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경환 의원 재판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담당 재판장이 ‘외압 전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낸 것.

지난 21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김유성 부장판사는 “재판을 공정하게 해달라고 하니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정하게 해달라’는 전화가 자꾸 옵니다. 누가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치적인 고려’, 자꾸 이런 얘길 하면서 ‘분명하게 해달라’는 얘기를 합니다. 절대 앞으로 주변 분들이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엄중하게 주문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저는 일절 정치적인 고려를 하지 않고 공소 사실이 입증되는지 여부만 판단할 것입니다. 이 점을 유념해 다른 쪽에서 얘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에 최 의원은 당황한 기색으로 “저는 뭐 그런 사람들을 아는 바 없습니다.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 잘 모르고요”라며 답변을 얼버무렸다.

최경환 의원은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입직원 채용에 측근 A씨를 합격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강요)로 넘겨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박철규 전 중진공 이사장, 김범규 전 중진공 부이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최 의원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박 전 이사장은 법정에서 “2013년 8월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최경환 의원을 만나 A씨의 불합격 소식을 전했지만, 최 의원이 ‘괜찮아.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라고 강한 어조로 지시해 협박으로 느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장은 또 “최 의원이 당시 실세 부총리이고, A씨를 합격시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 일로) 박 전 이사장과 만난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 의원 변호인도 박 전 이사장의 주장에 반대 심문을 펼치며 끈질기게 공격했다. 최 의원의 3차 공판은 내달 25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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