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안다는 것은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안다는 것은
  • 김용국(시인)
  • 승인 2019.02.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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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그리운 고향, 한지에 다색목판화, 600x140cm, 2015, 정비파
낙동강-그리운 고향, 한지에 다색목판화, 600x140cm, 2015, 정비파

안다는 것은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오해가 아닌가.
진저리나는 상처가 아닌가.

깊게 깨달았다는 것은
청승맞은 고립이 아닌가.

삐걱삐걱 지구의를 돌리면서
세상을 보면
안다는 것은 현기의 착각이 아닌가.

안다는 것은 질긴 줄이 아닌가.
포박의 그물이 아닌가.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고통이 아닌가.
섬 같은 외로움이 아닌가.

확신할수록 옮겨갈 수 없는 
나무가 아닌가, 바위가 아닌가.

흐르는 물을 보면서 나는
얼음과 수증기를 생각한다.
구름과 안개,
강과 바다도 생각해 보지만,

안다는 것은 진실로 안다는 것은
부인否認하면서, 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앎의 갈증이 아닌가.
앎의 절망이 아닌가.

'안다는 것'에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우리가 앎으로 나아가는 길은 새로운 것에 대한 흥분이 있지요. 그 흥분이 희열을 만들고 그 희열은 세상의 비밀을 한 자락 봤다는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아무도 풀지 못한 수학문제를 푼 아이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알았다는 그 앞에, 우리는 궁극의 앎에 도달할 수 없다는 무기력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더 알수록 더 모르는 역설에 직면하게 됩니다. 인간은 무엇이든 완전히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안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속담처럼 어찌 보면 부분의 작은 부분만 아는 얄팍한 경험이기가 쉽습니다. 오류를 참이라고 착각할 뿐이지요.

꽃을 연구하는 사람은 꽃 앞에서,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은 곤충 앞에서, 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은 동물 앞에서, 한계와 경이를 동시에 느낍니다. 아무리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신비가 그것들 속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위대한 과학자나 지식인들은 앎 앞에서 하나 같이 겸손합니다.

그러니 알아간다는 것은 어둡고 광대한 우주의 공간을 푯대도 없이 유영하는 것과 진배가 없겠지요. 그것도 방향을 정할 수 없는 무중력에 버려진 것처럼 말입니다.

노자(老子 ?~?, 중국의 사상가)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입니다. 知不知尙矣, 不知不知病矣’라고 했다지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나는/얼음과 수증기를 생각한다./구름과 안개,/강과 바다도 생각해 보지만,‘ 이런 생각은 소박할 뿐 물의 속성을 제대로 안다고 볼 수는 없는 게지요.

그러니 ‘안다는 것은 진실로 안다는 것은/부인否認하면서, 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앎의 갈증이 아닌가./앎의 절망이 아닌가.’

김용국(金龍國) 시인 약력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30년 넘게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타악기풍으로』, 『생각의 나라』, 『다시 나를 과녁으로 삼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당신의 맨발』 등이 있으며 동인지 『비동인 (非同人)』으로 활동했다. 월간 『베스트셀러』에서 제정한 제1회 베스트셀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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