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바람, 바람 이였다. 바람 따라 봄이 오고 있다. 차갑고 세찬 바람은 부드럽고 상큼함 바람으로 변하고 있다. 바람이 인다. 꽃바람이 불어온다. 미미하고 소소한 한 점의 바람이다. 새의 깃털도 흔들지 않는 미묘한 바람은 한 줄기의 빛도 같이 왔다. 어디서 불어오는가. 어디인지 찾아보아도 아직 겨울 속에 들어있는 바람을 인지 할 수가 없다. 두 눈을 감고 바람결을 따라서 꽃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복수초와 같이 피어나며 순결한 하얀 꽃송이를 간직한 ‘변산바람꽃’이였다. 바람꽃이라는 예쁜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바람꽃속은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에서 기인된 것으로 ‘바람의 딸’이라는 뜻을 가졌고, 바람처럼 잠깐 피었다가 꽃이 져 버리기 때문 이라고 한다. 다른 학설은 바람에 잘 흔들리는 가는 줄기를 가졌지만 잘 꺾이지 않는 특성으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대한민국에 18여종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중에서 제일 먼저 피는 것이 ‘변산바람꽃’이다. 너도바람꽃속에 속하며 1993년 선병윤교수가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한국 특산식물이다. 무엇보다 학명이 Eranthis byunsanensis B.Y. Sun. 으로 등재되어 있어 기쁘다.

복수초와 비슷한 시기에 피어 봄의 전령사로 알려져 있다. 추위 속에서도 당당하게 피어나는 것은 뿌리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둥근 덩이뿌리가 발달되어 있기에 잘 저장된 영양분 덕분에 추위도 이기고 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하나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꽃잎이다. 보이는 하얀 색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다. 5~7장으로 형성된 꽃받침은 꽃잎처럼 보이고, 진짜 꽃은 깔때기 모양으로 끝에 노란빛이 도는 녹색이다. 참으로 대단한 생존전략이다. 꽃이 적으니 꽃받침을 크게 보여 벌 나비를 유인하려는 것이다. 꽃은 한 포기에서 하나씩 나온다. 꽃이 지고 잎이 나온다. 꽃잎은 퇴화하여 꿀샘으로 변했고, 초장은 10cm정도로 작으며 꽃받침은 3~5cm정도의 앙증스런 자태이다.

변산바람꽃
변산바람꽃

꽃말은 ‘비밀스러운 사랑’ ‘덧없는 사랑’ 이다. 추울 때 피고 금방 져 버리기 때문에 보기가 쉽지 않아 이런 꽃말이 되었다고 한다. 비밀스러운 사랑을 해야 하는 연유는 종교와 문화의 차이인가. 신비로움과 짜릿함인가. 덧없는 사랑은 무언가. 사랑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하게 하고 따스한 봄날의 사랑을 그립게 한다. 새봄의 사랑이 불어온다. 허공을 서성이던 찬바람은 방황을 끝내고, 따뜻한 꽃바람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꽃바람이 불어와 일렁이다가 천지로 퍼져나갔다. 상큼한 꽃바람의 시작은 변산바람꽃 이였다.

 

<필자 약력>

야생화 생태학을 전공했다. 순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내 여러 대학과 기업 등에서 강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야생화사회적협동조합 총괄본부장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며 야생화 사랑을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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