막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타이틀로 극이 진행되고 3막은 공동묘지를 배경으로 한다. 일반적인 전통 연극과는 다르게 이 연극에서는 무대감독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극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극의 진행과 흐름을 통제하거나 가끔씩 실제 등장인물의 연기를 한다. 또한 텅 빈 무대를 사용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관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때그때 사용할 소품을 놓거나, 배우들이 상징적인 마임 연기를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무대감독 역할을 폴 뉴먼 이나 헬런 헌트 같은 명배우들이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 현대극의 제 2의 창작자’로 불리는 영문학자인 오화섭 교수에 의해 ‘우리 읍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기도 했다. 오화섭 교수는 1959년 초판을 출판한 손톤 와일더의 희곡집 ‘우리 읍내’ 외에도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비롯해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 동물원’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의 명작 희곡들을 번역했으며 1960년 대 당시 연극인, 영문학자들은 그의 번역을 두고 '번역을 창작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Our Town’은 지금도 중, 고등학교 연극반이나 대학교의 관련 학과 등은 물론 아마추어 극단 사이에서도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연극에 조금이라도 관련된 일을 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 연극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각색한 번안 작품들도 꽤 많이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이 연극은 여러 연극제는 물론 각종 문화재단의 초청공연, 연극 워크샵이나 동아리, 관련학과 학생들의 졸업 작품 등으로 수십 번이 넘게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중에서 ‘살면서 평범한 순간들을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과 배경에 맞게 새롭게 각색을 한 극단 배우들의 ‘우리 마을 이야기’(백준길 각색, 연출)가 눈길을 끈다. 2018년 12월 24일(월) 부터 12월 29일(토) 까지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5시, 8시) 서울 광진구의 블라인드 아트홀에서 공연을 하는 ‘우리 마을 이야기’는 손톤 와일더가 썼던 ‘Our Town’ 원작의 기존 캐릭터와 달리 우리나라 설정에 맞게 재해석하여 바뀐 등장인물들을 연기하는 출연 배우들의(이미경 외) 참신하고 색다른 연기가 기대된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살라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의 메시지를 전달할 이 작품은 한해가 저물어 가고 희망찬 새해가 다가오는 이즈음, 힘차게 내일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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