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복수초

새해가 밝은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날씨가 포근한 탓인지 벌써 봄꽃 소식이 들린다. 황금빛의 고고한 자태로 복과 장수를 상징하는 ‘복수초(福壽草)’가 피어났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다년생으로 제일 먼저 피는 새봄의 전령사이다. 밝은 숲이나 양지바른 곳에서 서식하며 지구상에는 20여종이 있으나 대한민국에는 3종이 있다.

설날 즈음에 핀다 해서 ‘원일초(元日草)’, 차가운 얼음 속에서 피어난다고 ‘얼음꽃’, 눈 속에서 피는 연꽃이라는 ‘설연화(雪蓮花)’, 눈 주위에 동그란 구멍을 내고 핀다는 ‘눈색이꽃’, 꽃피는 모습이 황금 잔 같다고 ‘측금잔화(側金盞花)’ 등 이름이 다양하다.

선화지에 황금
선화지에 황금

지리산 인근에 1월 10일에 피었는데 전년보다 5일 정도 빠르다. 한 송이씩 고개를 내밀고, 조금씩 피어나다 2월 말경에서 3월 초순에 만개 한다. 뭐가 그래도 급하게 일찍 피는가. 왜? 그런 것인가. 이유는 큰 나무들이 새 잎이 나서 햇빛이 가려지기 전에 자손 번식을 끝내려는 생존전략이다. 꽃이 지고, 땅속에서 여름 무더위와 장마를 견디고, 서리도 이겨내면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한다. 기나긴 기다림과 철저히 준비한 덕분에 다른 꽃보다 일찍 꽃피워도 혹한에 견딜 수 있다. 찬바람과 하얀 눈 속에서 꽃이 피는 것이 최고의 매력이다.

겨울에 살아가는 비밀을 풀어보자. 먼저, 낙엽아래 잘 숙성된 부엽토속에 살고 있다. 낙엽이 솜처럼 덮여 있고, 가끔씩 내려주던 눈은 오리털처럼 따뜻하다. 둘째, 땅에서 바짝 엎드려 찬바람을 피한다. 셋째, 뿌리에서 꽃이 바로 나온다. 뿌리와 꽃 사이에 물이나 영양분의 움직이는 거리가 짧아서 유리하다. 넷째, 세포내 수분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다섯째,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면 꽃잎이 열리고, 햇빛이 없으면 닫혀서 암술을 보호 한다. 여섯째, 표피의 꽃잎이 흑자색으로 단단하고 햇빛에 빨리 감응한다. 일곱째 꽃잎이 2중으로 되어있으며 온기를 감싸고 꽃잎은 윤기가 있어 빨리 따뜻하여 진다. 그래서 꽃 주변은 온도가 7~8℃ 높다고 한다.

눈속의 복수초 (9)
눈속의 복수초 (9)

눈밭에서 황금빛 한 점의 꽃송이는 따뜻하다. 그 따스함으로 주위의 눈을 녹인다. 황금빛이 가져주는 부귀와 더불어 무병장수의 축복으로 ‘영원한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오방색에서 노란색은 중앙을 뜻하며 평화의 색이다. 영원히 변치 않는 황금처럼 부귀와 영원한 행복을 상징 한다.

복수초가 피는 것은 겨울과 봄의 변곡점이요 봄꽃들의 출발점이고 발화점이다. 봄을 잉태하는 자궁이고 시작이다. 한 점이 모여서 선이 되고 선은 모여서 면을 이루고 면은 쌓여서 찬란하고 우아한 형체가 되어 꽃 세상으로 만든다. 찬란한 꽃 한 송이 봉긋봉긋, 화사한 두 송이 방긋방긋 웃으면서 황금빛을 한 올 한 올 풀어내어 천지를 채색할 것이다. 이제 봄꽃들의 릴레이가 시작된다.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로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