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당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당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1.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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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24×39cm. 알루미늄. 정보균
얼굴. 24×39cm. 알루미늄. 정보균

당신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내 옆에 있던 당신이
말없이 자리를 비웁니다.
내가 가늠했던 시간이 지나도록 
당신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찾습니다.
먼저 당신의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당신이 자주 다니던 곳곳을 생각해 봅니다.
나는 몇 군데 전화를 걸어 보기도 합니다.
당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라진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당신 걱정하는 일과
그 걱정을 다스리는 일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발을 구르는 일과
당신이 사라진 쪽으로 얼굴을 돌려보는 일뿐입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당신을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이 잠시 자리를 떠난 뒤
나는 당신을 찾지도 못합니다.
정작 나는 당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압니다.

저쪽에서 당신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납니다.
당신이 불현듯 낯설게 보입니다.
당신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없기 때문입니다.

아내나 남편, 연인 혹은 자녀가 함께 있다가 갑자기 없어진 적이 있지요. 그것도 아무 말 없이 사라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지금이야 휴대전화가 있으니 금방 전화를 걸어 확인하면 되지만 만약 휴대전화가 없거나 불통이라면 어떨까요.

조금은 별일 없겠지 하며 기다려 볼 겁니다. 그러나 금세 나타날 것 같은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어린 자녀라면 더 그렇겠지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걱정이 되기 시작하면 사라진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찾기로 합니다.

찾으려면 먼저 사라진 사람에 대한 정보를 떠올려보겠지요. 사라진 사람이 갈 만한 곳, 아는 사람, 좋아하는 것 등을 말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극히 빈약하다는 것을 알고 놀랄 겁니다.

우리는 부부나 연인, 자녀 등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백지를 꺼내서 적어보려고 하면 아마 몇 줄을 채우지 못하고 단념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사랑한다고, 함께 산다고 많이 알 것 같지만 정작 서로 아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서로를 평생을 모르고 살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저쪽에서 당신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나야지만 찾을 수 있지요.

사라진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자각을 했을 때 우리는 ‘당신이 불현듯 낯설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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